엄마 엉덩이가 뜨거워
제네바에서 베른을 거쳐 그린델발트로 떠났다. 거대한 호수가 나타난 것을 보고 인터라켄까지 왔음을 짐작했다. 이어서 큼직한 산들이 턱 나타났다. 등산을 온 것도 아닌데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몽블랑에서 호들갑을 떨어서인지 이번에는 마음이 퍽 차분했다. 그린델발트는 생각보다 더 개발이 된 관광지였다. 터미널은 새 건물인 티가 났고, 쿱(COOP) 마트는 관광객의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알프스에 간다고 긴팔 옷을 많이 챙겨 왔는데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웠다.
숙소에 도착해서 저녁을 해 먹는 사이 비가 내리더니 마을의 공기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찬 공기를 머금은 산속 마을은 고즈넉했다. 아이거 북벽을 구름이 지나가 좌우로 선을 그려놓았다. 이제야 알프스에 온 것 같았다. 기후변화가 심각해도 그린델발트는 아직은 선선해서 일단 안심이다.
심심해 형제는 드디어 (집에는 없는) 욕조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배쓰밤을 풀어주고 둘이 한참 놀게 두었다. 미끄럼틀 놀이를 하는 듯 싶더니 심심해 2호가 울기 시작했고 이내 대성통곡했다.
“따가워, 엉엉엉”
남편이 씻겨 데리고 나온 2호를 살펴보니 엉덩이가 빨갛고 피도 조금 나 있었다. 욕조를 살피니 바닥이 (미끄럼 방지를 위해) 까끌까끌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후시딘을 꺼내 발라주었지만 심심해 2호는 잠들기 전까지 따갑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엉덩이가 뜨겁다고 우는 어린 송아지 동요가 생각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