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서문_아직도, 여전히 우린 분노한다.

편집장 온귀

by 문우편집위원회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요즘 세상에는 성차별 따위 없다고들 말한다. 여자들 기세등등하게 살기 좋은 시대라고, 남자들이 오히려 움츠러들고 차별당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페미니즘 같은 것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페미니스트들은 세상을 제멋대로 바라보며, 자기들 이익만을 챙기려 한다고 비 난한다. 페미니즘이 없어져야 한다고? 페미니즘이 없어도 될 만큼 평등한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 상태일 테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은 그대로다. 2018년 1월부터 터져 나온 미투의 목소리가 분명하고 대 표적인 증거다. 참다못한 피해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광장에 나와 외쳤다. 성차 별, 성폭력이 여전히 만연하다고. 세상은 아직도 남성 중심적이고, 비(非)남성들 에 대한 억압은 너무나 무겁고 폭력적이라고. 미투의 외침은 직종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고, 아직도 가시화되지 못한 목소리가 많다. 성차별, 성폭력은 아직도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광장에 나온 당사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인가. 아직도 그런 시대착오적인 소리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세상이 시대 착오적이라서 그렇다고 답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돼지 같은 년들이 지가 X같은 삶을 사는 이유를 꼭 여성인권 문제라고 하는 게 짜증난다’라고 말하는 당신에 게, 이미 당신의 말에 답이 있다고 답한다. 세상은 아직도, 종종 여성을 ‘돼지 같은 년’이라 칭하며 그 권리를 침해한다. 이는 한 문우 편집위원이 설문조사에서 실제로 얻은 답변 중 하나였다.



여전히, 우리는 분노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 학기동안 분노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 고, 끊임없이 쏟아졌다. 우리는 한 학기 세미나를 진행하며 성폭력을 자꾸만 생 산해내는 성문화와 피해자에게 씌워지는 칼을 보며 분노했고, 여성의 것으로만 여겨지는 노동, 자꾸만 평가 절하되는 여성 노동, 여성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성차별과 폭력을 보며 분노했다. 성노동자들이 처하는 폭력과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사회를 보며 분노했고, 성인 남성 외에는 섹슈얼리티를 전유할 수 없는 성문화를 보며 분노했다. 60호에는 우리의 분노의 흔적들을 담았다. 2018년에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이슈들, 페미니즘을 비난하고 페미니스트를 사냥하는 모 습들. 성폭력 피해자에게 요구되는 피해자성과 총여학생회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섹슈얼리티 재현 문화와 소수자를 배제하는 극단적인 목소리들까지. 60호를 만들어가는 우리는 아주, 고통스러웠다.



우리는 분노할 때 아름답다


60호의 제목은 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에서 따왔다. 우리는 분노할 때 아름답다. 분노하기 때문에 힘을 모을 수 있고, 분노하기 때문에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 분노는 변혁의 원동력이다. 세상에는 아직 더 많은 분노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분노는 여전히 부족하고, 문우 60호는 그 부족한 우리의 분노조차 담아내 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성평등한 세상을 꿈꾸고 변혁을 외칠 수 있기에, 분노하는 우리는 아름답다. 뜨거움을 참아가며 분노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고민해 가는 문편들, 그리고 문우 60호를 집어 들어 그 분노에 함께 공감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오늘도 뜨겁고 아름다운 외솔관 지하 문우방에서, 편집장 온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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