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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6호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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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4. 2024

문우 65호 독자모임

정리정돈 포슬

  마감이 한창인 1월의 추운 어느 날, 구글 미트로 간소한 독자모임이 열렸습니다. 여기에는 편집위원 검은과 눙, 포슬, 그리고 독자 보라머리 앤이 자리해 주었는데요. 비대면 학기로 인해 몸과 마음의 거리가 여느 때보다 멀었던 지난해에도, 잊지 않고 문우를 찾아주신 독자 분들, 그리고 귀한 시간을 쪼개어 독자모임에도 들어와 주신 보라머리 앤님께 감사의 말씀을 보냅니다. 이제부터 지난 글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다짐을 굳게 다질 수 있었던 그 시간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문우 65호, 〈시선의 좌표〉의 기사들은 문우 블로그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0. 자기소개


포슬    포슬이라고 합니다. 독자모임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편집장 눙이라고 합니다. 독자모임이 활성화되고, 맛있는 것도 드리고 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못해서 아쉽습니다.

검은안녕하세요.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검은입니다. 독자모임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해요. 다음 호에는 더 많은 독자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보라머리 앤    문우 분들 보니 필명이 한 글자에서 두 글자인데, 저는 별명이 다섯 글자나 돼서 스스로 말하기가 부담스럽더라구요. 보라 머리 앤입니다. 저번 문우 독자모임에 참여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좋았기에 이번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 기획 구성

1-1. 제목과 표지 디자인은 어땠는지?


포슬막간을 틈타 제목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지난 학기 세미나의 중심 텍스트가 김도현 작가님의 『장애학의 도전』이었어요. 그 책의 서론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키워드가 장애학의 ‘시좌’에서 세상을 본다는 것, 특히 ‘시좌 ’라는 단어였습니다. 그 단어를 풀어서 제목을 지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시’선의 ‘좌’표’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표지 디자인 같은 경우도, ‘정상적’인 몸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을 수 있는 표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일괄적’인 몸들이 부대끼는 모습을 표현하려 했고,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원래대로라면 책등에 ‘문우 예순 다섯번째 이야기, 시선의 좌표’ 이렇게 박혀 있어야 하거든요. 이번 경험을 계기로 시안을 실물로 받아보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어요.

눙저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시선의 좌표’라는 것이, 사실 앞에 서면 안보이는 것들이 뒤에 서면 보이는 게 있고, ‘앞과 뒤’라는 게 또 위계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제목을 고를 때, “우리는 어떤 ‘시선의 좌표’를 취해야 할까?”라는 의미가 담겼으면 했어요.. 

  다만 흑백 표지다 보니까 눈에 띄지 않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예쁘게 은박으로 박았어요. 조금 아쉬운 것은 겉에 비해 안쪽이 굉장히 컬러풀하다는 점입니다. 둘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라머리 앤    제목을 보자마자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생각하고 만드셨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시선으로부터’ 시작해서 ‘시선의 좌표’로 끝나는, 시선의 궤적이 연상되어서요. 제목이 문우분들이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은표지의 사람들이 직모인 사람도 있고, 곱슬머리인 사람도 있고, 피부색도 명암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다루려고 노력한 것, 또 그만큼 기사의 주제들도 다양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더더욱 마음에 들어요.



1-2. 권두시 & 편집장 서문


포슬    고백하자면, 저는 시를 읽는 훈련이 잘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시어보다도) 이 시가 이야기하는 이미지들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기형’이라는 말이 이 시의 중심에 있잖아요.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몸들, 그것들이 생동하는 모습들, 그것들이 정해진 틀과, 그릇 같은 것들을 넘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표현하는, 날뛰는 모습들이 거칠게 느껴져서 저는 아주 마음에 들었던 권두시였습니다.

    저도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기형’이라는 단어가 낯설면서도 임팩트 있었어요. 그래서 – 원래 시인에게 작품 해석을 의뢰하면 안되지만 – 너무 궁금한 나머지 단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를 지으셨나요?” 라고 물어봤어요. 시인은 “‘정상성’에 있는 것들이 당연시 여겨지지만 나중에 역사에 남겨지고 기억에 남는 것은 ‘기형’이기 때문에 그들이 더 살아넘치는 것 같다”고 러프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런 의도를 따라갔을 때, 일상에서 ‘눈에 걸리는’, ‘평범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문우의 기조에도 잘 맞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라머리 앤    저는 그런 그림이 머릿속에 펼쳐졌어요. 방 안에 있는 사람이 밖을 내다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여기서 이야기가 되는데, 그림의 이미지들이 이어지잖아요. 그것을 보면서, 이랑의 ‘슬프게 화가 난다’라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가 생각났어요. ‘나는 방안에서 멍하니 꽃과 나무를 그렸다. 슬프지만 생동하는 것들을 그렸다’는 뉘앙스의 가사가 있는데 , 그것이 특히 떠올랐던 시였어요. 

포슬    이제 편집장 서문을 이야기해보도록 할텐데요. 편집장 서문을 쓸 때는 항상 이전 대 편집장 분들이 쓰셨던 서문을 참고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밑그림을 미리 그려주신 느낌이라서, 어떤 방식으로 쓰고 어떤 톤을 지켜야 되는가라는 지점을 참고하면서 쓰게 됩니다.

    저희가 메인 기획이 있고, 문우의 눈도 있지만, 결국 편집위원들이 쓰는 주제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하거든요.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 보면 글이 산발적으로 여기저기 가 있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어요. 그런 글을을 정말 매끄럽게 하나로 잘 이어 주셔서, 처음에 딱 문우를 펼쳐 들었을 때, 문우가 이 호에서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독자분들께서 잘 이해할 수 있으셨을 것 같아요. 



2. 메인 기획

2-1. 눙, 포슬_경사로와 줌: 2021학년 학내 장애정치 방문하기


    저희가 이것을 취재하면서 느꼈던 점은, 생각보다 저희학교에는 장애학우에 대한 지원이 형식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되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비대면 환경에서 이들을 크게 배려하고 있지 않다, 라는 어떻게 보면 아주 거친 목적을 두고 글을 쓰기에는 불가능했던 글이었죠. 그래서 오히려 비대면 환경과 비대면 환경이 아니었을 때 그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조명하는 글을 쓰려고 했어요. 조금 모르겠네요. 왜냐하면 연세대학교가 잘하고 있는 면을 마냥 칭찬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잘 하고 있는데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런 균형을 잡으려고 했어요. 간단히 접근하기에는 생각보다 조금 더 복잡한 의제였거든요. 그런 부분이 잘 전달이 됐으려나요. 

보라머리 앤    그 흐름이 정말 이해가 잘 됐어요. 일단, 단순하게 ‘더 좋아졌다’, ‘더 나빠졌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장애의 종류에 따라서도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면면이 살펴야 한다라고 이야기해 주신 것이 공감이 갔구요. 그리고 글이 참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글들은 당위적으로 가기가 쉽잖아요. 사실 제가 학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맨 마지막에 비대면 상황에서 장애학생들과 함께 만나는 기회를 통해서 관계맺기 연습을 해야한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그 말에 동의를 많이 했어요. 제가 이렇게 글을 읽는 것만으로 ‘나는 차별적인 인간이 아니야’라고 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저도 많은 실수와 일종의 연습이 필요할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부족한 점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포슬    이렇게 현안에 대한 글을 쓰면 문제제기만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다소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글이었습니다.



2-2. 이일_장애의 재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


포슬    이 글은 실제 삶의 모습과 우리가 ‘당위적으로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습들 간의 간극을 짚고 그 사이에 미디어가 행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를 이야기를 하는 글이예요. 그 지점에 있어서, 우리가 미디어가 어떤 전형성을 이야기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많이 깨달은 것 같아요. 비단 장애 뿐 아니라 빈곤이라는 주제에 있어서도, 여성이라는 주제에 있어서도, 다양한 소수자를 재현할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전형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의 질문도 떠오르네요. 전형성이라는게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거든요. 미디어가 무언가를 재현할 때, 특히 서사를 통해 재현한다면, 그 사이에 있는 무언가가, 빈틈에 있는 무언가를 집어내서 표현을 해야 되잖아요. 그 와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편견이라든지, 여러가지 권력의 영향력들을 우리가 어떻게 비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아지는 지점이었어요.

보라머리 앤    전형성과 개별성 사이에서 어떻게 인물을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창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사를 만드는 데 있어 그런 고민이 들거든요. 주인공이 아닌 인물의 서사를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아요. 주인공에 비해서 주변인물들은 서사가 적을 수밖에 없단 말이죠. 적으면 그만큼 단편적인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소수자를 그 자리에 넣어서 주인공의 각성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문제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이 재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소수자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인공 격으로 등장시켜서 입체화해야 하는 걸까. 전형적인 인물상이라는게 아예 우리 주변에 없는 거는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전형성이라는 성질 자체를 기피해야 하는 건지, 그런 고민이 자꾸 들더라구요.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인 것 같아요. 제가 본 드라마 중에 정말 이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주인공인 것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모습이 우리네 인생 같아서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를 탈피하는 노력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3. 지오_이 길고 긴 터널 끝에는 광활한 우주


    저는 이 기획 안에서 지오가 ‘돌봄’의 이야기를 꺼내준 게 너무 고마웠어요. 장애에 대해 쓰면 ‘연대해야 한다’, ‘돌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끝을 맺곤 하는데, 그 돌봄이 정확히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할지까지는 상상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개인적인 글을 써주면서 그걸 확실하게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그리고 확실하게 고민할 수 있게 해준 글이어서 정말 가치가 있었습니다. 

보라머리 앤    인간이 상호의존을 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 것은 분명 맞지만, 저는 그런 경험을 하기도 했어요.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되어 줄게”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상대방은 제 도움을 오히려 부담으로 느끼면서 “너의 그 도움이 나에게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쳐”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저에게는 그게 고민이에요. 정말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천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에도 정말 동의를 많이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삶을 살고 싶다고는 생각해요. 돌봄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할 수 있는 삶. 그런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3. 문우의 눈

3-1. 염_줄세우기의 배신


포슬    이 기사에서는 미래캠퍼스와 신촌캠퍼스에 대한 논쟁 아닌 논쟁들로 논의의 물꼬를 트고 있어요. 사실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주제 자체는 능력주의와 학벌주의라는 거대한 이야기 거든요. 그것에 대한 물꼬를 연세대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트는 흐름 자체가 큰 이야기를 저희가 살고 있는 삶의 층위로 끌어내리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라머리 앤    이 사건이 제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에브리타임을 과감하게 지워버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런 기억들이 떠올라서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하면서 읽었어요. 분교와 본교를 나누는 것은 학교의 돈벌이 장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학생이 왜 싸워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기도 했었고. 다만 살짝 아쉬웠던 건, 어떻게 극복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부족하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정말 어렵겠죠? 능력주의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 것인가. 

검은    저희가 속한 대학일수록 능력주의나 경쟁 사회를 옹호한다든지,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둔 언행을 하기 쉽다고 생각해요. 이 기사 덕분에 그런 환경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어요.



3-2. 야부_백래시를 먹고 자라는


    어떻게 보면, 백래시나 페미니즘에 관련된 글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야부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고민한 점이, ‘이때까지 나왔던 많은 글과 어떻게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 라는 지점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차별성을 갖추든 갖추지 않든 간에, 이런 이야기를 질릴 때까지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페미니즘에 관한, 백래시에 관한 더 많은 글과 많은 생각과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보라머리 앤이 글을 읽으면서 서울 시장이 바뀌었을 때가 생각이 났어요. 그때 제가 그 결과를 보면서 첫번째로 든 생각이, ‘와 백래시 정말 심해지겠다’라는 생각이었고, 그게 정말 여지없이 실현이 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최근 정치권의 양상을 보았을 때도 그렇고요. 저 스스로도 이런 백래시를 마주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맞는지 모르고, 감정이입만 하는 제가 너무 힘들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이 글이 반가웠던 것 같아요. 

  언론의 커뮤니티발 보도에 대해서 정확히 문제를 짚어주셨던 부분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제가 알기로는, 한겨레에서 젠더데스크라는 것을 설치해서 부적절한 표현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각 언론사마다 시민 모니터링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서도 계속해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것들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되어 (언론을) 고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3. 계월_레디메이드, 당신의 취미


포슬    문우 기사들 중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많아요. 특정 사안에 대해서 이론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이론이 어느 시점에서 개입을 해야 되는가, 어느 정도의 어떤 깊이로 그 글 속에서 스며 있어야 되는가를 판단하는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계월의 기사 같은 경우에는,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취미가 어떻게 구성되는가’, ‘우리가 즐기는 내밀하고,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것들이 어떤 사회적인 압력 속에서 형성되고, 그 취미를 즐기는 것이 어떤 것들을 되먹임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거든요. 그 과정에서 이론을 참 능숙하게 엮어 나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였습니다. 

검은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다양한 취미를 만들어 가려는 시도가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과 어떤 이유에서든 즐기지 않는 사람들 간의 구분선이 생기고, 공감이 되지 않는 상황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글이 나온게 반가웠어요. 

보라머리 앤    ‘레디메이드 취미’라는 제목을 되게 잘 지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애초에 취미라는 것의 속성 자체가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 참 재밌었어요. 제가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처음 서론 부분에서 집단적이고 과시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취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적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읽다가 마지막에 뚝하고 끊긴 점이었어요. 취미가 유행이나 자기계발로 변질되어 버리는 것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4. 단_디지털 시대와 다중 정체성, 살아가는 우리


    아주 재미있는 기사였어요. 당시 한창 디지털 성범죄 같은 현안이 있기도 했고. SNS하는 사람들, ‘부계’가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연결고리 덕분에 이입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단이 글을 쓰며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론부에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기 때문에 알찰 수 있었던 글이었어요.

  조금 아쉬웠던 점은, 뒤의 깊은 논의로 갈수록 글의 방향이 독자의 기대와 멀어지는 점이었어요. 처음에는 다중정체성을 캐릭터나 미디어의 모습으로 정의하는데, 뒤로 가면 범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서론부에서 조금 언질을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라머리 앤    저는 오히려 다중정체성의 위험성에 동의했어요. 온라인 상에서 내가 내가 아닌 척 한들, 다른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새로운 나가 된 듯한 기분도 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옅어지게 되거든요. 그러한 점에 대해 더 고민을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3-5. 이지_중국은 왜 저럴까: 중화민족주의의 역사와 현재


포슬    제가 제일 재밌게, 그리고 씁쓸하게 읽었던 부분이, 티벳과 위구르 관련된 부분이었거든요. 우리가 한국에 대한 중국의 민족주의를 이야기 하고, 그것을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면에는 실제적인 탄압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집단이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소수민족 탄압을 혐오나 배척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그들을 반대로 타자화하는 일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역사적인 접근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것을 이지의 글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보라머리 앤    중국이 이상하리만치 애국심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일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자신들만의 정치 체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성장 위주의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저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관련해서) 세계의 흐름에 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국가 권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중국이 이렇게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과도한 애국심을 강요하면서 다양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 버렸잖아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새로운 정치 체제를 모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글이었습니다.

    제일 마지막의 글이 기억에 남더라구요. ‘역사는 사실 온전한 한민족의 것이 아니고, 흘러 가면 많은 민족이 섞여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역사를 누구의 것이라 하기 힘들다. 상대가 억지 주장을 했을 때도, 결국 문제의 해결은 차가운 머리다.’ 라는 요지의 이야기가 재미있더라고요. 실제로 저희가 중국에 관련된 소식만 들려오면 무조건 부정적이잖아요, 그럴수록 머리를 식히고 중국이 어떤 것을 의도하고 있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확실하게,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은    다소 이전에 완성된 글이지만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잖아요. 시의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글 쓰신 게 너무 멋집니다.



4. 활동보고

4-1. 검은, 단, 눙_학교에서 밀어주는 한국어학당, 생계에서 밀려나는 강사


포슬    해당 사안에 대해 따로 팀을 꾸려서 취재를 하고, 기자 회견이라든지 간담회에 가서 속기를 따는 등의 활동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라는 공간에 정말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고, 그 구성원들 간에 발생하는 부조리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이곳에 많은 이슈들이 엮여 있고, 그것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들을 깨달은 활동이었습니다.

검은    제가 국문과라 그런지 한국어학당 강사 노조 문제가 조금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한국어, 혹은 한국어 교육을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또 저한테는 정말 몇 안 되는 연대 활동이었고, 그분들의 목소리도 직접 듣고 하면서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경험 자체가 정말 소중했습니다. 



5. 독자모임 소감


보라머리 앤    제가 문우를 짝사랑하고 있거든요. (웃음) 그 이유는 글들이 정말 좋기 때문이에요. 글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이고, 그것들을 언어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검은    저는 독자모임이 처음이어서, 신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다음에도 시간이 되면 참여하고 싶고, 다음 호에는 꼭 기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 쓰신 편집위원분들께 고생 많으셨고 멋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가끔 신촌캠퍼스 도서관을 갈 때 책이 줄어든 것은 종종 봤는데, 독자의 감상을 들을 수는 없어서 아쉬웠어요. 이렇게 소중한 독자 분을 모시고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독자분께서 너무나 소중한 말씀 많이 해주셔서요. 이런 피드백을 들으면 글을 쓸 의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독자모임을 필참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그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라머리 앤    정말 추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슬    문우에 실을 글을 쓸 때마다 간사한 마음이 없잖아 있었어요. 어차피 학내언론은 늘 위기기 때문에 읽는 사람도 많지 않고, 저도 필명 걸고 쓰는데, 조금 덜 열심히 써도 되지 않을까, 이런 간사한 마음이 늘 불쑥불쑥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독자분을 두고, 그런 검은 마음으로 글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소중한 말씀, 필요한 말씀 해주셔서 또 한 분의 사람이 이런 식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것을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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