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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란 Feb 22. 2024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나요? (1)

Q1. 저는 문과 갈 건데 수학 꼭 해야 하나요?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나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진짜로 궁금해서, 아니면 '샘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보다는 선생님이 무시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누구나 한 번쯤 던져보았을 질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들을 때마다 난감한 질문이다. 사는 내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쿡쿡 옆구리를 찌르며 내 직업정체성과 존재이유를 위협하는 인생질문이기도 하다.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 탐구영역.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배움과 평가의 장에서 항상 언어 다음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수학이다. 왜일까?

아마도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관련이 깊어서인 듯하다.




학교 선생님들의 업무 중 수업계라는 일이 있다. 시간표를 짜는 일이다.

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바닥에 큰 종이를 펼쳐놓고 바둑알을 놓았다고 한다. 바둑판의 세로전체 교사, 가로는 월 1교시부터 금 7교시까지 전체 시간, 칸에 들어가는 건 전체 학급이다. 이 작업은 지뢰찾기나 스도쿠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논리적 사고를 요한다.


A선생님은 1학년 1~4반의 음악과 4반 진로, B선생님은 1학년 5~8반의 음악과 6반 진로, C선생님은 1학년 9,10반과 2학년 9,10반의 음악과 1-10 진로를 들어간다. 학교에 음악실이 하나이므로 모든 음악 수업은 겹치면 안 된다. D선생님은 1학년 1~6반 체육과 3학년 1~2반 체육을 들어간다. 1학년의 음악과 체육은 둘 중 택 1 과목이어서 한 학급의 음악수업과 체육수업은 동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1학년과 2학년 체육은  강당에서 이루어지므로 교사가 다르더라도 어느 두 반도 겹치면 안 된다. B선생님은 대학원을 다니셔서 화목 오후 수업은 넣으면 안 되고 D선생님은 수요일 1교시 부장회의를 들어가므로 수업을 할 수 없다. 선생님들의 체력적 한계 때문에 연속 세 시간 이상의 연강은 안 된다....

(나는 안다. 당신은 위 단락을 끝까지 제대로 읽지 않았다.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열하면 A4 서너 장은 족히 넘길 조건들을 다 고려하여 위 바둑판을 채워야 한다.  사람보다 똑똑한 컴퓨터가 알아서 뚝딱 만들어줄 것을 기대했건만, 고려해야 하는 조건이 너무 많아 컴퓨터도 절반 가까이를 비운채 뱉어낸다. 나머지는 수업계 선생님이 머리를 동여매고 채워 넣어야 한다. 자, 당신이 교장이라면 이 일을 누구에게 맡기겠는가?


뇌도 근육이다. 근육이 찢어지고 아물며 튼튼해지는 것처럼 머리도 빠개질 것처럼 아프게 사용할 때 더 좋아진다. 철봉에 얼마나 매달릴 있는지가 근지구력이라면 얼마나 오래 뚜껑이 열리지 않고 골머리를 썪일 있는지가 두뇌지구력이다. 이 뇌근육을 계발시키는 과목은 수학이 유일하다. 믿어도 된다.




Q1. 저는 문과 갈 거예요. 대학 가서 쓰지도 않을 미분적분까지 꼭 배워야 하나요?


수학은 과학을 위한 도구인가? 물론 과학은 수학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마냥 재미있어서, 그저 아름다워서, 천상에 홀로 존재하던 어떤 정리가 자신들을 불러서 수학과 함께 춤을 추었을 뿐이다. 애초에 자신들이 만든 수많은 정리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12년간 우리가 배우는 수학은 학생들의 두뇌계발의 목적에 맞추어 구성한 교육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후에 이어지는 공부로 수학이나 과학/공학분야를 선택할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기는 했다. 그러나 나중에 써먹든 안 써먹든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수학을 공부하게 하는 것은 그들의 논리적 문제해결능력 향상을 위해 수학을 통한 훈련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진로에 맞춘 과목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잘만 하면 3학년때부터는 예체능계열 희망 학생들이나 굳은 의지의 인문학 계열 희망 학생들은 수학을 배우지 않을 수 있다. (물론 2학년 교실에도 수학을 안 하기로 결정한 학생들이 많이 앉아 있지만.) 그런데 수학하기를 멈춘 후에 그 학생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친구가 축구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소질이 없는지 영 늘지를 않는다. 국가대표는커녕 학급대표로도 들어가지 못할 실력임이 분명해져 아예 축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물론 축구 말고 다른 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수학이 길러주는 뇌근육을 계발시킬 방법이 수학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하여 체력을 단련할 운동이라고는 세상에 축구가 유일하다고 가정하자) 이제 이 친구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근력이 쇠퇴하고 폐활량도 떨어질 것이다.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정서적 불안증세도 생겨날 것이다. 뛰어난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축구를 하지 않으면 축구로 인한 득(+)을 얻지 못하여 0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이 생기기 시작한다. 신체적 능력도 떨어지고 이와 관련한 다른 영역들의 기능도 함께 영향을 받게 된다.


'아이들이 말귀를 못 알아 들어요. 3학년 들어 부쩍 그런 느낌인데, 이거 수학 안 해서 그런 거 맞죠?' 수업 마치고 교무실 문을 박차며 열받아 들어오시는 한 국어선생님이 외치신 말씀이다. 맞다.




수학을 안 하면 국어도, 사회도, 영어도 성적이 떨어진다.

저주 같이 들려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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