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
꼰대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맞고 지금도 맞는 신념도 있겠지만 과거에는 맞고 지금은 잘 맞지 않는 신념이 더 많을 것이다. 과거의 신념만을 고수(固守)하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현재에 필요한 지혜를 얻지 못한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은 아침에 무조건 일찍 일어나라고 하셨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근면과 성실만이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하셨다. 실제로 근면과 성실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발전시켰다.
기성세대들은 발전된 우리나라를 보면서 자신의 땀이 헛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면과 성실은 우리의 머릿속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문을 걸어 놓았다.
그 주문은 한국에서 반백 년을 살아온 나의 머릿속에도 걸려 있다. 열심히 부지런히 살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주문이 걸려 있다. 다른 사람들이 빈둥빈둥 놀 때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면 그들보다 나은 삶을 살 것으로 생각했다.
영웅은 일찍 죽어야 영웅으로 남는다. 한 세대에서 통했던 영웅이 세상이 바뀌면 다른 세대에서는 반역자로 평가될 수 있다. 물론 진정한 영웅은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세대에서 영웅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영웅으로 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도 부지런히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계속 무언가를 찾는다. 이런 내 모습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그렇게 바라던 성공이 이루어지긴 한 건지 생각해 본다. 나보다 더 놀고 나보다 더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큰 성공을 이뤘다고 느낄 때 가슴속에는 나를 지배했던 신념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밀려온다.
‘그럴 리 없어!’라며 신념을 옹호하고 싶지만, 현실은 신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삶의 지혜라고 알려주신 근면과 성실은 이제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지혜는 아닌 것 같다.
유대인이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성공한 원인은 창의력에 있다. 유대인은 6일을 일하면 하루를 쉬는 안식일이 있고, 6년을 일하면 1년을 쉬는 안식년이 있고, 50년을 농사지으면 1년을 쉬는 휴식년이 있다고 한다. 유대인은 이렇게 휴식의 시간을 창의력을 높이는 귀중한 기회로 삼았다.
이제는 근면과 성실도 중요하지만, 창의력이 더 중요한 시대인 것 같다. 내가 믿고 있는 가치와 생각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면 꼰대가 되기에 십상이다. 어쩌면 젊은 세대들이 지금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 좋은 지혜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나만의 신념을 고집하고 그 세상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을 자신이 없어서 애써 외면하는 처절함일지도 모른다. 자기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이 싫어서 꼰대라는 이름으로 과거에서 버티지만, 인생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만 있을 뿐이다. 세월 속에 고이 간직한 나만의 신념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