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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랑드르의 한별 Oct 11. 2024

[한 주, 한 작품] 1. 바오데 게임

[1 oeuvre par semaine] n°1 Jeu Baodé

전기와 전파의 이용이 너무나 쉬워진 현대를 사는 나는 하루를 마치고 몇십, 몇 백 개의 짧은 영상들을 시청하며 복잡해진 머리를 비운다. 가끔은 비디오 게임도 하지만 휴식 시간 동안 손을 쓰진 않는다. 한 세기 전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에선 어떤 오락을 즐기며 여가시간을 보냈을까?


[한 주, 한 작품] 1. 바오데 게임


에스타미네 풍경, 20세기 중반, 흑백사진, Fonds H. Coutart, Coll. C.H.L. ©CHL Tourcoing

이 블로그에서 에스타미네 문화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다. 카페보다는 덜 고급스럽지만 훨씬 정겨운 이 지역 전통 선술집 에스타미네는 주머니가 가벼운 자들도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장소였다. 술, 커피 등 음료와 아주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에스타미네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고된 일을 끝내고 모인 이들은 커피나 맥주, 독주 한 잔씩을 시켜놓고 카드 게임을 하거나, 다트 던지기, 당구 등 좁은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오락을 즐겼다. 뒷마당이 있는 에스타미네는 활쏘기나 부를르 (bourle라고 하는 두터운 목조 원반을 굴려서 최대한 멀리 나가게 하거나 어느 한 지점에 정확히 도달하게 하는 이 지역의 토속 게임), 심지어 닭싸움 같은 활동을 위한 공간도 준비했다 한다.

릴 메트로폴에 속한 빌뇌브 다스크 Villeneuve-d'Ascq의 향토 박물관 musée du Terroir은 옛 마구간을 에스타미네처럼 개조해 그 시절 오락과 관련된 물건을 전시하고 있다. 배 모양의 작은 고무 풀무를 이용해 구슬을 상대방 진영으로 굴리는 니콜라 당구나, 용수철로 작은 나무조각을 벼룩처럼 튀게 만들어 가운데 홈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벼룩 게임 등 정확성을 요구하는 기술 게임이 많다. 물론 카드 게임이나 오늘날의 모노폴리 같은 거위 놀이 같은 보드 게임도 있다.


이번에는 이 사진을 보고 무엇에 쓰이는 물건일지 맞춰보시라.

이 유리 전시장처럼 생긴 물건은 1930년에 아미앙에서 만들어진 "바오데 게임 jeu Baodé"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주사위를 굴려야 할 일들이 왕왕 생기는데, 간혹 식탁 표면이 갈리도록 험하게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이나 속임수를 쓰는 사람이 있다. 바오데 게임은 물품 훼손이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발명품이다. 양 옆의 손잡이를 동시에 밑으로 누르면 기계 안쪽의 바닥면이 튀어 오르며 주사위를 발사한다. 주사위가 안착하면 그대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자동으로 주사위를 굴리는 장치는 어디에나 있었으나, '바오데'라는 이름의 모델은 프랑스 전역에서도 찾기 어려운지라 선술집에서 주로 사용됐다는 것 외엔 정보가 많지 않다.


주사위 발사!

향토 박물관은 이렇게 프랑스 북부의 농촌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물건을 전시하는 투박한 역사 박물관이다. 손때 묻은 곡괭이나 이가 나간 식기, 백년 전 어린아이가 입던 놀이옷 등 향수와 일으키는 공간이다. 이른 저녁에 마을 사람 웃음 소리와 음악으로 가득한 에스타미네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정겨움이 느껴진다.

 


한 주 한 작품은 '프랑스 뮤제로의 산책 : 오 드 프랑스 편' 발간을 축하하며, 책에 소개된 열네 곳의 독특한 전시물 하나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이 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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