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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랑드르의 한별 Jun 03. 2024

프랑스 북부의 음식 - 디저트 편

달달한 후식과 간식들


저번 글에서는 메인이 되는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향토 음식을 알아봤다. 사실 이 지역은 식사류보다도 제과 제빵으로 훨씬 유명하다. 버터와 흑설탕으로 지친 여행자들의 미각과 후각을 사로잡는 릴 메트로폴리스와 그 주변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를 소개해보려 한다.


카소나드 cassonade

이 지방 디저트의 기본 재료, 베르주아즈 vergeoise라고도 불리는 카소나드는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 지방에서 생산되는 설탕무에서 추출한 흑설탕 (혹은 황설탕)이다. 1806년에 나폴레옹이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륙 봉쇄령을 취하면서 사탕수수에서 추출되는 설탕이 수입로가 막히자, 릴과 그 주변 지역의 사탕무 제배를 활성화하여 카소나드를 생산했다.


스페큘로스 spéculoos

우리 나라에선 Lotus 제과에서 생산되는 '커피 과자'로 더 잘 알려진 비스켓이다. 플랑드르가 에스파냐령이었을 시기의 무역 활동으로 인해 상당한 양의 시나몬이 수입됐다. 이 시나몬이 맛의 베이스가 되고, 거기에 생강, 소구두나 정향 등 각종 향신료를 추가한 후 카소나드로 단 맛을 낸다. 원래는 동물이나 카톨릭 성인 모양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오늘날에는 생산 공정을 쉽게 하기 위해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제작되곤 한다.


다양한 와플 gaufres

이 지역에서 무엇보다 가장 유명한 간식은 와플이다. 벨기에가 구멍이 큰 와플팬으로 만드는 브뤼셀 식 와플(부드러운 빵 재질의 길쭉한 사각형 와플)과 리에쥬 식 와플(브뤼셀 식 와플보다 단단하며, 설탕 결정이 군데군데 박힌 동그란 와플)로 유명하다면, 프랑스 북부의 와플은 구멍이 작은 와플팬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식당이나 제과점에서도 토종 와플보단 벨기에 와플을 더 많이 보게 되지만, 전통적인 향토 와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북부 고유의 와플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뉘고, 두 종류 모두 릴 메트로폴리스 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 릴 식 와플

릴의 와플은 손바닥 길이의 길쭉한 타원형 모양이며, 가운데가 갈려있다. 밀가루, 소량의 설탕, 계란, 녹인 버터, 효모를 넣어 만든 반죽을 와플팬에서 익혀내면 휴지시켰던 반죽이 빵빵하게 부풀어서 나온다. 그때 곧바로 가운데를 가른 후, 상온에서 물러진 버터(포마드 버터라 한다)와 섞은 카소나드를 잘린 와플의 한 면에 잼처럼 골고루 바른다. 그리고 뚜껑을 덮으면 릴 식 와플 완성이다. 시럽이나 녹인 설탕을 반 가른 와플에 바른 후 먹는 벨기에 리에쥬 지역의 라끄망 Laquemant과 상당히 비슷하다.

위키페디아

릴에서 와플로 가장 유명한 제과점은 쉐 메르 Chez Meert로, 1849년에 제과점을 인수한 벨기에인 Michaelus Paulus Meert가 마다가스카르에서 공수해 온 바닐라를 필링에 추가하면서 고급스러운 풍미를 완성했다. 프랑스의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 골이 어렸을 때 좋아하던 간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2. 납작 와플  gaufrette

릴 와플처럼 반죽에 효모가 들어가지 않으며, 밀가루, 카소나드, 계란, 녹은 버터를 간단히 반죽한 후 납작하게 구워내는 비스킷처럼 바삭한 와플이다. 지금까지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며 이해한 바로는 발랑시엔 부근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지만, 릴과 멀지 않은 두에에서도 이런 형식의 와플을 만든다 한다. 와플 유형학 연구를 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듯 하다.


메르베이외 Merveilleux

머랭 상투쿠키를 좋아하시는가? 그렇다면 메르베이유를 드셔보셔야 한다. 메르베이외는 프랑스어로 경이롭다는 뜻으로, 19세기 말 프랑스의 총재정부 시기의 도발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자랑하던 젊은이를 일컫는 "les incroyables et les merveilleuses"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 디저트의 유래나 어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것이 없다. 릴에서 메르베이유로 가장 유명한 제과점 Aux Merveilleux de Fred는 이제 유럽 전역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


타르트 오 쉬크르 Tarte au sucre

토핑으로 설탕이 올라간 타르트는 유럽 전역에서 볼 수 있으나,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지역에선 빵과 비슷한 식감의 반죽에 굵은 설탕 결정이나 카소나드를 올려 구운 디저트를 뜻한다. 지역어로 타르트 오 슉 tarte au chuque 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요리법이 아주 간단한 만큼 가정에서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북부 사람들에게 향수를 가져다주는 음식 중 하나이다.

크라믹 cramique

브리오슈의 쫀득한 식감을 가진 빵으로, 전통적으로는 건포도를 넣어 굽지만 요새는 초콜릿 칩이 박혀있는 경우가 더 많다. 모양은 타원형이 가장 흔하다. 같은 반죽으로 배내옷에 싸인 아기 모양을 만들면 코키유 coquille가 되는데, 아기 예수를 상징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나오는 스페셜 상품이다.


치커리 혹은 쉬코레 Chicorée

치커리 뿌리를 덖어 가루로 만든 것으로, 경제 공황이 있을 때마다 북쪽에선 비싼 커피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커피에 치커리를 섞어서 우렸다. 소화를 돕는 약초로 쓰였던 이 식물에는 카페인이 없어 오늘날에도 커피 대체용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저자는 카페인 섭취가 불가능해, 식사 후 '싸악 내리는' 효과를 위해 치커리 차를 마신다. 다만 물에 타 마시면 밍밍할 수 있기 때문에 우유나 식물성 우유에 타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음료로 마시는 치커리를 이 글에서 소개하는 이유는, 디저트에 쌉싸름한 맛과 훈연 향을 가미하기 위해 빵이나 과자 반죽 등에 소량을 넣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처럼 치커리 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산미가 높고 담백한 커피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이다.


크루스티용 올랑데 croustillons hollandais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역에서 유래된 크루스티용 올랑데는 도넛의 조상격인 디저트다. 빵 반죽을 튀긴 후 설탕에 굴리면 완성되는 아주 간단한 음식으로, 뒤카스 기간이나 크리스마스 기간에 주로 맛볼 수 있다. 갓 나온 따뜻한 크루스티용은 어떤 값비싼 디저트와도 바꿀 수 없다. 저자는 대학생 때 이 크루스티용 올랑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자주 가는 영화관 바로 앞에 와플, 크레프, 크루스티용 등 군것질 거리를 파는 집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 추운 공기 위로 재빨리 퍼지는 달달한 냄새에 끌려 한 봉지를 사서 친구와 나눠먹고는 했다.


사탕류 bonbons

설탕만 있다면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한 사탕은 프랑스 어느 지역에 가도 특산품으로 만날 수 있다. 프랑스 북부도 줄무늬가 들어간 박하사탕인 베티즈 드 캉브레 Bêtise de Cambrai 등 독특한 사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릴 메트로폴리스는 두 시그니쳐 상품으로 유명하다. 하나는 카라멜을 녹여 만드는 손가락 길이의 찐득한 사탕인 카랑바르carambar고, 다른 하나는 곰 모양의 마쉬멜로에 초콜릿 코팅을 한 쁘티뚜르쏭Petit ourson이다. 카랑바르는 1954년에 마르캉바뢸Marcq-en-Baroeul이라는 릴 위성도시에서 만들어졌고, 쁘티뚜르쏭은 아스크Ascq라는 아주 작은 도시에서 개발됐다 (후에 도시는 빌뇌브다스크Villeneuve-d'Ascq에 병합). 둘 다 프랑스에서 자란 어린이에게 추억의 간식으로 여겨진다.

위키피디아



낯선 곳에 떨어지면 모든 신경이 곤두서고,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식도락인 사람이나 '입이 짧은' 사람 모두에게 여행에서의 음식은 예민한 주제인 것이다. 가끔은 시청각을 자극하는 멋진 풍경을 보고 나서도 부실한 식사에 실망해 하루를 울적하게 마무리할 때도 있다. 그 지역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면 메뉴 선정에 실패할 확률은 더 높아지게 된다. 혹시나 릴 광역시를 여행하실 분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이곳의 먹거리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긴 글을 써봤다. 여기 전통 음식이 취향이 아니시라도 걱정하실 것 없다. 적어도 큰 도시 내에서라면 이탈리아 식당, 마그레브 식당, 베트남 식당 등 다양한 지역의 식당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힘을 충전하며 즐겁게 릴을 여행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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