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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드부루 Jun 12. 2024

K의 하루

7. "OO이 좀 데려 가세요."

아파트를 지나 가다 보면 어느 곳이나 아이들 놀이터가 보인다.


평일 정오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아무도 없는 놀이터를 쳐다 보았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늘 사업이다, 직장에서의 프로젝트다, 각종 자격증 공부다 하며 집에서 육아를 함께 해 주기보다, 스스로 고시원 생활을 자처했다 J는 어쩌다 집에 한 번 오더라도 거실에 대(大)자로 누워 큰 소리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허기가 지면 깨어서는 라면을 끓여 어묵이며, 김치며, 각종 남은 것들과 밥을 넣고 끓여 자칭 '라면국밥'을 만들어 먹고는 또 코미디 프로를 보고 그러다가 또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코를 골며 자다가 고시원으로 떠났다.


이러다 보니, 늘상 아이들의 놀이는 K담당이었고, K가 살림살이를 볼 때는 둘이서 놀아야 했다.


놀이터에 나가 보면 그네를 밀어주고, 축구공을 함께 차 주는 엄마와 아빠가 많이들 있었는데,


K의 아이들을 그렇지 못했다.

늘 지친 K와 얼굴도 보기 어려운 아버지 J.


집안에서는 수시로 돈 문제며, 가사문제, 육아문제로 저녁부터 새벽까지 시끄러운 소리들.


아이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K는 회사 프로젝트로 매일 새벽 1시가 되어야 집에 오는 일들이 많았다.

회사일을 적당히 하고 좀 일찍 올 수도 있었지만, K는 회사일이 더 중요한 것처럼 '나 아니면 안돼, 이 일을 힘들어도 내가 해야 해.' 라는 생각으로 버티며 해 나갔다.


그렇게 바쁘게 회사일이 몰아치는 어느 날 .

둘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OO를 더 이상 돌 볼 수가 없어요. 데려가 주세요,'

기막힌 말을 들은 K는 상황을 듣고 보니 더 두고 있는게 안 좋겠다 싶어, 회사일을 덮고 집으로 왔다.

아들이 저녁5시 하원 시간이 되면 부모가 와서 데려가려는 아이에게 인사 대신 얼굴을 할퀴거나 꼬집거나 하는 행동이 점점 커져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행동이 점점 콘트롤이 안되자,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를 포기한 것이었다.


K가 바빠진 것이 1년여동안이 지난 시점인데 그럼 언제부터 K의 아들이 그랬다는 것인가?


'진작에 말을 해 주시지..'

'우리 아들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고 괴로웠을까?' K의 마음은 한 없이 자괴감이 들었다.

아들을 당장 집에서 멀지만 소수 인원으로 운영하는 다른 어린이집을 수소문해 맡기도록 하고 집에 오며 'OO아, 엄마가 미안해,, 잘 못 돌봐줘서..' 하고 말하려니 눈물이 흘렀다.


사느라고 지독하게 애쓰는데 삶이 하나도 편안한 게 없다는 생각이 다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다.


남편은 '앞으로 내가 잘 할께 ' 하였지만,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스스로 그네를 타거나, 혼자 공을 차거나 아니면 엄마에게 나가자고 졸라대거나 할 뿐이었다.


이것이 훗날 어떠한 영향을 K의 가족에게 주었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

그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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