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새벽 운동을 마치고 오시던 중 지나가는 승용차에 몸이 부딪혀 아버지는 오른쪽 발목을 다치셨다.
바로 큰 병원에 가시자고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그다지 크게 아프지 않으니 동네 병원을 가계다고 하는 통에 하는 수 없이 근처 한방병원에 한 달을 입원하셔서 침치료를 받으셨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퇴원을 했음에도 조금 길게 걸으면 발이 붇고 가만히 있어도 찌릿찌릿한 통증이 있다고 하시는 걸 한 달 반을 더 지켜 보았다. 옆에서 엄마는 "낫느라고 그러는 거니 좀 지켜 보자" 하시고 아버지는 침독인가 싶으셔서 "소염제 정도면 되는데 그놈의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약을 지어주지 않는다." 고 불평을 하셨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시겠지..' 크게 생각지 않고 지내다가 세 달이 넘어서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대학병원을 예약하고 다시 이것저것 정밀 검사를 해 보니
의사는 발과 발가락 사이 부분이 골절이고 부스러져 있다고 했다.
'아이고! 아부지!'
한방병원 입원이 아버지 생애 첫 입원이셨는데 이제는 생애 첫 수술을 86세의 고령의 나이에 하게 되셨다.
지난 세 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다. 마치 거꾸로 도는 필름처럼 애초에 큰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후회가 든다.
어떻게 걸어다니신건지 놀랍기까지 하다.
지금 수술실에 들어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졸인다.
마취는 문제 없겠지?
어제 입원하실 때 딸아이가 보호자 교육을 대신 받았고 오늘부터 내가 상주간호를 하기 위해 지금 이 수술실 앞에 대기를 하고 있는데 딸 아이의 말이 떠 오른다.
"워낙 고령이시라 수술이 끝나고 몇 일간은 선망이 오실 수도 있대. 엄마. 너무 놀라지 마."
대학3학년인 딸 아이가 오히려 더 덤덤하게 말하는데 나는 좀 두렵다.
생전 못보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될까봐.
하지만 선망이 문제겠는가!
아버지가 무사히 수술이 잘 되셔서 예전처럼 등산도 가시고 화통하게 웃으시며 동네를 활보하시는 때가 하루 빨리 오는 것이 중요하지!!
별 일 없이 수술이 잘 되시길 기도해 본다.
죄송한 마음을 옆에서 잘 간호해 드리는 것으로 보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