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
'띵동 띵동'
"누구세요?" "아랫집인데요."
이제 8년 차가 되어가는 아파트인데...
아랫집 천장에 물이 새고 있다고 한다.
순간 멍해졌다.
무언가 복잡한 감정들이 올라왔다.
왜?????
무엇 때문에? 왜 우리 집이지??
우선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직원이 바로 와주었다.
하지만 관리소 직원의 태도에
예전의 나라면 침착했을 텐데
복잡한 감정을 가진 가해자의 입장에서
"관리소 일이 아닙니다. 알아서 하세요."
라는 퉁명스럽고 방어적인 관리소 직원의
말과 태도에 갑자기 불편한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래서 언성을 높여가며 항의를 하고 말았다.
관리사무소는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니들이 알아서 하라니...
일단 업체부터 불러서
원인을 찾기로 했다. 결국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다행히 전문가가 빨리 왔고
어디가 문제인지를 찾아냈다.
일단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돈 쓰는 일이다.
보험은 해지하였고 그냥 생돈이 나가야 한다.
돈은 지불하면 되지만...
불행이라는 로또를 맞은 기분은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의도하지 않은 그리고 인지하지 못한
가해자가 된 것이다.
언제나 가해자가 되면
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공동주택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삶에서
누수조차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마치 로또처럼 그렇게 찾아온다.
누수문제는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예전 같으면 심란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풀려고 하거나
아니면 혼자서 끙끙 마음앓이를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답을 안다.
모든 것들은 시간을 견디어 내어야
한다고 말이다.
오늘의 부정적인 에너지는
내일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누수문제를 바라보았다.
누수보다는 관리소 직원의 태도가 불편했고
관리소 직원의 태도보다는
'왜 하필 우리 집이지?'이라는 생각이 불편했다.
'그럼, 다른 집이었으면 괜찮은 건가?'
'그렇지, 왜냐하면 내 일이 아니니까.
나의 불편한 감정이 생기지 않잖아.'
그래... 나는 타인의 일에는 상당히 무감각하다.
나의 감정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의 감정이 개입되면 예민해진다.
이제는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언제나 조급했던 나의 마음을 그냥 그대로
거기에 두었다.
시간이 흐르도록 말이다.
흐르면 흘러가는 대로
나의 감정이 바뀔 테니 말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니
알아서 시간이 지나갔다.
불편했던 감정도 사라지고
오히려 행운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누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변기통에 일 년에 100만 원은 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변기부품이 고장 나서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던 것이다.
누수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 집에서 장기적으로 살면
나의 이득이 되는 것이다.
이래서 인생은 참으로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