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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벽 Feb 27. 2024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2024.2.26.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따듯한 물로 느긋하게 샤워하고 가볍게 마사지하면서 바디로션이나 오일을 정성스럽게 꼼꼼히 바른다. 내게는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힐링 방법이다. 배쓰밤을 넣은 욕조에 하염없이 몸을 담근다면 더할 나위 없다. 문득 훌쩍 혼자 떠났던 여행이 떠오른다. 작지만 욕조가 있는 1인실에서 보냈던 시간이 아른거린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수면 패턴이 조금 어그러져서 피곤했던 몸이 노곤해진다. 여기에 스트레칭으로 몸의 근육까지 자근자근 풀어주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대단한 비법 같은 건 필요 없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훌쩍 높아진다. 소란하거나 유난스럽지 않은 일상 속에서 마음이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다.


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판단은 적절했다. 주목하지 못했던 사실에 주목하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영문도 모른 채 느끼고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정말 집중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스케줄을 조율하며 무리하지 않고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만약 깨닫지 못했더라면, 오늘 하루를 과소평가하며 마쳤을 것이다.


며칠 전에 뽑은 주역괘의 효사를 다시 새겨본다. 다투려고 하는 자는 상대가 아니라 나다. 아무도 나를 위협하지 않는데 내가 상황을 대립 구도로 보고 적대적으로 대한다는 의미다. 다투려고 해도 다툼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싸울 수가 없으니 이길 수도 없지만 패하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이 좋다.


사람은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또한 실제로 어떤지와 상관없이 그렇다고 느끼거나 생각하면, 뇌에서는 상상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지나치게 스트레스나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새것을 더하지 않고 새롭게 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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