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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벽 Feb 29. 2024

쓰고 싶은 글이 많다

2024.2.29.

쓰고 싶은 글이 많다. 쓸 수 있는 글 또한 많다. 몸이 2개거나 하루가 48시간이라면 좋을 텐데. 그런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몸이 아파 제대로 글 한 편도 쓰지 못했던 때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게 벌써 1년도 더 전이고, 그 사이 문집 발간에도 참여했으니 이야기를 꺼내는 게 이제 무척 새삼스러운 일이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고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영원히 이어져 있는 줄 알았던 어두운 터널에는 끝이 있었다. 터널 바깥에는 미로가 있었지만 더 이상 칠흑같이 어둡지는 않다. 터널이 미로로 이어진 길이었듯이, 미로 또한 어딘가로 이어진 길 중 하나다. 길은 계속 이어져 있고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기만 하면 된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않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뛰쳐나온 날이 기억난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더 여기 있으라고 속삭이던 목소리들이 기억난다. 그 목소리들은 지금 어디로 흩어져 있을까. 악의는 없지만 나를 위한 것도 아니었던 목소리들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하다.


이제 곧 3월이다. 요전에 주역괘를 풀었던 게 재밌어서 3월에 대한 주역괘도 뽑아봤다. 본괘는 52번괘, 지괘는 3번괘가 나왔고, 첫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효를 변효로 얻었다. 대략적으로 훑어보니 시작이 순탄치 않고 앞서 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초조해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인 듯하다.


어쩐지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된다. 조금 더디게 나아가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다고 해서 그게 일이 어긋나거나 잘못됐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 같은 속도로 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억지로 괜찮아지려고 하지 않고 그냥 괜찮지 않은 만큼만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요즘 줄곧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덜 하는 것을 고민한다. 줄이면 줄일수록 잃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 하고 싶은 걸 줄이는 것도 아니고 귀찮은 일을 줄여서 더 좋은 걸 얻을 수 있었다. 매일 상당한 시간을 들여 불렛저널을 적고 굳이 글로 옮겨가며 생각하는 순간을 빼먹지 않은 덕분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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