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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완희 Apr 13. 2024

11화 발자취 따라가는 발걸음

with 창덕궁, 후원의 가을내음이 흐놀다.

 

사진출처. mbc드라마 대장금 홈페이지

"홍시입니다."

"방금 뭐라 했느냐?"

"설당이 아니고 홍시이옵니다."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

"예? 저는 제 입에서 고기를 씹을 때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 온데."

"타고난 미각은 따로 있었구나. 그렇지. 홍시가 들어있어 홍시맛이 난 걸 생각으로 알아내라한 내가 어리석었다."


 드라마 '대장금' 하면 떠오르는 '홍시' 장면의 유명한 대사이다.

첫째 아이가 '역사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가장 큰 계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보게 된 '대장금' 만화책 때문이었다. 대장금을 너무 좋아해서 드라마 '대장금'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었는데 그 이후로는 '대장금 드라마'에 빠지게 되었다. 또래 친구들과는 다르게 유튜브로 '대장금'을 찾아보고, 인터넷에서는 배우 이영애님, PD 이병훈님까지 찾아보며 대장금의 모든 것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시절, 아이에게 대장금이란 드라마는 그 어떤 것보다 흥미로운 존재였다.

 아이가 보는 조선왕조실록, 조선왕비실록 책.

 아이의 사극드라마 사랑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허준. 동이. 이산'의 좋아하는 장면을 보고 싶을 때까지 반복해서 본 후, 아이가 향한 시선은 역사 '인물' 책, '역사 이야기책'로 옮겨갔다.

또한 아이는 대장금, 이산, 동이에 나오는 왕은 어떤 왕이며, 왕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역사의 여러 구간 중 특히 '조선시대'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학년이 올라가며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조선왕비실록 등의 책을 보며 역사의 세계에 아직까지 빠져있다.    




 지난 9월 아이들과 간월산에 다녀온 후,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내 의지대로 또 산으로 걷는 여행을 떠난다면 아무리 좋은 자연이라도 아이들이 산에 대해, 또 걷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것 같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 설득하고 협상을 해 왔는데, 이번만큼은 아이들이 가고 싶어 했던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쯤 둘째 아이도 조선시대의 임금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고, 첫째 아이는 서울의 궁궐을 너무 가 보고 싶어 했던 터라 서울의 5대 궁궐 중 후원이 있는 창덕궁을 알아보며 걸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드라마 속 조선시대의 세트장 모습이 아닌, 실제 서울의 궁궐에 가 본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굉장히 흥분했고, 진짜 '임금님의 삶' 속 으로의 여행을 기대했다.


 나는 진짜 '임금님의 삶' 속으로의 여행을 위해 치열한 '예약'을 준비했다.




예매성공 후, 10시 01분에 캡처한 화면.

 오전 9시 59분 심장이 떨리고, 손이 떨렸다. 여러 블로그들을 찾아보니 후원 인터넷예약은 "1분 컷"이라고 했다. (1분 안에 모든 예매를 마쳐야 한다는 뜻) 워낙 느린 스피드에 몇 번이고 실패를 했던 터라 이번엔 꼭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생각했던 일정대로 서울에 머물며 창덕궁 후원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정각,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확하게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고 온 정신을 집중해서 인원과 시간을 빠르게 입력하고 클릭을 해 본다.

결과는! 드디어 "예매성공"이다.


 이게 뭐라고 온몸이 떨리는 것인가! 그 순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다. 오늘이 안되면 다른 날 가도 되고 다른 날이 안되면 또 다른 날에 가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창덕궁 후원예약이 6일 전부터라 '숙소결제'를 미리 해둔 상태라 내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몇 번의 도전 끝에 결국 성공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후원예약은 정말 1분 컷이었다!'


[창덕궁 후원예약방법]

창덕궁 후원예약은 관람희망일 6일 전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사전예매 50명, 당일 현장발매 50명(원하는 회차에 관람이 어려울 수 있다.)

간편 회원가입 이후, 예매가 가능하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 창덕궁 (uforus.co.kr)에서 후원(왕실정원) 특별관람을 예약할 수 있다.


 [창덕궁 관람동선]

3월~6월, 9월~11월 : 후원입구 - 부용지 - 애련지 - 연경당 - 관람지 - 옥류천 (약 90분간 소요)
7월~8월, 12월~2월 : 후원입구 - 부용지 - 애련지 - 관람지 - 연경당 - 향나무길 (약 70분간 소요)


※ 소요시간 및 관람 동선은 날씨, 일몰시각 및 기관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2021년 11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늘 그랬듯 '수능'이 치러지는 날은 왠지 더 춥게만 느껴진다. 오전의 후원예약은 선착순 예약이 치열하여, 오후 2시에 예약을 해 놓은 덕분에 후원을 둘러보기 전 여유롭게 '창덕궁'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창덕궁


 창덕궁은 북악산 응봉의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임금님은 남쪽을 보고 나라를 다스려야 하기 때문에 궁궐의 모든 건물들은 남쪽을 향하고 있다. 자연의 모습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산자락의 모양을 그대로 두고 알맞은 터를 골라 전각들을 지었고, 또한 후원도 자연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여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본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창덕궁을 둘러보며 모든 곳이 좋았지만, 아이들과 더욱 '자세히' 살펴보았던 곳이 있다.

금천교

 첫 번째는 '금천교' 다. 금천교는 창덕궁의 돈화문을 지나면 나오는 '돌다리'다. 금천교는 현존하는 궁궐의 돌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다.

금천교 아래에는 냇물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옛날에는 냇물이 흘렀다. 나쁜 것들이 임금님이 계신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냇물로, 신하들은 이 냇물에 나쁜 마음을 모두 흘려보내고 깨끗한 마음으로 임금님이 계신 곳으로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금천교에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상상의 동물이 있다. "산예, 나티, 해치, 거북" 산예는 다리 위 난간, 나티. 해치. 거북은 다리 아래에서 나쁜 기운을 막고 있다. 우리는 금천교에서 상상의 동물들을 찾아보고, 다리를 손으로 직접 만져보기도 하며 금천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인정전

 두 번째로 아이들과 자세히 살펴보았던 곳은 바로 '인정전'이다. 금천교를 건너 진선문, 인정문을 지나면 볼 수 있다. 창덕궁의 건물 중 가장 으뜸이 되는 건물이다. 2단의 월대 위에 2층 지붕의 건물이 우뚝 서있어 궁궐의 권위를 느낄 수 있는 인정전의 '인정'은 '어진 정치'라는 뜻으로, 나라의 중요한 행사를 했던 곳으로 임금님의 생신이나 명절에 신하들이 인사를 드렸던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정전의 앞마당에 비석처럼 세워진 품계석을 살펴보기도 하며, 용마루에 있는 '오얏꽃 문양'도 살펴보았다.

※ 창덕궁 곳곳에서 오얏(자두)꽃 문양을 볼 수 있는데, 일본이 조선을 '이 씨 나라'로 격을 낮추기 위해 오얏꽃 문양을 넣은 것이라고 한다.


낙선재
낙선재에서

 

세 번째로 자세히 보았던 곳은 '낙선재' 다. 낙선재의 '낙선'은 선을 즐긴다 라는 뜻으로 단청을 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낙선재 뒤로 창덕궁의 후원을 만들었다.


※ 단청: 한국의 전통 목조건축물에 여러 가지 색으로 무늬를 그려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것


 낙선재는 헌종의 서재 사랑채로 사용하였고,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가족이 생활하다 세상을 떠난 곳이기도 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덕혜옹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낙선재에서 덕혜옹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이들은 덕혜옹주를 생각하며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후원예약 시간이 다가와, 낙선재를 지나 우린 후원으로 향했다. QR체크를 하고 후원입구로 들어가자 해설사 선생님(선생님이라고 하겠다)과 함께 설명을 듣는 다른 분들이 후원을 살펴보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온라인예약 50명, 현장예매 50명, 분명 해설예약 모두 매진이었는데 정작 해설을 들으시는 분은 20분 정도였고 나머지분들은 모두 자유관람으로 후원을 둘러보는 듯하였다. 우린 처음이기 때문에 선생님과 함께 다니기로 했다.

 500년 조선의 역사를 간직한 창덕궁의 뒤편에 있는 넓은 후원을 '비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비원은 일본인들이 왕의 후원을 단순한 일반정원으로 깎아내리려고 불렀던 이름인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다 보니 정확한 명칭을 몰라서 그렇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비원이 아니라 "후원"이라는 명칭을 정확히 알자.


 시간이 되어 선생님 그리고 다른 분들과 우리는 후원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후원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담장이 있었는데, 양쪽의 담장사이로 햇빛을 받으며 떨어지는 수많은 낙엽들은 후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골드빛으로 반짝이는 카펫을 깔아주 듯 폭신하게 느껴졌고, 다채로운 색깔들로 물든 단풍나무들은 우리들의 머리 위로 아치를 만들어주어 온전한 가을이라는 계절로 입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창덕궁 안궁궐의 건물들로 느끼지 못했던 가을내음이 후원으로 들어갈수록 낙엽과 단풍의 아름다운 조화로 풍경이 주는 설렘이 우리를 더욱 가슴 떨리게 만들었다.


 선생님과 처음으로 간 곳은 '부용지'와 '주합루'였다.

'세상에.. 유네스코 세게 문화유산 지정받을만하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조화로웠고, 신비로웠다.


 '부용지'는 창덕궁 후원에 조성된 인공연못으로 연못 가운데에는 부용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임금님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뱃놀이도 하고 시도 지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시를 짓지 못한 신하들은 연못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귀양을 보냈다가 풀어주기도 하며, 이곳에서 낚시를 즐겼다고 했다. 물론 잡은 물고기는 다시 풀어주었다고 한다.

 

 '주합루'는 부용정 맞은편에 세운 규장각 2층 건물을 가리키는데, 정조 즉위 이후 임금님의 도서관인 '규장각'에서 신하들과 모여 학문과 나랏일을 의논했다고 전해진다.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 씨의 회갑 가족들을 불러 이곳에서 잔치를 열기도 했다.


 나는 이곳의 '규장각', 왕실의 옛 도서관을 보며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지식의 채움과 동시에 마음의 풍요로움까지 채워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규장각에서 바라보는 부용지와 부용정의 풍경 또한 매우 아름다울 것 같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마음 또한 평온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연꽃이라는 뜻의 '부용' 정 앞에서.

 두 번째 장소로 이동하며 화강암으로 만든 '불로문'을 보았다. 선생님께서 이곳을 지나가면 오래 산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랬는지 몇 번씩 왔다 갔다 하신 분들도 계셨다. 큰 화강암하나를 직접 다듬어서 만든 문이라고 했는데, 작은 돌 몇 개를 붙여도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큰 돌 하나를 다듬어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것도 사람의 힘으로 이렇게 만들어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아이들과 몇 번이나 불로문을 만져봤다. 몇 번을 보아도, 몇 번을 만져도 신기하다고 얘기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애련지

 창덕궁 후원의 두 번째 정원으로 불리는 '애련지'. 1692년(숙종 18) 연꽃을 좋아했던 숙종이 이 정자에 '애련(愛蓮)이라는 이름을 붙여 애련정이라 불렀고, 연못은 애련지가 되었다고 했다. 임금님의 1인 정자였다는 말씀도 해 주셨는데, 연꽃이 가득 핀 애련지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 아이들과 여름의 후원도 가능하다면 와 보고 싶었다.


 그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연경당'이었다. 이곳은 순조가 사대부집을 모방하여 지은 유일한 민가 형식의 건물로, 민가 중에서 가장 큰 120여 칸의 집이라고 한다.

연경당은 사대부 살림 집과 유사하게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와 여성의 공간인 안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단청을 하지 않았고, 사랑채와 안채가 분리되어 있지만 내부는 연결되어 있다.

이 건물은 당시 사대부 주택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어서 고건축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고 한다.


 후원을 둘러보며 정자, 연못, 자연이주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연경당에서는 집이주는 편안하고도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궁궐 내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250년 이상 되었다고 한다)

 궁궐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정말 키가 큰 '은행나무'였다. 진한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나뭇잎이 후원을 걸으며 마침내 아름다움의 '절정'을 알려주 듯, 우리에게 가을이 주는 온전한 자연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존재감 있는 은행나무 옆, 또 하나의 존재감 있는 존재! 육각 겹지붕 모양의 '존덕정'이 있다. 존덕정은 조선 건축의 이채로운 구상과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건물이다.

 존덕정에는 정조의 유명한 명문 '만천명월주인옹자서'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만천명월주인옹은 정조의 '호'다.

만개의 개천에 달이 있고
그 달이 빛나고 있지만
하늘에 있는 달은
오직 하나뿐이고
그 달이 바로 나 정조이고
너희들은 개울이다.
그러므로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에
합당한 일이다.

 

 정조의 정치사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한마디로 '정조임금님이 왕권강화와 개혁정치를 하기 위해 성찰했던 모습'이라 얘기를 해주며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정조임금님의 여러 업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보았다.


 아이는 정조임금님은 세종대왕을 닮았다고 했다. 두 분 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셨던 분이고, 정조임금님이 했던 정치 중에서 금난전권 폐지를 펴냈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다. 왜냐면 그 시대에는 백성들이 상인이나 양반이 아니면 돈을 못 벌기 때문에 어렵게 살 수밖에 없었는데, 금난정권 폐지를 해 자유롭게 백성이 물건을 팔 수 있게 해 주어서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정조임금님이 어릴 때, 사도세자가 죽는 것이 큰 상처였을텐데 그것을 이겨내고 신하들의 모함도 꿋꿋이 이겨내는 정조임금님이 아이는 용감하다고 했다.


  나를 보며 정조임금님에 대해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아이들과 산으로만이 아닌, 아이들이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특했고, 오고 싶어 했던 이곳에 늦게 데리고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후원을 둘러보는 마지막 장소, '옥류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옥류천은 자유관람으로 이루어지며 선생님이 동행하지는 않는다. 옥류천은 '아이 일기의 한 부분'으로 설명을 대신하겠다.


옥류천
첫째 아이가 쓴 일기 중, 한 부분


 옥류천도 기억에 남았다. 옥류천은 옥 같이 맑은 개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옥류천의 넓은 바위에는 둥근 물길이 파여있다. 이것은 임금님이 신하들과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놀이를 하려고 만들었다. 거기에 있는 돌에 시와 옥류천 이름이 적혀있는데, 시는 숙종이, 옥류천이라는 이름은 인조가 새겼는데 그런 것을 직접 보니까 너무 예뻤고, 왕들이 새겼다는 것을 아니까 너무 감동이었다. 실제로 볼 수 있다니 말이다.

- 2021.11.18 창덕궁 후원을 다녀와서 아이가 쓴 일기 중, 일부분





후원을 둘러보고 창덕궁 둘레길을 걸으며.




 창덕궁과 창덕궁 후원을 걷는 여행을 하며, 총 4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던 것 같다. 평소 둘레길과 산을 다녀서인지 걷는 것에는 전혀 힘든 내색이 없었다. 평소 산으로 걷는 여행을 갈 때와는 다르게 , 역사책으로만 익혔던 지식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며, 한 곳 한 곳의 이야기들을 나에게 해주는 아이가 나 또한 너무 신기했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걸으며 느끼는 감각이, 평소 우리가 걷던 둘레길과 다르게 특별하다 느낄 수 있듯, 아이도 가보고 싶었던 곳을 걸어보며 '특별한' 그 무언가의 감각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서울이라는 도심 안, 궁궐과 후원의 아름답고도 매우 가치로운 우리의 문화유산을 사계절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임금님이 사셨던 삶 속의 발자취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던 오늘. 

창덕궁과 후원의 문화유산만큼이나 엄마에겐 너희들도 세상에서 가장 가치로운 존재라고 생각해.



 아무리 좋아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며 걷는다고 할지라도, 4시간동안 걷는것이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끝까지 엄마의 다리아픔을 더 걱정하며 걸어주었던 나연이 나예 너무 고마워.


 



아이들과의 열 번째 걷기 여행 중, 어느 한순간.



 우리의 걷기 여행은 계속 진행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창덕궁/ 금천교/ 인정전/ 낙선재/ 여름의 애련지 사진출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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