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일 년 내내 바쁘게 다른 사람 생일을 축하해 줘도 내 생일은 늘 조용히 지나갔다. 삼일절, 개학 전 날, 쉬는 날이기 때문에 늘 평범한-방학 혹은 학기 중의 생일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고 내 생일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당연했다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받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진심으로 생일자의 행복을 빌었기에, 내 생일이면 꾸밀 것들을 바리바리 들고 캐나다로 오는 엄마와 이모 덕분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였기에, 썩 나쁘진 않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생일 파티를 하는 거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나이가 한 살 두 살 늘어갈수록 늘 생일 즈음엔 주변인들에게 연락을 줄이곤 한다 괜히 내가 기대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민망해서..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개학 전 날이 아니라 좋았지만, 난 재수를 했고, 재수를 망했고 하필 그 여파가 이어지는 연초였고, 그 후엔 혼자 캐나다에 와서 이렇다 할 큰 축하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큰맘 먹고 한국 갔던 코로나 시기에는 하필 그때 코로나 규제가 심해져서 못 모였던지라 그냥 이게 내 운명이려니-하고 살고 있다
내 생일인데 같이 밥 먹을래? 이 한마디가 나한테는 참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내 생일에 초대합니다-를 안 해 봐서 그런가.. 물론 매 해 꼬박꼬박 나를 챙겨준 친구들의 축하가 부족했다는 게 아니다 과장 조금 보태어 그들의 편지 한 줄씩은 외우고 있을 거다 참 고맙고 또 고마운데, 그냥 내가 파티의 중심에서 즐기기보다는 기획하고 뒤에서 지켜보는 게 즐거운 것처럼, 생일도 평생 남만 축하해 줄 운명인가부다 하고 포기한 채 산다
캐나다에 오고 나서 내 생일이 더 이상 빨간 날, 쉬는 날이 아니어서 좋지만 그만큼 내가 좋아하고 기다리는 한국에 있는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갈증이 컸다 올해는 고심 끝에 겨울부터 직장에서 고생한 나를 위해 생일 여행을 알차게 기획했는데 그마저도 날씨가 좋지 못해서 가지 못하게 되었다
태어난 날보다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데 괜스레 서러운 건 날씨 탓이겠지 뭐 쳇
유치한 거 나도 아는데, 그냥 왠지 오늘은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