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늦더위가 이제 진짜 가고 하늘도 높고 선선해진 틈을 타 서울숲으로 구경을 갔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곤 했지만, 이번에는 걸어 다니면서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조금 출출해져 근처에서 간단하게 먹고 집까지 자전거 타고 가기로 했다.
외식을 할 때, 집에서 못 해 먹는 음식을 조금 먹고자 노력한다. 멕시칸은 그중에서도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메뉴이다. 멕시칸 식당을 검색하니 가까이에 'Doce Mexican'이라는 식당이 있어 방문하기로 했다. 오후 4시 반,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서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했다. 과한 요소가 없이 심플하게 꾸며져 있고, 명확한 색들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주문도 태블릿으로 사진을 보면서 고를 수 있어 좋았다. 두 명이서 갔고, 시간도 애매해서 화이타 하나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이곳이 성수동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이 담겨있는 색감과 정갈함이 보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음식의 맛도 좋았다. 자주 가던 토르티야와 소스들을 무한으로 리필해 주는 곳을 갔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토르티야들을 한번 한 번씩 균형 있고 알차게 먹었다. 둘 다 엄청나게 배고픈 상태는 아니었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매우 불렀다. 아마 멕시칸을 먹고 싶으면 무한으로 리필해 주는 곳으로 갈 것 같긴 하나, 이 근처에서 밥 먹을 일이 있다면 또 한 번 들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