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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멍구 Dec 29. 2016

지금, 여기, 낯설게보기

남멍이 찍고 싶은 사진

“잠깐 잠깐 오 분만 더 시간을 줘...!”



사진 독학 스터디 모임의 첫 번째 오리엔테이션 날.

첫 번째 만남의 숙제는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한 장 고르고

한 줄 문장으로 정리하기' 였다.



숙제로 내주면 아무도 안해올 것 같아, 30분을 주며 각자 찍을 사진을 찾아보고 발표하자 했다. 그치만 친한친구들과의 스터디답게, 수다를 섞고 딴짓을 하느라 약속한 시간보다 한참 늦어졌다. 사진을 찾기로 한 시간에 밥도 먹고 오고 커피도 먹다가, 블랙밀크티를 시켰는데 차이티가 나왔다고 점원에게 따지러도 다녀오고, 다른 걸로 전혀 바꿔줄 생각이 없는 점원을 한참 욕하기도 했다. 몇 시간이 걸려 다시 이건 사진 스터디 모임이라며 마음을 다잡으니, 홍학은 '오분만 더!'라며 사진 찾을 시간을 번다.





나는 항상 잘 익숙해져서,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야 그 때 그 광경이 특별했었다는 걸 깨달을 때가 많았어.

영국에 있었을 때, 처음 3개월 정도만 해도 보는 모든 게 신기하고 특별해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었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익숙해져서 찍지도 않고 눈여겨 보지도 않곤 했었어. 지금 다시 그 때를 떠올리면 내가 보던 모든 게 너무너무 특별했었다는 걸 다시 알 것 같아서.. 더 느끼고 담아두지 못한 게 아쉬워.

그런데 지금 이곳의 일상에서도 익숙해져서 특별하게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일상의 특별함을 계속 발견하고 담아둘 수 있는 사진이야. 그렇게 내 사진의 정의 한 줄을 정해봤어.
 
'지금, 여기, 낯설게 보기'야.

-nammung




남멍이 찍고 싶은 사진. 사진 출처 sustain life. 포스팅이 올 때마다 반하는 브런치 작가다.




가위바위보에서 꼴지를 했던 남멍이 가장 먼저 발표했다. 찍고 싶은 사진이나 좋아하는 사진은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말로 뱉고나니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간 내가 '잘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던 사진은 그럴듯하게 보정해놓은 사진이나 은은한 햇빛아래 구색맞추어 찍는 그저 '척하는 사진'일 때가 많았다. 그 사진이 왜 예쁜지 구분도 못하고 (찍힌 장소가 예쁜 건지, 피사체가 예쁜 건지, 빛이 예쁜 건지, 구도가 특이한 건지 암 것도 모르고) 그럴듯해 보이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린다 메카트니 사진전을 가서 이 사진의 포스터를 사왔다. 지금 다시 그 사진전을 간다면, 이 사진을 베스트 사진이었다고 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사진,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고민해보고 나니
내가 요동하는 사진들은 거진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가 찍고 싶은 사진도.



다음 발표는 홍학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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