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필리핀에 여행을 왔다가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눌러앉게 된 그는 여행 가이드 일을 시작했는데
몸도 힘들고 돈도 되지 않아 그만두려다가 카지노 VIP 전문 가이드로 방향을 전환했다.
카지노에 오는 하이롤러(고액 도박꾼)들의 심부름을 해주는 일인데 팁이 많아서 수입이 짭짤했지만
직접 도박을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은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VIP용 테이블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던 손님 일행 중에 한 명이 자기가 자리 비우는 동안
자기 대신 게임을 하라고 한 건데 자기 돈으로 하는 것도 아니니 마음 편하게 베팅을 했는데
거는 족족 들어맞아서 그 손님이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우리 돈 10억 이상을 딴 것이다.
그 일행들은 그때부터 제각각 하던 베팅을 멈추고 가이드의 베팅에 따라갔고 베팅액도 커져갔다.
딜러가 몇 번 교체되었는데도 기세는 줄지 않아 새벽에 카지노가 마감을 할 무렵에는
그 일행들은 거의 2백 억을 땄다.
잠시 일행들 간의 수익배분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가이드는 본인 몫으로 50억 원을 챙겼다.
대리게임을 시키면서 딴 돈의 반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킨 것이지만
가이드의 무지막지한 촉을 본 그들이 다시 그를 대타로 쓸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음 날 저녁에 다시 게임을 이어 나갔는데 전날 딴 돈을 거의 그대로 토해냈다.
안 나온다는 가이드를 다시 카지노에 억지로 부른 그들은 한번 더 가이드의 운빨에 기대했으나
그의 촉과 운은 이미 끝이 났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 전날 딴 돈에 가이드가 딴 돈 전부와
한국에서 가져온 시드머니까지 모조리 다 잃었다.
혹자는 카지노 측에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카드순서에 조작을 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데
그런 거 안 써도 계속 게임을 하면 원래 무조건 카지노가 이기게 되어있다.
다시 그 가이드의 이름을 들은 것은 몇 달 후였는데 그는 가이드를 그만두고
아예 롤링업자로 일하다가 공금과 손님이 환전을 부탁한 돈으로 도박을 하다가 횡령으로 체포되었다.
초심자의 행운은 결코 행운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