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선교사인 부부의 남편이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필리핀은 연락두절이나 실종신고가 꽤 많이 들어온다.
다른 나라였으면 몇 시간 정도는 연락이 안 되어도 크게 불안하진 않을 텐데
필리핀은 사건사고의 나라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비행기만 조금 연착되어도
가족들이 실종, 납치를 의심하고 전화 한두 번만 연락이 안 되어도 신고를 하지만
99%는 얼마 후면 연락이 된다.
이 아내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전화를 해서 대사관에 강하게 항의를 해대는 바람에
거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전화를 받으면 '밖에 나가서 사람을 찾아봐야지 지금 왜 전화를 받고 있냐'며
대사관뿐만 아니라 외교부, 경찰청에 그 선교사가 속한 한국 교회 교단 관계자들까지 민원을 넣어댔다.
실종이나 연락두절의 프로토콜은 우선 한국경찰에 신고를 하는 걸로 시작된다.
몰래 귀국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가족관계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현지 경찰에도 의뢰를 하고 대사관 홈피와 교민사이트에도 공고를 올렸고
이례적으로 대사관 카카오톡에까지 공지를 올렸으나 남편은 며칠간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공지는 올리기는 쉬우나 지워도 사진 등이 남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어이없게도 실종되었다는 남편은 아내의 주장으로는 절대로 갈 일이 없다는 카지노에서
몇 날 며칠을 한자리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다가 탈진상태로 발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