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은 것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행하지 않을 이유들을 수많은 변명을 통해 끝없이 나열한다.
'막상 하려고 하니 귀찮은걸'
'이런 건 전문가들이나 하는 거지 내가 무슨'
'생각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네.. 쓸데없이 돈 쓰지 말고 그냥 절약하자'
'같이 할 사람 찾기도 귀찮아'
'회사 일도 바쁜데 더 이상 일 벌이지 말자'
혹은 이왕 할 거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완벽한 계획이 완성되기까지 미루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추진력은 쉽게 생기지 않기에 무언가를 행할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일종의 촉매제가 필요하다.
촬영 감독이었던 X를 보면 그가 하는 창작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인생을 그리고 꿈을 조건 없이 힘껏 응원해주고 싶었다.
아마도 무의식 속의 나는 내가 동경하는 일을 하는 상대를 응원해 줌으로써 내가 행하지 못한 일들을 그를 통해서나마 채우려 했나 보다. 그리고 그런 상대에게 비친 후광 효과로 인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 나를 꾸역꾸역 맞춰왔던 것이다.
헤어짐 이후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간 동안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내 인생에서 원하는 게 있다면 누군가에게 투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취를 하면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연인 혹은 부부 사이뿐만이 아니라 부모 자식 간에서도 많이들 간과하기 쉬운 부분 일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와 뭐든지 완벽히 해내고 싶은 마음에 나는 이제 와서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을 스스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것들을 스스로 채우고자 했던 마음. 그리고 연애 후에 남는 것이 슬픔이 아닌 앞으로의 인생에 의미 있는 가르침을 주는 긍정적인 시간들로 채우고 싶었던 마음이 나에게는 촉매제였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그런 가르침을 주려고 맺어진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은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 어떠한 사소한 일이든지 간에 모든 이들의 가슴 한편에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이나마 평범한 회사원인 내가 도쿄에서 전시회를 열어보면서 느낀 것은 '모든 계획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대단한 성취가 아닌 몇 번의 작은 시도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만족감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입니다'라는 독자들을 나무라는 듯한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대단한 꿈을 꿀 필요도 없고, 엄청난 성과를 동반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 인생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작은 것부터 행한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며,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엄청난 성취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나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실행한 경험은 사실 꽤나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그런 소소한 작은 기쁨들을 알았으면 한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별 것 아닌 글이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