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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만 Oct 03. 2024

내 서비스는 잘 기획된 게 맞나?

호소다 다카히로,『컨셉 수업』 (2/3)

'이게 될까?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이거 처음 기획 의도에서 너무 멀어진 거 아닌가?'


세상에 완벽한 기획은 없다. 논의를 하다보면 타겟이 바뀌고, 컨셉이 바뀌고, 심지어는 이념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특히 위화감이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목표가 점점 희미해지고,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 서비스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념에 금이 가고, 의심이(사직서가) 고개를 든다. 심지어 그 위화감이 어디에서 온 건지 감도 안 잡힌다면... 말 그대로 앞이 캄캄해진다.



이제 소개할 것은

이 때 사용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스토리 설계'는 『컨셉 수업』에 등장한 방식이다. 

아직 컨셉이 없다면 세울 때 사용하면 되고, 이미 만든 컨셉이 있다면 검토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기획/운영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읽고 따라해보자논리적으로 얼마나 잘 설계된 컨셉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뭔지 모를 위화감이 있었다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순을 잡아낼 수도 있고,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으며, 아예 부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1. 컨셉을 이끄는 질문 만들기 (링크)

2. 스토리 설계하기

3. 컨셉을 '한 문장'으로 쓰기

4. 배운 컨셉 써먹기




두번째 컨셉 수업,

스토리 설계하기


스토리란?


스토리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개연성 있게, 완성된 맥락으로 정리된 모양새이다『컨셉 수업』에서는 2가지 관점에서 스토리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1) 고객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인사이트형(Insight) 스토리

2) 우리 회사의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형(Vision) 스토리



1) 인사이트형 스토리 (고객 눈높이로 보기)


인사이트형은 고객의 심리적 갈등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고객/경쟁자/자사/컨셉 4개의 C를 연결한 후 옛날 이야기처럼 읽어보는 형태로, '고객을 구하는(save) 이야기'를 만든다고 이해하면 쉽다.


생소한 개념인 만큼, 이해가 쉽도록 아래처럼 구성했다.

① 인사이트형 스토리의 대략적 구조

② 『컨셉 수업』에 실린 예시

③ 내가 쓴 인사이트형 스토리


① 인사이트형 스토리의 대략적 구조

CUSTOMER (고객)
- 사람들이 OOO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COMPETITOR (경쟁자)
- 그러나 다른 상품/기업에는 OOO라는 문제가 있다.

COMPANY (자사만의 베네핏)
- 그래서 우리는 OOO하기로 했다.

CONCEPT (컨셉, 새로운 의미)
- 즉, OOO을 제안한다.


② 『컨셉 수업』에 실린 예시 (스타벅스)

1. CUSTOMER (고객)
어느 마을에 몹시 지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매일 집과 직장만 오가는 반복되는 일상에 스트레스가 쌓였지요.

2. COMPETITOR (경쟁자)
그러나 도시에는 제대로 숨 쉴 곳이 없었습니다.

3. COMPANY (자사만의 베네핏)
그래서 스타벅스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널찍한 공간과 고급 소파, 기분 좋은 음악과 커피 향, 혼자든 동료와 함께든 몇 시간이라도 느긋하게 머물 수 있습니다.

4. CONCEPT (컨셉, 새로운 의미)
즉, 스타벅스는 집도 직장도 아닌 '제3의 장소'. 이제 바쁜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되었습니다.


③ 내가 쓴 인사이트형 스토리 (친구 만들기 서비스)

1. CUSTOMER (고객)
어느 마을에 너무너무 외로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대화할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2. COMPETITOR (경쟁자)
그러나 마을에 있는 회관은 항상 남녀를 딱 갈라놓고 미팅처럼 만나게 했습니다. 그는 그런 방식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좀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3. COMPANY (자사만의 베네핏)
그래서 우리는 훨씬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채팅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얼굴을 꼭 노출하지 않아도 되고, 꼭 남녀끼리만 채팅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관심사를 중심으로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4. CONCEPT (컨셉, 새로운 의미)
즉, 우리 서비스는 '사람들과 부담없이 대화하고 친구가 되는 곳'.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글로 다 썼다면, 아래처럼 도식화해보자. 마름모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접속사로 연결시키면 된다. 아래는 해당 방법을 적용하여 위의 스토리를 간단히 도식화한 결과이다.

완성된 인사이트형 스토리



2) 비전형 스토리 (미래 관점으로 보기)


비전형(Vision) 스토리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상적인 미래상에서 거꾸로 계산하여 설계하는 방식이다. 

비전형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미션/컨셉/비전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1. 미션 (MISSION,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조직이 계속 짊어져야 할 사회적 사명

2. 컨셉 (CONCEPT, 새로운 의미)
가치의 설계도

3. 비전 (VISION, 무엇이 목표인가?)
조직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구체적 미래


특히 여기서 '비전'은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선명해야 한다. 책 안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전은 현실의 결정체이며, '흑백이 아니라 컬러로 보일 때까지 생각하라'고 한다.


너무 쉬워서도, 어려워서도 안 된다. '이루기 어렵지만 어떻게든 열심히 하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의 감이다. 이를 저자는 '스트레치존' 안에 있다고 표현한다.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컴포트존', 아무리 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 '패닉존'이면 비전 설정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하자.


완성된 비전형 스토리

완성된 비전형 스토리는 위 같은 모습을 띤다. 나는 인사이트형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친구 만들기 서비스'의 컨셉을 대입했고,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서비스의 미션과 비전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3) 인사이트와 비전을 하나로 (컨셉 피라미드)


사실 인사이트형과 비전형 스토리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컨셉 수업』의 저자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분리해서 설명했을 뿐, 사실은 하나의 몸체로 되어 있으며 컨셉은 그 두 스토리의 교차점이라고 말한다.


1) 고객의 인사이트에 부응하는 내용 (인사이트형 스토리)

2) 조직/팀의 비전을 이루는 첫 걸음 (비전형 스토리)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2가지 요소를 겹쳐보자. 마름모 모양의 인사이트형 스토리, 일직선 모양의 비전형 스토리를 '컨셉' 박스를 중심으로 결합시키면 아래와 같은 피라미드 모양이 완성된다. 

완성된 컨셉 (피라미드)


이제 피라미드를 위부터 아래로 훑으며 위화감이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서비스의 중요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 논리와 맥락을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이 뚜렷해야 한다'

'이상이 있어야 한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서비스 기획자들이 서비스 기획을 하며 많이 듣는 말들이다. 여러 책을 찾아 읽어보면서 '맞아! 딱 이런 느낌이었어!' 하다가도, 막상 책장을 덮고 나면 '흠..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읽은 내용들이 정돈되지 않고 머릿속을 여기저기 부유하고 있는 상태이니 당연하다. 


오늘 소개한 이 과정을 거쳐보자. 내가 기획한 서비스의 컨셉이 이전에 느끼지 못한 수준으로 머릿속에 정리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다음 수업으로 넘어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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