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울렁증을 겪으면서도 사실 난 친구들과 무던하게 잘 지냈다. 같이 밥 먹을 친구, 같이 야자하고 수다 떨 친구,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 줄 친구 등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친구들이 있었다. 겉으로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어느 날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같은 불안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싫어도 웃어넘기고, 예쁜 말 고운 말을 쓰면서 사람들의 눈치를 봤던 것 같다.
학기 말, 롤링페이퍼에 'A는 너무 착해', 'A는 너무 착해서 가끔은 답답해'라는 내용이 있었다.생활기록부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란에는 '친구를 잘 도와주고', '밝은 표정으로', '항상 웃는 얼굴로', '학급 친구들의 호감도가 높고 ',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으며', '친구들이 장난을 하여도 불쾌해하지 않고 받아주어'와 같은 표현들이 가득했다.
친구들과 선생님도 나의 불안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뒤통수가 얼얼했다. 물론, 이런 나의 불안은 결과적으로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게 해 주고평판도 좋게 해 주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애초에 어떤 사람인가' 하는 중요한 '알맹이'를 빠뜨린 채로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했다. 생각을 이어나갈수록 "어쩌면, 예쁨 받고 싶고 미움받기 싫은 욕망, 그게 그냥 나 아닐까?"싶다.
'학교'라는 공간이 마냥 편하진 않았는데, 운명적으로 나는 교사를 희망하고 사범대학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을까? 2차 준비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나는 사랑받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고 벅차다는 감정을 자주 느꼈다. 아직은 병아리 강사이지만, 찐또배기 교사가 되면 아이들과 더 깊이 교감하고 함께 할 수 있겠지!
세상에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 또한, 나처럼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이 넘친다.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욕망과 지향 의지는 우리를 더 사교적이고 나이스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소 답답하더라도, 나는 나와 닮은 그런 사람들의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공감하며, 무엇보다 그들의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