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에 이민 와서 느끼고 경험했던 일 중에서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한다.
사실 이민생활에 대한 느낌을 쓰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 중에 하나이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사는 지역이나 나라 그리고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하면 이민을 경험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와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다는 데서 그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이민 생활 중에 느낀 점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의 전제 조건은 내가 살고 있는 현재 지역과 나의 처한 상황에 따라 제한적이라는 것과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임을 미리 알린다.
내가 미국 이곳 워싱턴주에 이민으로 와서 도착한 날은 2011년 10월 1일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13년 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이곳에 이민자로서 살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몇 회에 걸쳐서 기술하려고 한다. 이런 나의 이야기들이 혹시 미국 이민이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계획하거나 관심이 있으신 이웃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민 온 후 미국에 살면서 내가 느꼈던 것 중 하나가 "그리움"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그리움은 가족과 좋았던 시간과 추억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좀 더 쉽고 빠르게 보고 싶은 형제자매들을 만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사는 게 바쁘고 거리가 멀다 보니 자주 볼 수가 없다.
지난 13년 동안에 한국 방문을 2번 했으니까 대략 6년에 한 번 다녀온 것 같다. 이곳에도 처가가 있어 교류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을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다르다. 물론 한국에 있다고 해도 사는 게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다는 심리적 박탈감 때문에 그 그리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가끔 만나서 식사도 하고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던 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심리적 그리움이 아마도 이민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요즘에는 SNS의 발달로 원하면 언제든지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장소의 그리움도 한몫하는 것 같다. 내가 자란 고향, 내가 생활하고 다녔던 거리, 즉 사람뿐만 아니라 고국산천의 모든 부분이 바로 이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인 것이다. 이 그리움은 추억에 대한 그리움에서 오는 것이지 단순히 사람들에게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가끔 추억에 젖고 싶어질 때, 바로 그곳으로 가서 옛날을 회상할 수 없는 것이 그리움과 외로움을 더 느끼게 한다. 내가 어떤 글에서 "나이를 먹어가면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라고 적은 적이 있는데 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과거의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