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왜 재미있어요?
결혼하고 전업주부 8년 차
마을 교육과 아이들 멘토 상담과 심리 미술 수업을 하기는 했지만 전업주부의 일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결혼 전에는 엄마가 해주는 밥. 엄마가 해주는 모든 걸 누리고 살다가 결혼하며 들은 이야기는
"밥은 제대로 할 줄 알아?"
"라면은 끓여봤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리고 꼭 요리를 잘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해서 조금 그런 말들에 뾰족하게 생각했던
것도 있는 듯하다.
그래 서였던 걸까 음식을 더 자주 해 먹고 더 잘해보고 싶어서 책도 보고 여러 가지 음식을 해봤던
신혼생활이었다.
맛이 없는 음식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잘 먹어주며 이야기해 주는 남편이 있어 요리하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신혼이고 첫아이를 하늘의 별로 보낸 후여서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던 시기에는 여행을
다니며 외식이 많았는데 지금의 딸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이유식 시기가 지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을 때부터 더 즐겁게 요리를 한 듯하다.
엄마가 해 주는 요리는 이유식 시작 할 때부터 뭐든 잘 먹던 아이였지만 커가면서 혹여나 입맛이 변할까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었고 그냥 처음부터 엄마가 되도록이면 다 해줘야지 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 성장시기가 되면 먹성이 더 좋아지는 아이의 컨디션에 맞춰 만들어 주다 보니 더더욱 음식을
가정에서 해주기도 했다.
그날 아이가 원하는 식재료를 냉장고에서 같이 꺼내고 엄마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해 주는 모습을 보고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너무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게 행복이지 싶다.
남편의 음식 준비도 마찬가지다.
혼자 오래 살았던 남편의 영양 상태는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좀 더 신경 써서 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음식에 대해 하나하나 준비하고 되도록이면 저염식으로
준비를 해 주다 보니 여러 가지 음식을 직접 해 주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입맛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촌스러운데 까탈스럽기까지 해서 조금은 피곤했지만 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몸도 건강해지는 모습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텃밭을 만들어 직접 키우기도 하고 마당에서 달래도 캐고 근처 밭에서 쑥도
뜯고 냉이도 캐며 더 즐겁게 음식을 만들었다.
싱싱하고 맛스럽게 자란 텃밭의 농작물을 보면서 딸아이도 이 재료로 엄마가 무얼 만들어 줄지 이야기도
하며 같이 수확을 하며 더 잘 먹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해마다 텃밭의 농작물을 더 키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계절의 변화를 음식으로도 느끼게 해 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봄이면 냉이. 달래로 밥도 반찬도 해 먹고 늦여름 감자수확하기. 가을이면 직접 깎아 곶감도 하고
햅쌀로 막걸리도 담그고 할머니댁에 가서 도토리가루를 만들 도토리도 줍고 씻어 보고 콩도 까고 겨울이면
할아버지가 농사지으신 팥으로 팥죽도 해 먹고 제주도 할머니가 보내주시는 귤로 청도 만들며 계절의 변화를
음식으로도 즐기며 배운다.
자연에서 주는 음식의 소중함도 알고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는지도 알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 시간도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계절음식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을 볼 때도 되도록이면 아이에게 직접 먹고 싶은 식재료를 담아 오게 하기도 했다.
책에서 보았던 식재료들을 호기심으로 담아 가져오면 아이가 좋아하는 요리로 만들어 주고 함께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식재료에 대한 거부감은 정말 없는 아이로 자라 주었다.
솔직히 매번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사람인지라 아플 때가 있고 마음이 힘들 땐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도 있으니 그럴 때는 남편에게 "나 오늘 주방 파업할 거야!!!"라고 외치고 외식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땐 엄마가 먹고 싶은 거 우선이고 그래도 아이가 함께 먹어야 하니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속에서 골라
즐겁게 외식과 외출을 하고 다시 나의 루틴을 회복하고 시작한다.
음식은 사랑이고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느냐에 따라 맛도 모양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유난스럽게 음식을 해 먹고 지치게 사는 듯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이유는 사랑이다.
가족들에게만이 아니라 조금 여유 있게 음식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도 좋아하기에 그 음식에
정성을 사랑을 그리고 마음을 담아 음식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 아이의 작은 세상이기도 하다.
음식을 시작으로 세상을 경험하기도 하고 그 문화를 배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나라를 데려가더라도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었고 오히려 음식을 즐기며 맛을
평가? 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찾는 그런 모습에 지금까지 내가 헛수고하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도 고마움이 컸다.
아일랜드 속담에 " 음식이 가장 좋은 곳에서 웃음이 가장 밝다'라는 말과
"좋은 음식은 진정한 행복의 기초이다"라는 프랑스 요리연구가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말처럼
그만큼 음식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함께 먹으며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기에
주부의 역할이 더 크게 느껴진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직접 해 먹을 이유는 없다.
요즘 밀키트 요리가 워낙 잘 나오니 그걸 활용해서 맛있게 만들어 같이 맛있게 먹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란 사람은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홈메이드를 즐길 뿐이다.
아내가 즐거워야 하고 엄마가 즐거워햐 하고 주부가 즐거워야 모든 것이 즐거울 수 있으니 나의 방식대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인 듯하다.
항상 남편이 해주는 말이 있다.
집에 들어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해 주고 그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모습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있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밉던 마음도 사그라들어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또 준비해 하루의 피곤함을 지울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