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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복댕이 Feb 02. 2024

자연속에서 자라는 아이

너에게 자연을 선물할게

나는 도시보다 시골이 좋다.

한적하고 사계절 변화가 보이는 시골이 좋다.


지금 이곳으로 이사 들어온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인듯하다.


나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살다가 서울로 그리고 다시 인천으로 와 살며 지금 친정 부모님은 인천에 거주하시고 남편은 김포 토박이다.

 처음 결혼하고 김포에서 신혼생활을 하다가 첫 아이를 하늘의 별로 보내고 지금의 딸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에게 시골 전원주택으로 들어가자 이야기를 했다.


처음 남편의 반응은 거기서 살 수 있겠어???라는 걱정의 표정이었다가 너무 반기는 모습이었다.

한 번도 아파트 안 살아 본 사람이 아파트에서 살려니 너무 힘들었던 것도 있었던 거 같다.


집을 알아보는 시기가 임신 3개월 초반이었는데 입덧도 심하고 너무 힘들었지만 남편과 친정의 도움으로 

시골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와서 하늘의 별도 너무 잘 보이고 밤에 산 공기도 느껴지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곳에서 아이를 낳아 자연 속에서 자연에서 놀며 뛰며 육아를 할 생각에 혼자 신나 있었다.


마당에 꽃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교감을 나누는 딸아이




< 자연이 주는 선물을 즐기는 아이 >


아이가 태어나고 걷기 시작하면서 자연 속에서의 육아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문수산이 있고 조각공원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았고 시골동네라서 조금만 산책 나가도 도시에는 볼 수 없는 자연물들로 가득 차 있어 아이는 너무 신나 뛰어다녔다.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며 자유로운 생각과 자연이 주는 여유와 계절의 변화를 알고 그 자연 속에서 느끼는 

생각을 자유롭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걸어 다니기 시작하고 말을 하기 시작하며 아이와 산책을 다니는 즐거움은 컸다.

봄에는 달래. 냉이. 쑥을 뜯기도 하고 여름에는 마당에서 물놀이도 하고 뒷마당 자두나무에서 잘 익은 자두도

따 먹고 오디가 익어가면 손과 입이 까맣게 물들어 갈 정도로 맛있게 따서 먹기도 한다.

가을이면 도토리. 밤을 주우러 가고 관찰하고 겨울이면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도 직접 치우고 군고구마 통에

고구마와 밤도 구워 먹고 얼음 썰매도 타며 계절을 즐긴다.  


친구들과 잔디마당에서 청개구를 찾아 신기하듯 바라보는 모습이 귀엽다.


어느 가을날 산책을 하며 길을 걸어가다가 딸아이가 떨어진 밤송이를 보고 신나게 달려가 앉아 이야기를 

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똑똑똑"

"나는 보현이라고 해. 너는 밤이지?"

"거기서 내가 꺼내줄게. 나 찌르지 마~"라고 하며 꺼내고 싶어 주위에 기다란 나뭇가지를 줍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의 시선에서 이 밤이 밤송이집 속에서 빨리 나오고 싶어 한다 생각이 들었던 건지 꺼내주고 싶어 하는 이쁜 마음도 이야기도 이뻤던 시간이다.


그렇게 꺼내 온 밤을 아빠에게 보여주고 다시 집 마당 큰 돌 위에 놔두며 동물들이 와서 먹을 거라는 예쁜 생각을 한다.



떨어진 밤송이를 보며 속 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



자연을 느끼고 교감하고 맘껏 표현을 하는 아이의 모습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집으로 가는 길 새로 생긴 카페가 있어 들려 베이커리를 사고 정원 구경을 하며 사진 놀이를 하고 아이와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멈춘 딸아이가 흩날리는 벚꽃잎과 바람을 정말 경이롭게 표현을 하는데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엄마 잘 듣고 잘 봐봐~"

"지금 바람이 노래를 하고 꽃잎이 춤을 추며 날아가~"

"꽃잎 요정들이 신나서 춤을 추는 거 같지 않아?"라고 표현을 하는데 지나가던 분들도 아이를 보며 감탄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아이이지만 이런 표현을 어떻게 하지?

자연 속에서 느낌을 표현하고 직접 보고 만지며 교감하며 자라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알게 된 시간이었다.



벚나무 아래에서 맘껏 포즈를 취하는 봄아기



남편과 시간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나 집 주변이 아닌 다른 자연이 있는 곳으로 캠핑을 가곤 했다.

딸아이 4살 여름에 갯벌 체험을 하고 싶어 하는 딸아이를 데리고 선재도에 가서 갯벌 놀이를 하는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딸아이는 갈매기를 따라다니느라 바빴다.


"갈매기야~ 안녕~~~~~!!"

"거기서 기다려~ 나랑 놀자~~~"

이렇게 외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정말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라는 모습에 순수함이 더해지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에 있던 다른 아이도 딸아이와 금세 친해져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속 도망가듯 날아가 버리는 갈매기에 속상한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나도 갈매기처럼 날고 싶어~~~ 으앙~!!"


갯벌에서 갈매기를 따라 뛰어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 강화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시골살이 >


김포에서 5년 정도 아이를 키우며 좀 더 자연의 변화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어 남편에게 강화도로 이사를 가자 이야기를 했었다.

남편은 김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고민을 하다가 아이를 위해 멀지 않은 곳이니 강화도로 들어가

보자며 본격적으로 이사 준비를 했다.


남편과 돌아다니며 알아보다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평온하고 사계절 변화가 완벽하게 잘 느껴져 이곳

으로 이사 온 지 1년 7개월이 되었다.


집 주변으로 논이 둘러져 있어 남편은 이사 오고 제일 먼저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아이에게 보여 준다며

미꾸라지 잡이용 통발을 사들고 왔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남편이 더 신났던 곳인 거 같은 느낌이다.


미꾸라지를 잡아 모아두고 길냥이들에게도 나눠 주고 딸아이와 만져 보며 놀기도 하고 여름 보양식으로 

추어탕도 만들어 먹었다.


강화로 이사 들어와 아빠랑 투망으로 잡은 미꾸라지에 신난 아이



< 살아 숨 쉬는 듯한 자연 속에서 배우는 아이 >


어느 곳이던 그곳에서 내가 주어진 삶을 즐겁게 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란 사람은 이곳 강화가 너무 좋다. 아이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자연의 위대함도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도 자연 속에서 배울 있어 더  정이 들어가는 듯하다.

해 지는 시간이 되면 멋지게 펼쳐지는 석양의 모습도 자신들이 가야 할 곳을 찾아가는 철새들도 천천히 익어가는 벼들도 밤이면 하늘의 수를  놓은 펼쳐지는 별들도 모든 게 자연이 숨 쉬고 오늘 하루 수고 했다고 인사를 해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자연이 주는 선물같은 모습. 이 모습을 보고 느끼며 아이와 살수 있음에 감사하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과 육아를 시작하며 아이에게 제일 해 주고 싶은 것이 자연 속에서 자랄 수 

있게 해 주고 신나게 뛰어놀며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은 나의 선택으로 온 곳이지만 아이도 남편도 만족하며 힐링을 하며 살고 있다.


누구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힐링장소가 있다.

나는 그냥 자연 속인 것 같다.

그 자연 속에서 치유를 하고 숨을 쉬며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같다.


자연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것을 터득하는 딸아이를 보면 나보다 더 느긋하고 더 넓고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연을 닮아가는 그런 모습을 보며 그 모습이 변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비 오던 작년 어느 날 거실창에 앉아 있는 청개구리 모습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조금 있으면 봄이 오는 소식을 청개구리들이 전해 주기를 기다린다.


이곳에 봄이 오는 모습을 천천히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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