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주는 또 다른 감성
제주도의 돌담. 바다 향기. 귤나무가 좋은
나는 제주도 사람이다.
어릴 적 서울로 부모님과 이사를 오고 인천
에서 자라고 친정은 아직도 인천이다.
친정아버지는 대정읍으로 몇 번 드라마에도 나오던 모슬포가 본가이고 친정어머니는 서귀포로 호근이(지금은 호근동)다.
아버지는 바닷가. 어머니는 산촌이라 어릴 적에는 정말 원 없이 바닷가와 산. 귤밭에
따라다니며 실컷 놀았던 거 같다.
아버지 일로 제주시 아라동에 살게 되면서
집에 오시는 아버지 지인분들과 함덕 바다에 가서 실컷 배도 타고 수영도 하며 지내고
외가에 가면 귤밭이 천지여서 실컷 귤도 따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는 밭설이 도 해 보고
심부름 가는 길 구실잣밤나무(제주방언으로는 조밤나무) 열매를 흔들어 따 먹기도
하고 비파 열매를 따 먹기도 하며 추억 가득한 유년기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었고 소중한 추억인지 감사하다.
그래서일까 여기서 태어난 내 아이에게도
제주의 감성을 느끼게 해 주고 남겨 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 자연이 주는 감성을
남겨 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다.
딸아이가 자라며 언스쿨링을 생각하며
시골로 들어오고 아이와 자연 놀이와
감성놀이를 시작하고 공부도 하며 아이의
감성을 채워주고자 했다.
제주도의 감성을 이곳에서 채워 줄 수 없으니 엄마 나름대로 자연 감성을 채워주고 기회가 되면 제주도 집에 내려가 아이에게
제주만의 감성을 남겨 주려 했다.
작년 딸아이와 둘이 제주도를 갔을 때 일이다. 제주도말로 육지에 살았지만 친정엄마는 제주도식 음식으로 명절과 제사 음식을
준비하셨다.
워낙 음식 솜씨가 좋으시고 손도 빨라 모든 걸 척척해 내셨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기름떡.
외할머니가 살아 계시던 어릴 때는 아궁이
불 위에 가마솥뚜껑에 기름을 두르고 찹쌀
반죽 무심히 해서 모양 찍어내고 튀기듯
구워 설탕 뿌려 주시면 그 기름에 설탕이 녹아 쫀득한 기름떡이 돼서 하나씩 들고 먹으면 정말 꿀맛이었다.
그런 기름떡을 생일이나 내가 아플 때는 친정엄마도 꼭 해주셨고 딸아이가 커갈 때
한 번씩 해주셨다.
다리가 아프셔서 수술을 하고 난 뒤 제사를 절에 모시고 안 하게 된 뒤로는 내가 몇 번 만들어 먹었는데 잘 안 하게 돼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기름떡인데 제주에 갔을 때 딸아이가 기름떡이 먹고 싶다고 해서 파는 카페를 우연히 찾아가 보았다.
옛날식은 아니지만 너무 반가웠던 우리 모녀는 너무 맛있게 이야기하며 즐겁게 먹었고 다음에 외할머니(친정엄마)와 함께 오자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었다.
되도록이면 제주에 가면 차를 주차하고 걸어 다니며 새소리도 듣고 제주에만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며 산책을 한다.
같이 찾아보기도 하고 알고 있는 것들은
설명해 주고 놀이도 하며 엄마 어릴 적
추억 팔이도 하며 산책을 한다.
엄마가 제주도에서 살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딸아이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신기해하는 모습이 귀엽다.
어릴 적에는 소중한 줄 몰랐던 제주도의 모든 것들이 지금은 너무 소중하다.
제주도의 추억이 얼마나 이뻤던지 내 아이가 이 모든 걸 함께 추억해 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나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제주도의 바람. 제주도의 귤 향기. 제주도의 돌담이야기. 제주도의 바다냄새. 제주도의 유채꽃. 그리고 어릴 적 동네 한 곳을 채우던 수국과 동백이야기 등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가 뭐가 특별하냐 묻기도 한다.
제주도가 특별한 곳이라기보다 그곳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였다.
제주도의 특별한 체험이나 먹거리가 아닌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바람. 향기 돌 등의
감성을 남겨 주고 싶은 거였다.
그게 왜 중요하냐고 그걸 왜 굳이 남겨 주려고 하냐고 묻는 다면 감성이 충만한 아이는
그만큼 추억이 많고 행복함을 더 느낄 수 있고 그만큼 생각도 깊어지고 글러로 벌 창의 지수나 혁신지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걸 떠나서 나는 내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기에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 내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할 때 가지고 있는 감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성을 채워주고 싶다.
발도르프 교육을 했던 딸아이가 어느 날
방에서 너무 재밌게 웃으며 놀던 모습이다.
혼자 바다. 들판. 길. 무지개 도로를 만들고 ‘귤을 가져다 귤밭을 만들고 양모공으로 돌담을 만들고 말과 양 그리고 물고기 등을 가져다 꾸미며 엄마가 운전하던 도로를 생각하며 꾸민 아이 만의 제주도였다.
혼자서 그렇게 노는 모습이 너무 이뻐 사진으로 남기고 같이 한참을 놀았다.
이런 걸 보면 내가 아이에게 주는 인풋이 헛되지 않음을 내가 남겨 주고자 하는 감성을
아이가 느끼며 자라주는 모습에 감사하다.
동백꽃길을 걸으며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 “를 연신 부르던 딸아이
이곳이 주는 향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동백이 피는 계절에 다시 가자는 아이
그 향기가 행복을 주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하던 아이의 모습이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이 아이에게 제주도의 감성과
제주가 주는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제주도의 추억을 함께 남겨 주고 싶다.
“I go to nature to be soothed and
healed, and to have my senses put
in order.
-John Burroug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