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복댕이 Feb 14. 2024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있네. 수고했다

해마다 만드는 김치만두


“살아있네. 수고했다”

설날이 지나고 지인이  전화로 건넨 안부인사였다. 그러면서 조만간 만나 맛있는 거 먹으며 이야기나 하자고 약속을 잡고 긴 수다를 끝냈다.


시아버지는 대종가집 둘째시고 그 집에 나는 맏며느리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시아버지께서 종손은 아니셔서 크게 힘들일은 없지만 일이 있을 때는 큰댁에 가서 음식을 하고 작은 소소한 일들을 한다.

그것도  코로나 이후로 자주 가지도 못했고 강화도로 이사 들어온 뒤로는 더 못 가기도 한다.

그래도 시어른들이 계시니  맏며느리에 외며느리(도련님이 장가를 안 가서)여서 음식을 혼자 하고 시어른들 집으로 보내 드린다.


간단하게 해야지 하면서 하다 보면 김치만두. 고기만두. 갈비. 잡채. 더덕무침 등 하고 있는 나다.


남편은 괜찮으니 하지 마라 하면서도 이러고 있는 모습에 뿌듯해하고 부모님께 가져다 드리며 입이 귀에 걸린다.

말은 안 그래도 효자 아들이다.


설날 당일은 큰댁에서 아침을 다 같이 먹는다. 정말 어마한 식구들인데 코로나와 바쁜 일들로 다 모이지 않았는데도 거실 안이 가족들로 꽉 찬다.


기름 냄새를 맡으면 입맛을 잃기도 하고 할 일이 산더미니 빨리 끝내자 라는 생각도 무의식적으로 있어서인지 안 먹힌다.

설거지를 시작하고 끝이 보이고 그러면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어 커피를 마시며 뒷정리 마무리를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을 대종가 종부는 어찌할까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하면서 나는 아니라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나의 시어머니는 설거지를 하며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옆에서 거든다 하는데 그것도

싫은 나는 나가시라 그냥 쉬고 계시라 주방에서 내보낸다.

그냥 마음만 받고 싶은 복잡한 마음이다


이렇게 마무리를 조금 하면 나머지는 큰집에 형님들이 일을 마무리하신다며 고생했다 인사해 주시면 남은 커피를 여유 있게

마시고 나의 시댁으로 다시 간다.


그냥 친정으로 갈 수도 있지만 당신들 집에서 하나뿐인 친손녀 재롱도 못 보는 것에

서운 해 하시니 잠깐이라도 들러 점심 먹고

친정으로 간다.


친정으로 가면 남편도 나도 긴장을 풀고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동생 내외와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편하게 쉰다.

올케는 나이차이가 많은 시누이라 힘들겠지만 함께 일을 나누어하고 엄마가 해준

음식 외에는 배달시켜 먹자 하며 서로 불편하지 않게 있으려 서로 노력한다.


친정에서 어느 정도 편하게 쉬고 엄마가

싸주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으로

오면 세상 모든 게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강화 집으로 돌아와 “내 집이 최고다”외치며 소파에 딸아이를 안고 누워서 서로 수고했다 까르르 웃으며 인사 나눈다.

그러다가 할 일이 있음이 생각 나는 순간

“쉬고 싶다…” 중얼거린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다시 냉장고 정리를 해야 하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정리한다.



오늘 아침을 가볍게 시작했다.


그렇게 바쁜 설날이 지나가고 돌아온 평일

모든 게 평온하고 편안하다.


설날 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고 힘들었으니

가볍게 시작하고 연휴로 못했던 일들과 빨래 정리를 하고 다시 나의 삶을 시작한다.


아이와 하루를 계획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파와 한 몸도 되어 있다가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바깥일도 보고 좋아하는 커피도 내려 마시며 나의 시간을 눈치 보지 않고 보낸다.


시원하게 라떼 한잔 마시며 나의 루틴 찾기를 한다.


완전한 연휴가 끝나니 안부를 묻는 지인들이 여럿이다.

시댁을 두 곳이나 가고 두 번 일하는 아니 음식도 해야 하는 걸 아는 지인들이 걱정돼서 묻는 거지만 그것도 귀찮을 때가 있다.


음식은 얼마나 했는지. 큰댁과 시댁은 잘 다녀왔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다.


그냥 살아있음을 보고 하듯 메시지 주고받고 거 가운 지인과 긴 이야기를 하고 다음에 만나 다시 이야기하자 하고 마무리한다.


그렇게 수다 떨고 다음에 다시 이야기할 것들이 남은 걸까 혼자 웃으며 저녁 준비를 한다.


수원 어느 카페에서


명절 스트레스는 크게 없는 며느리이기에

힘든 건 별로 없다.

다만 마음이 힘들어 그게 힘든듯하다.

그래도 크게 불평 없이 하고 그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인 언니가 해 주신 말 중에

“너도 결혼해서 시댁이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너의 남편도 처갓집이 힘들고 불편할 거야. 그래도 너한테 불평 안 하고 밥도 먹고

자고 오면서 가족들과 어울리려 하잖아.

그런 걸 보고 너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앞으로도 덜 힘들 거야”라고 했었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이 모든 걸 받아 줄 테니

풀으라는 말이 생각을 가꾸는 전환 점이 된듯하다.


이렇듯 나를 염려해 주고 안부를 물어주고

맛있는 거 사준다며 위로를 해 주는 내 편들 이 많이 있음에 감사하고 주부로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되는 듯하다.


지인들과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


지인들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 좋았던 곳을 다시 예약하며 내일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주부모드 장착을 준비한다.


내일도 살아남자. 아무렇지 않게

작가의 이전글 놀이를 통해 배우는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