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연 Aug 17. 2024

샌드위치도 요리가 될 수 있을까

가장 자신 있는 요리(?)

작년 겨울 그 한가운데에서 나는 집을 나왔다. 첫 독립이었다. 타지로 발령이 나면서 잠시 관사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근무지는 본가에서 차로 왕복 3시간이 조금 안 되는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이었다. 예정된 수순은 아니었으나, 일 년 정도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사실에 나는 살짝 들떴다. 다만 보통의 생활권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는 그곳에서 음식이란 사 먹는 것이 아닌 만들어 먹어야 하는 과제였다.



집밥(당연히 엄마가 만든)이든 배달앱이든 먹고 싶은 음식에는 언제나 주문으로 일관하던 나. 이런 나에게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 바로 샌드위치다. 샌드위치도 요리라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할 수 있는 음식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나에게 자신 있는 요리가 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샌드위치 두어 개 정도는 거뜬히 해낸다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무려 이 나이에 말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혼자 사는 일은 곧 잘 먹는 일이었고, 그것을 나에 대한 예의라 여겼다. 귀찮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끼니를 건너뛰는 것이 시간은 벌어줄지언정 마음의 여유까지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스스로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일을 거르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 까닭이다. 일상을 잘 가꾸고 있다는 마음에는 약간의 분주함이 수반된다.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손이 꽤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가 샌드위치다. 김밥과 흡사하다. 갖가지 채소를 씻고 다듬어 물기를 빼야 한다. 달걀이나 치킨텐더 등 신선한 재료는 물론 여기에 어울리는 소스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빵 사이에 적당한 양으로 쌓아야 예쁜 모양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샌드위치는 먹기에는 간단할지 몰라도 만들기도 간단한 요리는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했다.



눈과 손으로 더듬어 샌드위치의 절반을 가늠한다. 날렵한 빵칼로 재빠르게 반을 잘라 단면을 확인할 시간이다. 생각한 대로 빛깔 좋은 재료들이 보기 좋게 모여있다면 성공이다. 아끼는 접시에 담아내면 샌드위치는 근사한 한 끼로 탈바꿈한다. 시간이 되는 날에는 몇 개를 더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먹기도 했는데 이 또한 작은 기쁨 중에 하나였다.



예쁜 그릇에 담아내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