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국극에 등장하는 전통 설화속 인물들
드라마 "정년이" 극중 사극 '자명고'의 등장인물인 스파이 "구슬아기"
"가련한 구슬아기, 어여쁜 구슬아기" 라는 고미걸의 대사가 너무 입에 잘 붙어서, 대체 이 익숙하면서 참신한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계속 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캐릭터를 발견했다.
여성국극동지사에서 올린 <공주궁의 비밀> 신문광고. 『마산일보』, 1952.05.04.(출처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당시는 전쟁중임에도 불구하고, 국극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고 하는데요.
임춘앵과 박초월 등 당대 여성 국악인들이 주축이 된 여성국극동지사가 상연한 국극 작품인 "공주궁의 비밀" 의 광고 문구를 보면 공주를 대신하여 시집가는 "버들아기" 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공주를 대신하여 시집가는 버들아기! 그는 왜 첫날밤에 비수를 몸에 품었는가.
꼭 보시라 애리한 이 한도막의 이야기를?
이 작품은, 50년대 국극계의 스타인 "김진진"씨의 데뷔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열일곱 살 때 이모(임춘앵)손에 이끌려 국극에 입문한 김씨는 <공주궁의 비밀>에서 진진 옹주 역을 맞으면서 50~60년 국극계 최고의 스타로 군립했다. 라고 하는데.
이 공주궁의 비밀에 대해서는 그래서인가 얽힌 에피소드가 많이 알려져 있고, 국극 관련 논문에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 작품으로, 특히 캐스팅에서 주인공인 "버들아기" 역을 당시 40대였던 박초월 명창(조통달 선생의 이모이자 키워준 양어머니이자 스승이니, 조관우씨의 친 할머니인 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WsbbAopE60&t=215s
몇 년 전 KBS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조통달 명창과 그의 아들로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은 가수 조관우 그리고 그의 아들 피아니스트 조현까지 3대가 함께한 무대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관우는 어려서 이모할머니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의 보유자 박초월 명창 손에서 자랐다고 하지요. 결국, 박초월 명창의 뛰어난 음악성은 3대를 이어간 셈입니다.
▲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보유자였던 고 박초월 명창
1913년 오늘은 그 박초월 명창이 태어난 날입니다. 박초월 명창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전라북도 남원에서 자랐는데 김정문(金正文)ㆍ송만갑(宋萬甲)ㆍ임방울(林芳蔚)ㆍ정광수(丁珖秀) 등 당대의 명창들에게 판소리를 배웠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좋은 목소리에 성량도 풍부하여 일찍부터 이름을 떨쳤지요. 1930년 전주 전국남녀명창대회에서 1등을 한 뒤 여러 음반회사와 계약을 맺고 「흥보가」ㆍ「심청가」ㆍ「춘향가」 등을 취입하였습니다.
1955년에는 현 서울국악예술학교의 모체인 ‘한국민속예술학원’을 박귀희(朴貴姬) 명창과 함께 설립하고 교사로서 많은 신인을 양성하였지요. 1962년 초대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을 맡았으며, 1971년 국악협회 상임고문, 1974년 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또 1964년 10월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보유자로 지정을 받았고, 1973년 11월에는 「수궁가」 보유자로도 지정을 받았는데, 1983년 11월 26일 66살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지요. 조순애ㆍ한농선ㆍ성우향ㆍ남해성ㆍ조통달ㆍ전정민ㆍ김봉례 등이 그의 소리를 계승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공주역을 맡았던 17세의 김진진 씨의 더블? 카게무사? 역인 "버들아기" 배역이었으니, 비교가 되는 것이 사실이었을 듯.
어쨌거나 이 버들아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으니,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자료가 있는 듯 한데.
버드나무의 정령을 뜻하기도 하고 "유화부인" 의 별칭이기도 한 것이 이 "버들아기" 라는 이름이라고 하는데
천안 삼거리 타령의 화자이기도 한 것이 버들아기라고 합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2217490000002
'천안삼거리 흥~ 능수양 버들은 흥~' 하는 민요로 유명한 천안의 버들아씨 설화를 보자. 이 민요의 주인공은 삼거리에 살던 버들아기인데, 사랑하는 총각이 한양에 과거 보러 가서 급제 후 돌아오지 않자 상사병으로 죽는다. '사랑하는 총각이 과거에 급제했다'는 대목에서 고대 버들여신의 본래 모습이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상대를 변화시키는 능력 말이다
아마도 원작의 작가인 서이레씨께서는 이 "아기" 라는 단어가 다른 단어와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착안하셔서 "구슬아기"라는 캐릭터 이름을 만드신게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iNSre-ALMQ
고미걸이라는 캐릭터 이름도 굉장히 임팩트가 있죠. 당연히 남자이름이겠지만, 왠지 고미Girl로 들리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K3qVQhJyto
이렇듯 50년대에 상연된 국극들은 모두 역사극이거나, 심지어 외국의 원작을 들여오는 경우도,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각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심지어 1949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여성 국극의 시대 개막을 열린 두번째 작품 "햇님과 달님"(첫번재 작품은 흥행에 실패한 "옥중화") 는 떡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햇님 달님이야기가 아닌, 오레라 투란도트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부산에서 임춘앵이 여성국극동지사를 이끌 때 무대에 올린 (1952)의 남자 주인공은 월지국의 젊은 왕, (1952)에서는 좌상 의 아들처럼 남자 주인공들은 강하고 멋지며 여성을 지켜주는 남성들이다. 이 것은 후에 여성국극에서 남자주인공의 전범으로서 끊임없이 이러한 캐릭터들 의 변용을 만들어내게 된다
28) “여성국극의 레퍼토리를 대표하는 것은 창작사극이라 할 수 있다. 창작사극의 번성은 1950 년대 연극계의 전반적인 양상이었지만, 특히 여성국극이 사극 위주의 레퍼토리로만 구성되 었다는 점은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심현주, 앞의 논문, 65면.
한국여성국극연구(1948〜1960) -여성국극 번성과 쇠퇴의 원인을 중심으로- 1)전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