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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바람 Apr 16. 2024

몽골. 애증의 사막. feat. 은하수

친구와의 관계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던 여행

몽골. 요즘 주변에서 몽골 여행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도 하고, 히말라야 여행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자니 생각보다 쉽지않다 생각이 들어 몽골에 다녀온 이야기를 먼저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은 내게 크게 5가지로 기억되는 여행이었다.


1. 친구와 관계가 소원해 지기 시작한 여행.

   +) 몽골 여행은 무조건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갈 것.

2. 낮과 밤 하늘이 모두 아름다운, 그리고 은하수가 더욱 더 멋진.

3. 여행 전 온 폭우로 인한 물줄기, 그리고 그 물줄기를 건너는 모험.

4. 차로 9시간 이동 후 30분 명소 둘러보기.

5. 화장실은 새벽에. 파리보다 모기가 무섭다.


*여행기간: 2018년 8월 4일 ~ 12일(대략 9일)



나는 왜 갑자기 몽골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아프리카에 함께 다녀온 친구가 몽골 여행 후기를 너무 맛깔(?)나게 풀어줬기 때문이기도 했고, 방비엔에서 친해진 동갑내기 친구가 몽골에 가고 싶어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나 또한 몽골에는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던거 같다. 당시 몽골 여행 사진이 인스타를 휩쓸(?)기도 했지만 그런 것에는 워낙 무관심했던 나라서 사실 인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당시 핫했던 몽골을 떠나기 위해서 일행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고, 핫했던 몽골이었기 때문에 인원은 순식간에 다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와 나,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모인 4명의 모르는 사람들(?)과의 동행이 시작되었다(악몽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여행전에 한국에서도 한차례 모여 저녁도 함께 했었는데 불상사를 예상했었어야 했다. 아무튼 미리 말하자면, 친한 친구들끼리 몽골에 가는 것을 강추한다. 차를 오래타도, 화장실이 불편해도, 오랫동안 씻지않아도, 짜증을 내지 않고 불평하지 않는 친구들로. 그리고 저녁에 술한잔 함께 기울일 수 있는 친구들로 말이다. 그리고 TMI이겠지만, 함께 몽골에 여행 간 친구와의 관계는 결국 얼마전 종지부를 찍었다.


아무튼 인천에서 몽골의 울란바토르 칭기스 칸 국제공항으로 비행 뒤, 우리는 울란바토르의 카멜-트랙 게스트하우스(http://camel-track.com/)에서 묵었다.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몽골 초원(사막) 투어 예약까지 다 진행할 수 있었던거 같다. 우리는 물론 오기전에 예약까지 다 했지만. 숙소에 가서 예정대로 착착 모든게 진행되었던거 같다. 그러던 와중에 첫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말고 한 팀이 더 있었는데 그 팀은 전원 여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남자 가이드와 함께 하기 싫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그래서 우리 팀과 가이드를 바꿀 수 없냐고 물어왔는데 사실상 통보였다. 우리는 강제로 배정받은 가이드와 푸르공을 내주어야했다. 제길.


우리가 처음 탈거라 예정되었었던 푸르공 vs. 실제로 우리가 탄 푸르공


눈물을 머금고 위의 왼쪽 멋진 푸르공(푸르공 아닐지도 모르지만 뭐)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우리도 여섯중 네명이 여자였는데. 우리 둘(적어도 나는)은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뭐, 그래도 어쩌겠는가. 남은 일정마저 기분을 망칠 수야 없지 않은가. 최대한 빠르게 기분을 회복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 푸르공이야말로 '진짜' 푸르공 같지 않은가라며 정신승리와 위안을 했다.


초원(사막)으로의 투어를 시작하면서, 거의 바로, 몽골 투어 중 가장 즐겁고 익사이팅한 순간이 우리에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초원으로의 투어를 시작하기 전 비가 많이 내렸다고 했다. 초원에 내린 비는 빠져나갈 곳을 찾아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투어를 시작한지 이 물줄기를 맞닥뜨렸다. 오, 초원 한 가운데 새로이 생긴 강이라니! 이미 한 차는 건너려다 실패해 가라앉고 있었다. 어이쿠. 처음에는 차량의 윗부분이 다 보였었는데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 여행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것인가...


우리 차 아님. 우리 이전에 용기를 내었던 차의 윗부분.



물줄기 앞에 여행객들을 태운 푸르공들이 속속 집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이드와 드라이버들이 모여 의논을 시작했다. 위험을 무릎쓰고 건널것인가, 포기하고 돌아설 것인가. 건넌다면 어떻게 건널것인가. 누가 먼저 건널 것인가 등을 의논하고 있었다. 물줄기가 없는 곳을 찾아 건너면 되지 않는가라고 누군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초원에 내린 비로 만들어진 무려 초원 전부를 가로지르는 물줄기이다. 그런 곳은 없다. 무조건 한번은 건너야한다(우리네 인생 같구나).


<초원에서 예상치 못한 큰 물줄기를 만났을 때 건너는 법>

1. 물줄기 중 얕은 곳을 찾는다.

2. 얕은 곳에 이정표로 사람을 세워둔다.

3. 물줄기 아래 지형이 바뀌기 전에 후다닥 건넌다.


위의 방법으로 우리 차가 첫차로 건너기로 했다. 우리 매니저와 드라이버는 내게 처음으로 건너는 이유는 우리가 건너고 나면 물줄기 아래 지형이 바뀔 것이고 뒤에 건너는 것이 따라서 더 위험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우리가 처음 건너는 것이어서 우리가 그린 루트가 우리의 생각대로 버텨줄지가 의문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첫 출발을 맡았다.


판타스틱했던 순간. 이 순간이 제일 즐겁고 행복했다. >_<      (영상속 목소리 내 목소리 아님)




미친듯이 물줄기를 건너고 있는 우리의 완전 최고 멋진, 최고의 푸르공. 몇 팀이었는지 모르지만 건너는데에 성공하자 우리 모두가 환호했다. 오예!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어디서 멈출지 몰랐다. 드라이버의 순간 판단력 또한 매우 중요했다. 어차피 물 속은 안보이니까.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얕다는 보장이 있지만 그 사이를 지나는 바닥은 깊을지도 몰랐으니까. 사실 우리가 건너고나니 이제 다음차들은 어떨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는데도 어쩔 수 없었나보다. 여하튼 내게 이 여행의 즐거움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_< 쳇. 그리고 모든 차가 무사히 이 큰 물줄기를 건넜다. 비록 차 뒷칸에 실린 짐들이 물에 빠지는 조그만(?) 불상사는 있었지만.



이후의 여행은 아홉시간 동안 푸르공을 타고 달리다가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그날 정해져있는 명소(예. 불타는 죽음의 계곡. 이름 정말 멋지다.)를 한 곳 보고 게르에서 잔다. 그리고 새벽에 다시 일어나 아홉시간 동안 달리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또 한 곳을 둘러본다. 그리고 다시 게르에서 잔다. 이러한 일정이 반복되었다. 다들 차를 탄다고 지쳤고(난 안 지쳤다. 그냥 다들 편한 여행을 기대했거나...) 예민해져 있었다(난 친구에게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다들 사이가 서먹서먹한, 그리고 예민하고 짜증나 있는 상태에서도 할거는 다했다. 다들 인스타 사진에는 진심인가보다 생각했다


오, 지금 다시 보니 생각보다 잘했다. 다시 보기도 싫었는데.



위의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몽골에서 보는 밤하늘의 별은 잊을수가 없다. 당연히 사진에도 다 담을수가 없고. 그래도 사진을 몇장 건져 내 프로필 배경 사진으로 쓰고는 있다.


이사진을 과연 무엇으로 찍었을까 궁금해진다. 아무튼 몽골에서 본 은하수.



이따금 게르에 묵을 때면 다른 일행들과 한 곳 다른 게르에 묵게 되기도 한다. 일행마다 분위기가 다르곤 했었는데 어느 하루는 술과 음악 그리고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팀이 있었다(완전 부럽). 우리 일행은 (부끄럽다) 조용히 해 달라는 부탁을 하러갔다. (도대체 왜). 사실 나는 함께 하고 싶었는데.


여러분은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팀을 꾸려 저위의 은하수와 함께 술과 음악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게 되기를 기도드려보겠다. 내가 못했다고 다른사람도 못하기를 기도하는 그런 속좁은 사람은 되지 않겠다.






사실 더 긴 여정이 뒤에 남아있지만 내 기억에 딱히 더 특별히 남는 여정은 없었던거 같다. 음식은 내게 맞지 않았고(강제 다이어트), 초원은 사진은 무척이나 잘 나오지만 실제로는 염소똥밭이며 그게 사진에는 안나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나의 경우, 화장실은 기온이 낮고 공기가 선선한 새벽에 '파리떼'만 화장실에 있을 때 다녀왔고 부득이하게 오후에 다녀오게 된다면 엄청난 수의 모기를 감내해야했다. 물론 초원(사막)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을 때 설치되어있는 간이화장실의 경우의 이야기이다.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조그만 간이 화장실을 어찌 매일 관리할 수 있겠나. 최근 몽골에 다녀온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요즘은 군데군데 들르는 타운에 아주 깨끗하게 유지보수되는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식당(맛도 있다는)만 있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나는 2018년이었다. 이제는 다르다고 한다.




이대로 글을 마무리하긴 아쉬워 몇장의 사진을 덧붙여 본다(글쓴이 얼굴주의). 모자이크를 하려하다가 나중에 욕먹으면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그냥 올려본다. 아무튼 내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몽골에 여행을 간다면 술과 담배, 음악,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차 멀미가 없는친한 친구들끼리와만 함께 가기를 조심스레 권해본다.








이로서 4번째 여행이야기 몽골편이 끝났다. 올해(2024년) 안으로 25개 에피소드를 성공적으로 작성하고 책으로 발간 해 소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4번째 여행 에피소드, 몽골 여행기,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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