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들은 누가 더 기분 나쁘게 말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어쩌라고'와 '응, 아니야'를 내뱉는 다. 별 거 아닌 말 같지만 1~2학년 아이들은 이 단어를 욕으로 생각해서 이런 말을 들으면 곧장 나에게 고한다.
나는 둘을 불러 자조지종을 물은 후 준서에게는 어쩌라고 말을 한 거에 대해서 서준이에게 사과하라고 하고 서준이에게는 준서를 놀린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며 둘을 화해시켰다.
"어쩌라고."
"응~아니야."
요즘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저 말 자체가 욕은 아니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말투에 따라 굉장히 불쾌하고 욕처럼 들릴 때까 많다. 비야냥거리며 '어쩌라고' 하거나 '응'을 길게 늘여 '으응~~~ 아니야~.' 이런 식으로 말하니 상대방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누구누구가 '어쩌라고'라는 말을 했다고 나에게 와서 자주 하소연하니 그때부터 이 단어는 나에게 꽤 불쾌하고 공격적인 말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무실에서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무례한 말을 했고 나는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바로 어떤 말을 해야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받아낼 수 있을까로 머리를 굴렸지만 결국 어버버만 하다 교무실을 나왔다.
'다다다' 대꾸를 못 한 나를 원망하며 걷는데 입 밖으로 '어쩌라고'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통쾌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왕 내뱉은 김에 복도를 걸어가며 '어쩌라고'를 몇 번 더 말했다.
그 뒤로 나는 짜증이 나거나 대놓고 그 사람 앞에서 화를 못 낼 때는 입 안에서 어쩌라고를 몇 번 외친다. 그럴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속이 뻥 뚫렸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와서 남편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어쩌라고 지가 뭐 어쩔 건데." 성토를 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꼭 초등학생 같이 말한다며 웃었다. 내가? 이성적인 판단을 자랑하고 고급단어를 주로 사용했던 내가 초등학생처럼 말한다고? 나는 나의 품위를 볼품없이 떨어뜨린 꼴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뭐 어쩌겠는가? 이제 어쩌라고는 혀에 착 달라붙어 나를 위로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품위와 고급단어들이 나를 위로하지 못하니 초딩언어라도 쓰며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품위 챙기는 것보다 내 마음이 편한 게 최고다.
'어쩌라고'이 말을 포기할 수 없으니 초등학생처럼 말한들 초딩언어를 받아들여야겠다.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어쩌라고'는 이제 나에게 괜찮은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