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을 할 수 없다면 입꼬리라도 살짝 올리겠어요


평소에 저는 문자나 카톡을 보낼 때 이모티콘을 잘 쓰지 않아요. 학교에서 오고 가는 메신저에도, 지인들과 하는 카톡에도 웃음 이모티콘이나 하트는 거의 없지요. 특히 동료교사와의 메시지나 학부모와의 문자에서는 이모티콘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주로 사무적으로 묻고 답하고 말았죠.

저는 공감능력이 뛰어나서 영화를 보고 자주 울고 인간극장을 주로 보며 다른 사람의 말투나 표정에서 그 사람의 기분을 잘 알아챘어요.

그런 저의 성격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저는 문자나 카톡을 보낼 때도 진짜 좋아해야 하트 이모티콘을, 진짜 웃음이 나야 웃음 이모티콘을 보냈어요.

좋아하지 않으면서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고 웃음이 나지 않는데 웃음 이모티콘을 보내기는 영 찝찝하기 때문이었죠. 감정의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감정에 따른 행동이 일치해야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강박이 있었어요. 이런 성격이 사회생활에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는 없었어요.

저는 감정에 충실한 편이고 감정에 따라 말과 행동이 좌지우지되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될 때는 따박따박 따지고 따지는 상황이 안 될 때는 싫어하는 표정이 바로 얼굴에 드러나기도 하죠.

어떤 남자동료교사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오로라샘은 그다음 행동이 예측돼서 좋아." 저는 그 말을 칭찬으로 알고 여태 몇 년을 살았답니다.

또 어떤 여자동료교사는 "오로라샘과 이야기를 면 집에 가서 오로라샘이 한 말을 곱씹을 필요가 없어서 좋아."라고 했어요. 오로라샘은 겉과 속이 같아서 오로라샘인 한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서 좋다고 하면서 말이죠.

저는 그 말 또한 칭찬으로 생각하며 줄곧 마음 편하게 살았어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저는 미련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의 저는 저의 그런 면이 싫거든요. 누가 저의 다음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싫고 겉과 속이 같아서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저도 싫어요.

저의 마음이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제가 한심하기까지 하니까요. 선의로 베풀었던 행동이 결코 상대방에게는 선의가 아닐 수도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지 뭐예요.

교사생활을 하며 좋은 친구교사도 많이 만났어요. 다툴 때는 서로 속에 있는 서운한 말을 쏟아부었지요. 그러나 그때뿐, 오히려 더 단단한 사이가 될지언정 그 일로 인하여 뒷말이 무성한 적은 없었어요.

러나 이제는 뒤에서 그 사람의 험담을 할지라도 앞에서는 웃는 것이 더 낫다는 걸 경험했답니다.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그 사람도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줄 알았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어요. 밝은 미소로 인사하면 나에게 호감이 있는 줄 단단히 착각했지 뭐예요.


이제 저는 누가 저에게 진심으로 대하는지 아닌지르겠어요. 왜냐하면 앞에서 웃는다고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회적 가면을 준비했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진심이든 아니든 선생님들과 알맞은 거리 두기를 하며 지내기로 했어요.

평소에 싫어했던 사람 앞에서도 이제는 웃으며 인사하려고요. 가짜 웃음이 도저히 안 나오면 입꼬리를 살짝 올리기만 해도 웃는 것처럼 보이니 그렇게 해야겠어요. 그뿐이에요?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기도 할 거예요. 아무렴 어때요? 이것이 나를 보호하는 방법인걸요.


또 아무리 내가 그 사람과 친하다고 생각해도 함부로 친구라고 단정 짓지 않을 거예요. 직장에서 친구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전에는 있었죠. 그때는 다 같이 어렸고 순수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회생활에 찌든 중년인걸요. 동료교사가 무슨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주지 않고 마음을 주지 않으니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기대를 하지 않으니 서운할 일이 안 생기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답니다.

물론 문득문득 장난도 치고 싶고 농담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제가 평소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개그맨처럼 다른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거든요. 하지만 혓바닥까지 농담이 올라와도 절대 내뱉지 않을 거예요. 장난치고 농담하는 사이가 되면 친구와 직장동료 간의 관계가 애매해지고 저는 또 정이 들어버릴 거예요.


웃는 얼굴 그게 뭐라고 그동안 그걸 아꼈을까요? 그냥 웃으면 되는걸요. 물론 웃는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고 약간 어색할지라도 입꼬리를 올려요. 그러면 누가 웃는 얼굴에 애써 침을 뱉을까 싶어요.

그 사람이 꼴 보기 싫어도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뒤돌아서 크레파스십팔색을 중얼거리면 알게 뭐냔 말이이에요. 선생님, 웃는 얼굴, 하고 다녀요. 우리! 까짓 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웃는 얼굴로 직장동료를 대하면 나 좋고 선생님 좋은 것이에요. 다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게 가식적이든 진실이든 저와 선생님에게는 사회적 가면이 필수템이 되었어요.

그러니 오늘도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입꼬리를 올리고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며 마음의 평안을 가지기로 해요. 자자! 스마~일.


episode1.

어떤 교사1 : "영어선생님, 오늘1교시 영어 5교시로 바꿀 수 있나요?"

나: 네^^

어떤 학부모1 : 선생님, 우리 아이가 영어 숙제가 하기 싫다고 해요. 안 내 주시면 안되나요?

나: 아^^, 안 내줄 수는 없어요. 이거라도 해야 단어를 외우거든요. ^^;

어떤 지인1 : 언니, 나 그것 좀 빌려줘.

나: 어쩌지.. 나 그거 누구 줬어 ^^

웃는 이모티콘으로 나의 기분을 가릴 수 있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알까?


일요일 연재
이전 03화선생님의 마음은 선생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