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감능력이 뛰어나서 영화를 보고 자주 울고 인간극장을 주로 보며 다른 사람의 말투나 표정에서 그 사람의 기분을 잘 알아챘어요.
그런 저의 성격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저는 문자나 카톡을 보낼 때도 진짜 좋아해야 하트 이모티콘을, 진짜 웃음이 나야 웃음 이모티콘을 보냈어요.
좋아하지 않으면서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고 웃음이 나지 않는데 웃음 이모티콘을 보내기는 영 찝찝하기 때문이었죠. 감정의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감정에 따른 행동이 일치해야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강박이 있었어요. 이런 성격이 사회생활에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는 없었어요.
이제 저는 누가 저에게 진심으로 대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앞에서 웃는다고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회적 가면을 준비했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진심이든 아니든 선생님들과 알맞은 거리 두기를 하며 지내기로 했어요.
평소에 싫어했던 사람 앞에서도 이제는 웃으며 인사하려고요. 가짜 웃음이 도저히 안 나오면 입꼬리를 살짝 올리기만 해도 웃는 것처럼 보이니 그렇게 해야겠어요. 그뿐이에요?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기도 할 거예요. 아무렴 어때요? 이것이 나를 보호하는 방법인걸요.
또 아무리 내가 그 사람과 친하다고 생각해도 함부로 친구라고 단정 짓지 않을 거예요. 직장에서 친구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전에는 있었죠. 그때는 다 같이 어렸고 순수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회생활에 찌든 중년인걸요. 동료교사가 무슨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주지 않고 마음을 주지 않으니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기대를 하지 않으니 서운할 일이 안 생기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답니다.
물론 문득문득 장난도 치고 싶고 농담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제가 평소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개그맨처럼 다른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거든요. 하지만 혓바닥까지 농담이 올라와도 절대 내뱉지 않을 거예요. 장난치고 농담하는 사이가 되면 친구와 직장동료 간의 관계가 애매해지고 저는 또 정이 들어버릴 거예요.
웃는 얼굴 그게 뭐라고 그동안 그걸 아꼈을까요? 그냥 웃으면 되는걸요. 물론 웃는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고 약간 어색할지라도 입꼬리를 올려요. 그러면 누가 웃는 얼굴에 애써 침을 뱉을까 싶어요.
그 사람이 꼴 보기 싫어도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뒤돌아서 크레파스십팔색을 중얼거리면 알게 뭐냔 말이이에요. 선생님, 웃는 얼굴, 하고 다녀요. 우리! 까짓 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웃는 얼굴로 직장동료를 대하면 나 좋고 선생님 좋은 것이에요. 다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게 가식적이든 진실이든 저와 선생님에게는 사회적 가면이 필수템이 되었어요.
그러니 오늘도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입꼬리를 올리고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며 마음의 평안을 가지기로 해요. 자자! 스마~일.
episode1.
어떤 교사1 : "영어선생님, 오늘1교시 영어 5교시로 바꿀 수 있나요?"
나: 네^^
어떤 학부모1 : 선생님, 우리 아이가 영어 숙제가 하기 싫다고 해요. 안 내 주시면 안되나요?
나: 아^^, 안 내줄 수는 없어요. 이거라도 해야 단어를 외우거든요. ^^;
어떤 지인1 : 언니, 나 그것 좀 빌려줘.
나: 어쩌지.. 나 그거 누구 줬어 ^^
웃는 이모티콘으로 나의 기분을 가릴 수 있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