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초태양반오로라 Feb 25. 2024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

흐렸다 맑음이지 뭐!

 2월에는 교사 인사 발령이 난다. 그러면 그 발령에 따라 출근할 학교가 정해지고 2월부터 그 학교에 출근을 하게 된다. 새로운 학교에 가면 몇 학년을 맡게 될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걱정이 되어 2월에는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2월에 출근을 하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몇 학년, 몇 반' 담임이 되었느냐에 따른 교실이동이다. 1년 동안 교실에 이고 졌던 물건들을 올해 사용할 교실로 옮겨야 한다. 내가 빨리 교실 짐을 빼줘야 그 교실을 사용할 교사가 본인의 짐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짐을 옮기고 난 후 새로운 교실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다. 앞으로 1년 동안 사용할 교실의 첫 작업을 하는 것이다.

 교실이동을 한 날에는 꼭 찜질방을 간다. 육체노동을 한 탓에 몸이 고단하여 찜질방에서 몸을 뜨근하게 지져야 피곤이 풀리기 때문이다.                 찜질방을 가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하기 싫은 교실청소부터 시작한다.. 찜질방에 가려면 교실 짐 정리와 청소를 빨리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실이동과 청소가 끝나면 반편성에 따른 학생 명단을 받고 학생 수에 맞게 교과서를 교실로 옮긴다. 그리고 전에 사용했던 갖가지 교재와 교구를 교실 수납장에 넣고 교실 앞쪽 게시판과 뒤쪽 환경판을 꾸민다.

 마지막으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내 업무가 기초학력이었다면 올해 기초학력 업무를 맡은 교사에게 기초학력에 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올해 내가 새롭게 맡 업무가 교과서라면 작년에 교과서 업무를 했던 교사에게 인수인계를 받는다.


  그런데 이게 또 사회생활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어떤 교사는 업무가 적고 어떤 교사는 업무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묘미라고도 할 수 있고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있다.

  B(업무가 적은 교사)가 한 개의 업무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고 여러 상황을 체크하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지만 A(업무가 많은 교사)는 여러 개의 일을 파악하기 위해 정신이 없다. 그래서 A(업무가 많은 교사)는 B(업무가 적은 교사)가 배려해 주길 바란다.

 그런데 이게 또 B(업무가 적은 교사)는 자신의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기 때문에 A(업무가 많은 교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A가 도와주길 바란다.

  그런데 이게 또 A(업무가 많은 교사)는 지금 너무 바쁘기 때문에 일의 우선 순서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싶어서 B(업무가 적은 교사)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

 바쁘면 사람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나빠서가 아니고 그 사람이 나빠서도 아니다. 바쁜 상황이 사람을 예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A와 B의 업무가 겹치는 것이 있을 때 B(업무가 적은 교사)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A(업무가 많은 교사)는 B(업무가 적은 교사)를 배려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처리하고자 한다.(합리적이라는 것도 뭐, 결국 A의 생각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고 가는 말 몇 마디에 사람 간의 감정이 상하게 되고 서로 불평을 하게 된다.

 맞다. 나는 A교사이고 오늘 기분이 안 좋았다. 내 마음을 굳이 일기장에 나오는 날씨로 표현하자면 매우 흐림!이다. 굳이 왜 그렇게 표현하냐고? 그래도 직업이 교사인데 소위 말하는 '개빡쳤다.', '기분 더러웠다.' 이런 식으로 쓸 수는 없지 않은가.(이미 썼군요. 썼는데 지우기도 뭐 하니 그냥 놔두기로 하지요.)

 보면 다른 교사들은 참을성도 있고 관대한 것 같은데 나는 밴댕이 소갈딱지 같다. 저 사람은 쉬운 업무를 맡았는데도 왜 저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할까에 대해 기분이 나빠지고 심지어 그 사람이 싫기까지 하다.


 전에는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쁜 채로 입을 꾹 다물고 있거나 한 달 넘게 안 좋은 감정으로 상대방을 대하곤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 내 손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속에 짜증과 화를 담고 있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기적이거나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전문사(求田問舍)' 즐겁게 지낸다. 상처받은 사람만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흐렸던 내 마음을 맑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1. 거리 두기를 한다! 코로나도 지났는데 웬 거리 두기냐고? 마음의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이 나에게 큰 손해가 아닌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즉, 알맞게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으로 몇십 년을 살았는데 내 한마디로 바뀔 사람이 아니다.

 대신에 내가 애정하는 진정성, 솔직함은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 버린다. 진정성과 솔직함으로 대하게 되면 마음을 주게 되고 마음을 주면 기대를 하게 된다.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하면 상처를 받고 내 마음은 너덜거려 상처를 회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몸과 마음이 지친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사무적으로 업무 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이 호의적인지 아닌지 상대방으로 하여금 알쏭달쏭하게 하여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 알맞은 거리감이 있으면 서로에게 적당 예의를 갖추게 된다.


 2. 기분이 나쁜 채로 퇴근하지 않기! 어렸을 때는 기분 나쁜 마음이 한 달 넘게 간 적도 있지만 지금 나에게는 나쁜 기분이 한 달 넘게 갈 정도의 열정도 에너지도 없다. 그래서 퇴근할 때는 나쁜 감정을 다 길거리에 버리고 간다.

 걸어갈 때 두 손을 털면서 '나쁜 기분아, 사라져라.' 이렇게 중얼거린다. 중얼거리다가 더 감정이 꽂힐 때는 '나는 소중하다, 안 좋은 일은 다 사져라! 좋은 일만 생길 것이다. 아바라 샤바크라.' 아까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길게 중얼거린다.(큰 소리가 아니어도 입 밖으로 중얼거리면 신기하게도 나쁜 기운이 사리지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가장 유치한 방법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집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웃긴 드라마를 보며 잡생각을 없애버린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마음은 '8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매우 흐림이었지만 '4시 31분부터' 아주 맑음이 되었다. 오늘 남은 하루를 상쾌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능력이니! 용케 되었다. 아주 맑은 하루가!

이전 02화 내 나이 되니 내 마음 편한 게 최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