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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초태양반오로라 Mar 27. 2024

웃는 얼굴! 하지 뭐, 까짓 거

우주초태양반오로라

 나는 이모티콘을 잘 쓰지 않는다. 학교에서 오고 가는 메신저에도, 지인들과 하는 카톡에도 웃음 이모티콘이나 하트는 거의 없다. 특히 동료교사와의 메시지나 학부모와의 문자에서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다.(사무적으로 묻고 답함) 이것이 MBTI와 관련이 있다면 나는 ENTJ로 T와 F가 거의 55:45지만 평소에 나는 비판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편이다.

 문자나 톡을 보낼 때도 진짜 좋아해야 하트 이모티콘을, 진짜 웃음이 나야 웃음 이모티콘을 보낸다. 좋아하지 않으면서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고 웃음이 나지 않는데 웃음 이모티콘을 보내기찝찝하기 때문이다.  감정과 행동이 일치해야 정직하다 생각하는 나의 소신은 사회생활에서는 결코 장점이  수 없었다.

 나는 감정에 충실한 편이고 감정에 따라 말과 행동이 좌지우지되는 편이다. 그래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될 때는 따박따박 따지고 바로 따질 상황이 아닐 때는 '나는 반댈세.'가 얼굴에 바로 드러난다.

 어떤 남자동료교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는 그다음 행동이 예측돼서 좋아." 나는 그 말을 칭찬으로 알고 여태 몇 년을 살았다.

 또 어떤 여자동료교사는 "우주초태양반오로라이야기를 면 집에 가서 ' 우주초태양반오로라'가 한 말을 곱씹을 필요가 없어서 좋아."라고 했다. ' 우주초태양반오로라'는 겉과 속이 같아서 그 말을 왜 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이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서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 말 또한 칭찬으로 생각하며 줄곧 마음 편하게 살았다.

하지만 나는 미련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나의 그런 면이 싫다. 누가 내 다음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 싫고 겉과 속이 같아서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내가 싫다.

 나의 마음이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내가 한심하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서 웃었고 서운한  일이 생기면 가서 그 이유를 물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성격은 다소 지랄 맞라도 솔직한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단순하게 살았던 것 같다. 서로 쏟아내었어도 그뿐, 아니 오히려 더 단단한 사이가 될지언정 그 일로 인하여 뒷말이 무성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제는 뒤에서 험담을 할지라도 앞에서는 웃는 것이 낫다는 (현명하다고 쓰려다 현명이라는 좋은 말로 포장하고 싶지 않아서... 여전히 T...)깨달았다.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사람도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줄 알았 밝은 미소를 지며 말하면 나에게 호감이 있는 줄 착각하고 살았다.

  더구나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과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조심해야 함(우주초태양반오로라님, 너무 좋아요. 친해지고 싶었어요. 성격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초반에 이런 말 하며 친절하게 대하면 마음의 거리 조정하기!)을 이 나이에 알게 되었다. 하긴 이 나이에 직장에서 친구라니! 직장동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 나는 나에게 누가 진심으로 대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몰라도 괜찮다. 진심이든 아니든 나는 지금  알맞은 거리 두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내가 그 사람을 안 좋게 생각했어도 겉으로는 웃으며 인사한다. 그뿐이랴.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한 척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내그 사람과 친하다고 생각해도  함부로 친구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주지 않고 마음을 주지 않으니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기대를 하지 않으니 서운할 일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문득문득 장난도 치고 싶고 농담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꾹 참는다. 장난치고 농담하는 사이가 되면 친구와 직장동료 간의 관계가 애매해서 결국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웃는 얼굴 그게 뭐라고 그동안 그걸 아꼈을까? 그냥 웃으면 된다. 물론 웃는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고 약간 어색할지라도 누가 웃는 얼굴에 애써 침을 뱉을까 싶다. 그 사람이 꼴 보기 싫어도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뒤돌아서 크레파스십팔색을 중얼거리면 알게 뭐냔 말이다. 웃는 얼굴, 하고 다니자! 까짓 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웃는 얼굴로 직장동료를 대하면 너 좋고 나 좋은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저를 친근하게 생각하는 줄 알 것이다. 나 빼고 모두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도 이제 웃는 얼굴! 까짓 거 하고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내 마음 편하자고 웃는 것이니 손해 볼 것이 하나 없다. 기하게도 맞은 거리 두기를 하니 평온한 직장생활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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