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기
매일매일이 너무나 바빠서 글을 쓸 시간조차 없는 요즘이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리고 있나 회의감이 들곤 한다.
뭐든 쫓기듯이 하면 즐거운 것도 무서운 것이 되어버린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고 하던데
나는 어떻게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듯하다.
최근에는 어머니에게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초등학생이었을 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졸업앨범을 못 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말 끝을 흐리니 더욱 가슴이 아파왔다.
나도 언젠가 나이가 많아지면 기록하지 않은 지금을 후회하겠지.
나는 참 과정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결과만을 바라보면서 달려가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빨리 끝이 났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는 아마 이 일이 끝날 거고 또 다른 일들이 올 것이다.
오늘 처음으로 의지가 꺾였다. 그게 몸으로 느껴졌다.
올해가 시작된 이래로 계속해서 달려왔다.
여행 한번 못 가고 과정조차 즐기지 못한 채 달려왔다.
사람은 자고로 체력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고 일어나면 채워지는 그런 게 아니라
여행, 취미 등으로 얻는 즐거움에서 오는 체력이 중요하다.
요즘은 너무 똑같은 하루를 반복해 왔다.
그리고 골방에 앉아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나의 사람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터놓고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그런 사람들은 지금 서울에 모여있다.
사람을 만나는 건 참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활동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에너지를 늘리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였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이 왔다.
핸드폰을 보기도 싫고 책을 읽기도 싫고 공모전을 하기도 싫고 잠에 드는 것도 싫었다.
사실 이렇게 글을 남기기도 싫었지만 이마저 기록이 될 테니 남기고 싶었다.
문득 이런 내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가 궁금하다.
한 장면이라도 좋으니 미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죽어있어도 좋으니, 웃고 있는지, 편안한지, 그런 것들이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