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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한때

어트렉션을 제외하는 한때의 롯데월드

by 조형준 작가

이 날은 2024년 3월 2일이었다. 그리고 연간이용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을 해봤다. 바로 어트렉션은 일절 안 타고 그냥 롯데월드의 분위기를 즐기는 거였다. 내가 롯데월드와 에버랜드에 대한 로망이 생긴 순간은 아무래도 어렸을 때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 때의 나는 집단괴롭힘의 피해자였다. 점입가경 그 자체였다. 집에서는 아동 학대가 기다리고 있었고 학교에서는 집단괴롭힘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내가 속한 반 학생 전원 나를 '도둑'으로 누명을 씌우려고 작정한 사건도 있었다. 방식도 너무 간단했다. 그냥 자신의 물건을 사물함 안에 넣어서 내가 이를 발견하면 바로 함정 카드가 작동했다. 바로 해당 물건을 넣은 학생이 나를 도둑이라고 고자질을 하면 나는 꼼짝없이 도둑이 되어서 담임선생의 체벌을 당해야 했다. 이때 나는 우연히 들은 말이 떠올랐다.

호모 호미니 루푸스(Homo homini lupus)

이 말은 라틴어로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라는 의미이다. 마치 자연에서의 늑대가 경쟁하듯이 행동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나를 괴롭히는 반 학생이나 아동 학대를 저지르는 아버지라는 이름조차 부르기 싫은 존재가 딱 늑대와도 같았다. 반 학생들은 학교 측의 묵인아래 더 과감한 아동 학대를 저지를 수 있었고 그 존재는 친척의 무관심 아래 볼트 커터로 엉덩이도 때리고 머리도 맞을 뻔했던 순간에도 나를 도와준 사람은 적어도 고등학교로 들어가기 직전 만났었던 공지영 작가를 제외하면 없었다. 그나마 지금은 어느 정도 행복을 되찾았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본론을 말하면 학교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에게 들려온 게 있었다. 바로 자기가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거였다. 처음에는 어느 곳인지를 몰라 나중에 검색해 보니 놀이동산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상사병 비슷하게 롯데월드와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하지만 그 존재는 아동 학대에는 소질이 있었으나 나를 보호하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거의 없다. 겨우 부산에 데러 갔을 때에도 모텔만을 전전했기 때문에 가족 여행이라고 보기에도 뭐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서울, 부산, 광주 등을 여행하며 나에게는 라면 한 개만 툭 던지고 TV의 리모컨, 쌀도 숨겨서 몇 칠씩이나 굶기기만 한 아버지라는 이름을 말하기에도 아까운 존재였다.


결국 어렸을 때 나는 단 한 번도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를 가보지 못했다. 그저 어렸을 때의 내게 주어진 것은 오직 학생들의 괴롭힘과 그 존재의 아동 학대만 있었다. 내가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를 연간이용권으로 원 없이 방문하는 것도 어렸을 때의 열망을 조금이라도 채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앞서 올린 글 중에서 마스코트와 같이 사진을 찍은 걸 일종의 버킷리스트 달성이라고 말한 이유도 어렸을 때 롯데월드와 에버랜드에 가면 해보고 싶었던 소소한 목표가 마스코트와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그 목표를 20년이 넘은 뒤 이뤄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야기를 꺼내면 나는 오거스 팩토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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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매한 것은 닭다리 한 개였다. 다행히 롯데월드로 들어가기 전 잠시 다른 외부 음식점에서 식사를 다 마쳤기 때문에 배고픈 느낌은 없었다. 일단 닭다리는 미리 만들어진 게 아니라 방금 만들어져서 바삭거리는 식감이 아주 좋았다. 특히나 치킨 전문점에 못지않는 퀄리티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롯데월드는 버거도 좋지만 치킨도 좋은 선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후룸라이드의 2차 낙하 구간도 찍고 4층에서 아주 근사한 디자인의 창문도 사진으로 남겼다. 롯데월드는 잘 보면 이런 식으로 어트렉션만 탈 때 모르는 멋진 디자인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니 절대 놓치지 말고 파크를 자세히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공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어드벤처를 둘러본 뒤 매직 아일랜드에서 아트란티스 성을 찍었다. 이때가 해가 막 질 때를 의미하는 매직 아워 시간이라서 유난히 아트란티스 성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다고 아예 구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참고로 이때도 낮 시간대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며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다시 어드벤처로 돌아가는 와중에 매직 아일랜드로 나가는 월드 모노레일을 봤다. 월드 모노레일은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에만 매직 아일랜드를 경유해서 간다. 여름과 겨울에는 각각 혹한기, 혹서기로 나가지 않아서 만약 월드 모노레일을 매직 아일랜드에서 봤다면 그 날은 날씨가 아주 좋다고 할 수 있다. 단, 바람이 많이 불 경우는 날씨가 좋아도 안 나간다. 그런 점에서 아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밤이 되고 나서 다시 매직 아일랜드로 나갔다. 왜냐하면 아트란티스 성의 야경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롯데월드의 매직 아일랜드 내에서는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아트란티스 성이다. 왜냐하면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구석구석 색이 있는 유리가 있는 게 있다. 일반적인 유리는 색이 없는 게 특징인데 아트란티스 성은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어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곳에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색이 있는 조명으로 스테인드 글라스를 비추고 있다. 덕분에 스테인드 글라스의 원래 색은 낮보다 훨씬 더 화려해졌고 실제로 야간에 타면 그 효과가 더 커진다. 이건 탑승영상(POV)로는 느낄 수 없는 직접 타야 느껴지는 부분이라서 롯데월드에 오면 아트란티스는 꼭 타보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2층에 있는 특정 공간으로 왔다. 아마 롯데월드를 자주 왔다면 이곳이 어딘지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그 정도로 유명한 공간이었고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시간이 되면 이곳의 테라스에 서서 퍼레이드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여기에는 내가 앞선 글에서 말했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로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땅굴 밑에 사람이 수레를 끌거나 뭔가를 운반하는 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입구마저 아치형으로 되어서 더 유니크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진을 찍은 직후 바로 정문으로 나가며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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