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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 Mar 17. 2024

2023년 초여름, 보은

엄마가 오랜만에 저녁 산책을 가고 싶다고 하셨다.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우리 가족은 늦은 오후나 저녁에 걷고 싶을 땐 산과 밭으로 둘러진 시골 도로를 걷곤 한다. 일찍 잠드는 시골 마을은 이른 저녁부터 조용해진다.

저녁 8시만 되어도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 고양이 소리만 들리게 된다.

도란도란 가족들이 함께 대화하며 어두운 도로에 가끔 있는 가로등 불빛을 의지하며 걷는 산책을 종종 했다. 

하지만 가끔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을 산책하는 것이 우리 가족에겐 더 낯선 산책이라 흥미롭다.



보은군 뱃들공원으로 향했다. 

보은문화 예술 회관과 작은 영화관이 함께 있는 이 공원은 작지만 작은 다리와 하천 산책길이 가까이 있어 아이들과 가족들, 그리고 보은군에 사는 연인과 학생들이 자주 산책하고 쉬는 곳 중 하나이다.

뱃들공원 앞에 맘스터치가 있어 포장해 차 안에서 저녁을 했다.

산책 전 공원을 좀 바라보는데 아이들이 공원에 있는 무대에서 춤을 추고 놀고 있어서 정말 귀여웠다.



밥을 다 먹고 나오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공원에 있는 나무와 동다리교에 빛이 들어왔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졌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 운동을 위해 가볍게 조깅하는 사람 등등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천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평교 아래로 걸어 가로수길이 쭉 있는 산책길로 들어섰다.

노을이 지는 선선한 여름 풍경에 안 그래도 예뻤던 경치에 신기하게 분홍색 스쿠터가 있고, 조금 더 걷다 보니 민트색 자전거가 있었다.

엽서 같은 모습에 여러 각도로 풍경을 감상하며 바라봤다.



바람이 불어 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연보랏빛 하늘에 스며드는 아파트와 건물들, 산, 하얀 꽃과 푸른 밭. 여름이라 해가 길어 어두워도 보랏빛으로 어두워져 걸을 때 불편함이 없는 산책에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어두워진 뱃들공원엔 여전히 아이들과 가족, 친구들이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하고 걷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매번 여름의 기분 좋은 공기는 사진을 보거나 그날을 기억하다 보면 비슷하게 생각나고 느껴진다.

가족과 웃으며 걸었던 이 공기가 언제나 떠올려지면 좋을 것 같다.

감사한 하루였다.




보은 뱃들공원, 동다리교, 이평교,  풍취 1교

noki.and.no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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