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지는 밤.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 앞에 모였다. 채널을 돌리다 보니 ‘바퀴 달린 집’이 나왔다.
캠핑카지만 집에 가까운 크기라 ‘바퀴 달린 집’이라 부르며 전국에 쉴 곳을 찾아 추억을 쌓는 예능인데 옥천이 나왔다. 충북 산골마을에 사는 우리에게 가까운 장소라 더 집중하며 시청했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찬리에 있는 ‘고래마을’의 이름은 장찬 저수지의 모양 덕분에 만들어졌다. 지도를 찾아보니 저수지 모양이 정말 고래와 흡사했다. 고래를 테마로 꾸며진 마을이 궁금해 다음 날 오후 고래마을로 향했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방송에서 봤던 알록달록한 모습은 없었지만 날이 맑고 저수지 수면이 잔잔해 차분한 느낌이 운치 있어 좋았다.
고래마을 입구 쪽으로 가는데 고래와 관련된 그림과 조형물들이 많이 보였다.
분홍빛 고래들이 많아 귀여웠다.
사람들이 많이 주차하는 곳에 차를 대고 나오는데 호떡 냄새가 났다.
가까이 가보니 입구와 가까운 곳에서 호떡을 팔고 있었다.
하나씩 먹으면서 걸으면 좋을 것 같아, 종이컵에 담아주는 호떡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고래마을 입구 쪽에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있다.
저수지 모양으로 위치를 보자면 고래 꼬리에 있는데, 우리 가족은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 꼬리 부분을 쭉 걷기로 했다. 고래 저수지 주변으로 산이 완전히 둘러싸고 있어 나무에 잎이 가득할 때 보면 더 예쁠 것 같았다. 하지만 날이 추워져 호떡이 더 맛있는 건 사실이었다. 쌀쌀해진 고요한 산책길에 따뜻한 호떡이 몸을 녹여주는 그 느낌이 좋았다.
천천히 다리를 건너 반대편에 도착했다.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눈에 띄는 나무가 있었다.
‘호떡’이라는 글이 적혀있는 조롱박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는데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현수막이나 큰 나무간판으로 호떡을 광고하는 건 봤지만 이렇게 작은 조롱박이 걸려있는 건 처음 봐서 정말 귀여웠다. 자연경관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뜬금없이 걸려있는 조롱박에 눈이 갈 수밖에 없어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꼬리 모양을 따라 쭉 걷는데 길이 깔끔해 걷기 편했다. 마을 벽에는 분홍 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귀여운 부엉이 모형들도 많았고, 심지어 마을 분리수거함까지 예쁘게 페인트로 칠해두신 걸 보고 감탄했다.
즐겁게 감상한 후 오랜만에 내가 한참 빠져있었던 사과 라테를 먹고 싶어 옥천 읍내에 있는 카페 뜰팡에 갔다.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 바로 옆에 있는 카페인데 과일 음료들이 신선하고 맛있어 종종 갔었다. 부모님은 따뜻한 대추차를 마시고 나랑 동생은 사과 라테를 마셨다.
푹 쉬었다가 저녁에 먹을 햄버거를 포장해 집에 도착해 맛있게 먹었다.
오후부터 저녁까지 정말 즐거웠다.
한마을에 애정을 가지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고래마을!
많은 마을들에 각자의 이야기가 있을 텐데 그 이야기를 푸는 과정들이 궁금해졌다.
언젠가 조금씩 전국의 이런 이야기가 있는 마을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시간과 계절 : 2022년 늦가을
* 장소 : 장찬 고래마을, 카페 뜰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