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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 Feb 06. 2024

2022년 가을, 문경


여느 때와 같이 

차분한 산책과 관람 위주인 여행을 하기 위해 고모산성에 갔던 날, 레일바이크를 하는 많은 가족들을 보게 되었다. 종종 레일바이크를 봐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이상하게도 여름날 본 레일바이크가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아빠에게 가족 함께 타보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한여름에 타는 건 더울 테니 가을에 가자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으면서 또 시간이 좀 지나니 잊고 있었는데, 가을이 되었으니 다시 문경으로 가자는 아빠의 말씀에 신났다.



따뜻하면서도 선선한 날씨에 여행을 시작했다.

창밖의 가을 풍경을 조금 즐기다 차멀미로 잠에 들다 도착한 곳은 가은정식당이었다.

좀 이른 점심시간이라 우리 가족이 도착했을 땐 손님들이 없어 조용했다. 


가게는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소불고기 전골 2인과 부대찌개 2인을 시켰는데 우리 가족이 먹기에 양이 많아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감사하게도 식당 주인분께서 과일을 깎아주셨다.

배부르게 먹고 과일까지 먹으니 조부모님 댁에 온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가은정식당 바로 앞에 가은아자개장터가 있었다.

찾아보니 체험형 전통시장으로 과거 전통시장을 재현해 민속놀이와 도자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바닥에 돌차기 종류 중 하나로 보이는 틀이 있었는데 대중적인 땅따먹기만 할 수 있는 나에게 낯설고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방법만 알면 해보고 싶었다. 가게들도 예쁘고 작은 무대도 있어 여러 문화행사를 하기에 좋아 보였다. 사진 여러 장 찍고 천천히 돌아보며 구경했다.



문경시에 레일바이크가 두 군데 있는데 우리 가족은 고모산성과 더 가까운 진남역으로 갔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 티켓을 받고 안내를 받아 바이크에 올랐다.

나와 동생이 앞자리에 앉고 부모님은 뒷자리에 앉았다.

레일바이크는 자동과 수동을 조정할 수 있어서 편했다.  내가 앞에서 상황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평화로운 감상도 잠시, 한참을 터널 속에 귀여운 조형물들을 구경하다 문득 앞을 보니 내 앞에 정말 처음 보는 벌레가 매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차라리 아는 벌레였으면 건드려서 치우기라도 했을 텐데 너무 낯설고 무서운 비주얼에 레일바이크 조정하는 핸들만 붙잡고 고개를 젖히며 소리를 질러댔다.

동생이 팔로 휘저어도 잘 안 닿고 부모님은 앞에서 난리를 치는 날 보면서 걱정하셨다.



동생이 곤충을 잘 알고 있는 편이라 날 안심시키기 위해 잠자리 애벌레가 말라죽은 것 같다고 했는데 긴 죽은 벌레가 거미줄에 매달려 내 눈앞까지 오니 너무 무서워서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알게 되면 건드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풍경 보기도 아까운 시간을 날리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동생이 계속 팔이 안 닿아서 못 치워주자 여분의 마스크가 있다는 걸 알고 자기 마스크를 벗더니 마스크 끝으로 벌레를 쳐서 감아 치워 주는 묘기를 보여줬다. 


덕분에 그제야 멋진 풍경들이 보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이크를 탈 수 있어 동생에게 정말 정말 고마웠다.



레일바이크를 재밌게 타고 나오면서 역 이름이 보이게 찍었는데 은행나무가 예뻐서 사진이 멋지게 나왔다.



차를 타고 방송에서도 몇 번 나오던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을 갔다.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굉장히 큰 안내판이 보였는데 외국 마트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그 앞에 아빠가 포즈를 취했다. 아름다운 꽃들도 많은데 굳이 이 앞에서 포즈를 잡으셔서 웃겼다.



표를 사서 터널을 구경해 볼까 싶었지만 때마침 많은 수의 관광객분들이 오셔서 그냥 터널 앞에 정원을 보기로 했다. 시원하게 흐르는 강과 돌산, 그리고 단풍들까지. 가을볕을 피해 그늘 아래서 한참을 구경했다.

주차장 쪽에 있는 다리 역시 포토존으로 좋아 보였는데 저녁에 조명이 켜지면 더 예쁠 것 같았다.



하루 여행을 끝내기엔 시간 여유가 남아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뭐가 있나 찾아보니 도자기 박물관이 있었다.

평소 도예와 도자기도 종종 찾아보는 편이라 기쁜 마음으로 향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굉장히 깔끔한 박물관이었는데 예술적인 조형물과 디테일이 좋았다.


‘찻사발’에 대해 자세히 몰랐는데 관련된 이야기와 만드는 과정, 역사적인 부분들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찻사발 외에도 항아리나 여러 도자기의 종류를 알 수 있다.  


엄마와 꽤 천천히 꼼꼼하게 보았다.

아쉽게도 2 전시실은 새로운 작품을 놓을 예정인지 막혀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사라질 정도로 3 전시실이 매력적이었다.

도예가분들의 작품들이 엄청 많았는데 작가님에 대한 정보와 작품을 이렇게 잘 정돈된 느낌으로 많이 볼 기회가 없어서 좋았다. 각 작품마다 어떤 부분을 신경 썼을지 찾아가며 보면 여러 작품의 공통점과 분명한 차이점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행복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다 좀 출출해져 휴게소를 들렸다.

간단한 간식을 빨리 사고 다시 차에 돌아오려 했는데, 휴게소 문을 열자마자 너무 놀랐다. 


시루봉휴게소였는데, 지금까지 본 휴게소 중에서 가장 화려했다.

샹들리에가 있는 휴게소라니! 잔잔하고 전통적인 느낌의 여행에서 엄청난 마무리였다. 


사실 외관은 전통적인 느낌이라 문경부터 괴산까지 여행 테마가 잘 맞네! 생각했는데

들어가서 보니 유리와 바닥 모두 반짝이고 화려한 소품들로 가득해서 편의점이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다행히도 편의점이 있었는데 생전 본 편의점 중에서 가장 화려한 편의점이었다.

이렇게 화려한데 과자와 컵라면이 있다니. 싶을 정도였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고 차에 타 아빠와 동생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흥분된 대화를 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가은 정식당, 가은 아자개장터, 문경 철로자전거 진남역, 문경 오미자 테마 터널, 문경 도자기 박물관, 시루봉 휴게소

noki.and.no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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