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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 Feb 20. 2024

2023년 봄이 되기 전 겨울, 증평



추위를 많이 안타는 편이라 겨울치곤 춥지 않고 선선하다는 느낌이 든 어느 날.

가족 모두 산책을 하고 싶어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아봤다. 


우리 가족에게 산책하기 좋은 곳의 조건이 몇 있다.

첫째는 엄마가 큰 동상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압도되는 느낌의 동상이 없는 곳.

둘째는 어른들이 좀 걸었을 때 산책 동선이 너무 짧지 않은 곳.

셋째는 환경이 어느 정도 정비되고 깔끔한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인 어린이도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어른 네 명이 산책하는 데 왜 어린이도 걸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가에 대한 이유는 나에게 있다.

계단에 오르내릴 때 많이 넘어지는 편인데 그 정도가 어릴 때부터 심해서 몇 번이고 계단에 구르기도 하고 반 깁스도 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계단이 가파르거나 내리막길이 미끄럽다고 느껴질 때 공포감을 느낀다. 


그래서 가족 모두 행복한 산책이 되기 위해 필수로 계단의 안전성을 보는데, 그런 장소를 찾기 쉬운 기준이 바로 ‘어린이들도 다닐 수 있는가’이다. 계단의 발 밟는 부분이 넓고 잡는 곳도 있고 안전함이 보장되어 있어 산책길을 찾아볼 때 주의 깊게 보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 가볼 곳은 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에 있는 ‘좌구산 휴양림’이다.



점심은 청주시에 있는 ‘산동성’이라는 중식당에서 먹었다.

전에 청주시를 여행했을 때 들렸던 곳인데 중식당이지만 가장 주력인 메뉴가 ‘각기우동’이라 인상 깊어 다시 들리게 되었다. 아빠는 각기우동을 드시고, 나머지는 밥을 먹고 싶어 밥 메뉴를 시켰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좌구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휴양림 중에서도 넓은 편에 속하는 좌구산 휴양림은 주차장 역시 굉장히 많은데 우리 가족은 구름다리를 중심으로 걸을 예정이라 구름다리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구름다리가 겨울산과 어울리는 갈색에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 아래에서 보니 다른 의미로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 구름다리로 올라가는 길은 조경이 깔끔하고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은 휴양림이라 그런지 간단한 행사나 공연, 단체가 움직이기에 좋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구름다리를 건널 때 유독 더 튼튼해 보여서 많이 흔들리지 않겠다는 생각과 달리 생각보다 둥둥 거리는 느낌으로 흔들렸다. 가볍게 흔들리기보다 정말 무겁게 둥둥거리니 의외로 어지러워 걸음을 빨리했다. 


다리를 건너면 거북바위 정원이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이 휴양림의 테마로 보였다.

아이들을 위한 테마로 보였지만 정원 자체는 가파른 편에 속했다.

바위 정원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파른 정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정원 앞 토끼 조형물 앞에서 어린아이들이 사진 찍고 있었다. 정말 귀여웠다.



산책 노선은 알기 쉽도록 나무 테크로 되어 있었다.

여러 노선이 있었지만 우리는 휴게쉼터 쪽을 향하는 길로 걸었다.

겨울 산책은 공기가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이라 좋아한다.

고요한 겨울 산에 나무테크를 밟는 발자국 소리가 울리니 듣기 좋았다.



휴게쉼터에 도착했다.

가게만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산 전경을 보며 쉴 수 있는 넓은 테라스 같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귀여운 토끼와 거북이 조형물들이 많이 있어서 사진도 찍고 쉬었다.



휴게쉼터에서 내려오면 바로 휴양림 동물농장이 있었는데, 닭과 토끼 등 동물을 볼 수 있었다.

볼거리가 많고 깔끔해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했다.



카페를 들리고 집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 색다른 카페가 없을까 찾아보니 폐교를 캠핑장 겸 카페로 만든 곳이 있다고 해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일상화’ 카페로 향했다.

학교 입구가 카페 입구라는 것부터 신기했다. 새삼스럽지만 운동장이 주차장인 것도 좋았다.



1층으로 구성된 작은 시골학교의 교실 한 곳이 카페였다.

다른 장소 역시 하나씩 늘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추운 겨울에 옛 학교의 느낌과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함께 잘 어울려져 있어 분위기가 좋았다.



우리 가족 모두 따뜻한 꽃차를 마셨다.

그리고 잘 안 먹어봤던 디저트인 말렌카 꿀 케이크와 사과잼이 있는 빵을 시켰다.

많이 달콤한 디저트라 꽃차와 잘 어울렸다.



이렇게 작은 시골 학교는 오랜만이라 차를 마시기 전과 후에 둘러봤는데 고양이들이 많이 보였다.

추워서 그런지 서로 몸을 붙여 자는 아기 고양이부터 캠핑장 의자나 탁자에 올라가 식빵 굽는 자세를 하며 쉬고 있는 고양이들까지 다양했다.

카페에 들어오려고 하면 은근히 눈치를 보며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고양이도 있었는데, 손님이 있다는 걸 인지해서 그런지 들어올 기회가 있어도 막상 들어오지는 않고 카페 사장님을 기다리는 모습에 똑똑한 아이구나 싶었다. 


겨울은 유독 따뜻함과 달콤함과 고요함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라 하루 가득 이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을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느낌이 좋아 매년 겨울을 기다리는 것 같다.




증평 좌구산휴양림, 미원 산동성, 카페 일상화

noki.and.no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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