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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 May 22. 2024

2023년 가을, 대전


작품마다 아이디어와 감정, 이야기를 넣는다는 건 모든 창작자들의 즐거움이자 큰 고민거리다.



만화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위해 대학을 다니던 시절, 매주 여러 과목의 과제가 쏟아졌었다. 그 많은 과제마다 아이디어와 감정, 이야기를 넣어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영감을 얻기 위해 자료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도서관에 가서 내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책을 보기도 하고, 돈을 아껴가며 잡지를 구매해 사진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림도 그려보고, 산책도 깊게 생각하며 해봤다. 이렇게 나름대로 노력하며 작품을 그려보다가도 영감을 받을 수 없을 때가 오는 데.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감정을 가진 작품들을 보는 거였다. 


이번에 엄마의 제안으로 보게 된 전시의 ‘빈센트 발’ 작가님이 대학을 다닐 때 봤던 작가님 중 한 분이었다. 대학 다닐 때 SNS에 올라오는 작품들을 보고 분석하는 과정 속에 내적 친밀감이 있었지만 졸업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몇 년간 작가님의 작품을 못 봤는데, 엄마가 가족들이 함께 보면 좋지 않겠냐고 하셔서 정말 반가웠다.



배고프면 작품에 집중이 안 되기 때문에 점심부터 든든히 먹기로 했다.

비빔막국수로 꽤 입소문이 난 막국수 집에 갔는데, 저번에 먹었던 수제돈가스가 너무 맛있어서 아빠만 비빔막국수를 시키고 나머지 셋은 돈가스를 시켰다.

짠 맛보단 달콤한 맛이 조금 더 많이 나는데 물리지 않게 상큼한 소스가 뿌려진 양배추샐러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대전시립미술관 옆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 미디어큐브동 건물이 있다.

전시는 그 건물의 2,3층에 진행됐다.

10월이 가까워져 갔지만 여전히 더운 날이 많아 비교적 시원한 날을 기다려 온 날이라 오랜만에 선선하니 걷기 좋았다. 전시장도 적당한 온도였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사물이 만나 이야기를 만드는 작품의 특성에 맞게 사진 액자들 중간중간에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각 작품과 어울리는 음악과 효과음으로 재미를 더한 영상이 있어 감상의 즐거움이 더해졌다. 포토존도 몇 군데 있었다. 작품 속에 있던 물건을 크게 제작해 그림자 세상 속에 있던 인물을 따라 할 수 있게 해 재밌었다. 작가님은 원래 주로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해서, 전시 중간에 그림자 작품과 관련된 단편 영화도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전시장 끝에 매번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구경하려는데 그 옆에 그림자를 이용한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도록 여러 사물과 스탠드, 종이 등이 있었다. 막상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보려니 어려워 기념품을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그 사이에 동생이 3장의 그림자 그림을 만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꽤 좋아 가족들이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물론 기념품도 몇 개 샀다.



전시를 다 보고 미디어큐브동 1층에 있는 카페 ‘정감미’에 갔다. 보통 테이크아웃을 하는 편이었는데 정원을 구경하기 전에 좀 쉬기 위해 카페에 앉아서 마시기로 했다. 창가 쪽이 뚫려 있고 카페 밖에 의자를 두면 가족 넷이서 서로 마주 보며 앉을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족과 함께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가족에게는 말 안 했었지만 많이 신났었다. 

엄마가 먹고 싶었던 로투스쿠키도 판매하고 있어 함께 조금 출출해진 배를 채웠다.


 


저번에 닫혀있어 못 갔던 서원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광장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광장 가운데로 가보니 처음 보는 행사여서 이번이 처음 개최한 건가 했는데 벌써 7회째였다. ‘SAFF 대전 안전체험 한마당’으로 다양한 연령층에 맞게 여러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였다. 이 행사를 위해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원형잔디광장에 엄청나게 거대한 꿈돌이가 있었다.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귀여운 꿈돌이가 엄청나게 크게 있어서 더 귀여웠다.



서원을 드디어 입장했다. 오랜만에 가보는 서원이었는데 시민분들이 주로 조깅할 때 많이 걷는 곳인지 우리 가족만 천천히 산책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소나무와 붉은 꽃이 조화로운 나무테크 길이 정말 예뻤다. 이어 나무 아래 산책길을 걷는데 다리가 다들 조금씩 아파서 서원 전체를 보지는 못하고 절반만 걷다 꿈돌이를 자세히 보러 갔다.

원형잔디광장엔 시민이 구성한 정원들이 있었는데 그 정원 안에 들어가 쉬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앉아서 좀 쉬고 여러 꽃들을 감상했다.



분명 점심 먹고 전시를 보고 정원을 걸었을 뿐인데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정말 한참을 걸어 발이 아프긴 했다. 저녁을 집 가서 차려먹기엔 지칠 것 같아 옥천에 들러 감자탕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감자탕에 있는 수제비를 좋아하는데 많이 주셔서 좋았다.  


차에서 먹으려고 아이스크림도 샀다.

선선한 여름 저녁에 함께 가족들이 걷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대화하며 웃으니 정말 즐거웠다. 




대전엑스포시민광장 미디어큐브동(전시장 2,3층), 미디어큐브동 1층 카페 정감미, 한밭수목원 서원, 원형잔디광장, 메밀고개 시골막국수, 옥천 뜨끈뜨끈해장국감자탕, 이마트 24 편의점

noki.and.no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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