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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Oct 23. 2024

하늘에 있는 별에게

아침에 1년 전 오늘이라 폰에 사진을 띄워줬다. 갤럭시 사진첩에 기능이 있었나 보다. 안 그래도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계절이 변한 걸 실감하고 있었는데 지난 사진이 떠서 반가웠다.

벌써 1년이 지났구나 하고 넘어가기엔 좋은 추억이었다. 사진엔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직관하러 갔던 아이들의 사진이 있었다.

얼마나 차가 막혔는지 나는 국대경기 직관이 처음이라 시간 맞춰서 2시간 정도 일찍 가면 되겠구나 했었는데 너는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챙겨서 미리 사진도 찍어주고 밥도 챙겨줬었다. 사진을 보는데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가슴이 먹먹했다. 오랜만에 보는 니 사진에 하늘에선 행복하겠지. 잘 지내고 있겠지 하며 한번 더 너에게 닿았으면  하는 기도를 올린다.


계절이 바뀌고 심심한 변화가 생길 때마다 사람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나쁜 사람이다.

한번 시도하고 실패했을 때  좀 더 강하게 말렸더라면 지금 너는 살아있었을까?

주변에 더 알리고 알려서 도움을 더 요청했더라면 너랑은 사이가 멀어졌을 수 있으나 너는 살아있었을까?


가슴이 먹먹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네. 특별한 시간을 보냈던 것도 아닌데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똑같이 생각이 들고 답답해.


죽는다는 게 다 이런 걸까. 나는 그저 친했던 사람이지만 부모님이나 너의 가족들의 슬픔은 얼마나 더 심할까. 얼마나 더 그립고 보고 싶을까.

아이들은 자상했던 아빠가 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적응하면 보내고 있을는지.

참 나쁜 선택이었다. 이기적이고 아주 무책임한 선택이었어.


지금 그곳은 계절이 어떠니?

어떤 세상이야?


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있는데 네가 없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은 잘 돌아가.

안타깝지. 어린 나이에 한번뿐인 삶을 접고 다시 올 수 없는 사람이 됐다는 게.

너 스스로도 안타깝지?


네가 웃었던 기억은 다 잊혔다. 그냥 네가 영안실로 이동하기 전에 응급실에 있는 모습이 나한테 각인되어서 그 모습만 기억이 나고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아주 미칠 지경이야.

그리고 사진첩을 보면 참 고마웠다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힘들어할 때 사진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이미 시그널을 계속 주고 있는 것처럼 우울해 보이네.

왜 알아보지 못하고 힘든 선택을 하게 했을까.

지금 네가 살아있었더라면 더 많은 추억이 생겼겠지? 좋은걸 더 먹었을 거고 좋은 곳을 몇 군데 더 갔을 거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며 술을 몇 번이고  더 먹었을 거고. 아이들은 밤을 새워 놀고 지쳐 아침을 같이 보냈을 거야.

아이들은 더 놀고 가고 싶다고 떼를 쓰고 했을 거고. 소소한 시간이 그립다.

다시 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시간이네.

이현도 친구에게

한 번쯤은 내려오고 싶을 텐데 꼭 들러서 사는 이야기도 해주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냐고도 물어봐줘. 항상 고마웠다.


아직 우리 가족 카톡 친구프로필에는 남아있고

사진첩에도 남아있어.


영원히 기억할 거고 언젠가는 기분 좋은 생각 만들게 만드는 추억일 거야.

지금은 그리운 마음만큼  나쁜 사람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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