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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Nov 01. 2024

별 대신 보낸 별거 아닌 선물. 그런 그리움

별거 아닌 니가 살아있었으면 더 좋은 선물을 받았을 너의 조카에게.

오랜만이야. 오늘은 네가 잘해주지 못했다던, 그저 미안하다던 너의 동생한테 택배를 보냈어.

아이옷 중에 가장 좋은 걸로 그리고 한 번 더 사용하지 않은 거 위주로 골라서 선물과 함께 보냈어.

지난번에 옷을 한번 보냈는데 동생분이 옷을 받고 오빠가 보낸 것 같다며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돈을 보냈었어. 조카들이 생각나서 고마운 마음에 보냈다고 하네. 다시 돌려주려고 했는데 돈을 받아주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다음부터는 돈을 보내지 않을 테니 옷도 꼭 보내달라고 했어.

거기서 오빠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 그리고 네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거야. 그도 그럴 것이 너는 가족한테 특히 잘했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혼자서 죽음을 택한 사실이 믿어지지 않겠지. 다행히 너의 부모님을 그래도 잘 지낸다고 하시네. 예전처럼 밝지 않으시지만 그래도 잘 지내신다고 했어. 나는 너의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까 말까 수도 없이 고민하다가 전화를 드리지 못했어. 네가 생각나실 것 같다는 생각이 커서 전화를 드리지 못하겠더라고. 너의 동생을 통해서 우리 소식을 들으시겠지. 그렇게 한 번 걸러서 소식이 전해지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네가 우울증이 생겼을 때 진작에 알아보고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은 살아있었을까?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까?.

어때 지금은? 억울함 없이 마음은 편해졌어?

너를 괴롭히던 생각들과 원망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정은 많이 회복이 되었니?

우리 아들은 계절이 바뀌고 내가 너를 생각할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네가 좋아했던 노래를 들어. 삼촌이 듣던 노래라며, 아마 나랑 같은 생각을 하나 봐. 많이보고 싶어 하고 네 생각을 많이 하네. 고마웠다.

아들에 기억 속에 너는 친절하고 항상 칭찬해 주고 잘해주기만 했던 삼촌으로 기억되어 있어. 그런데 나는 너의 아이들한테 그렇게까지 못했던 것 같아서 미안해.

반대로 내가 죽고 네가 남았을 때 내 생각을 하면서 우리 가족들을 잘 챙겨줬겠지?.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재수 씨에 대한 마음이 풀리진 않았어. 안타깝고 안쓰럽지만. 계속계속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글을 쓰면서 네가 받지 못할 글들이지만 네가 읽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곤 하는데

마음이 조금은 편해져. 그리고 니 덕에 옆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한테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려고 노력하게 됐어.

너의 조카에게 줄 옷과 신발을 챙기다 보니 네가 살아있었으면 더 좋은 걸 많이 사줬겠지. 하면서 또 한 번 생각을 하게 되네. 네가 죽은 지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몇 십 년 지난 것처럼 느껴져.

가끔 사진을 보고 너의 흔적을 보게 되는데 작년부터 너의 눈빛이 우울해 보이는 게 기분 탓인 건지.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인 건지. 눈빛이 왜 다를까. 그때 봤을 때는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슬프다. 그냥 많이 슬프다. 한번 사는 삶을 너무 일찍 포기해 버린 네가 많이 원망스럽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줘. 하늘에서 다 보고 있을 거잖아?

너의 아이들은 잘 지내더라, 엄마가 새로 시작한 카페에 주말마다 가고 할머니와 외삼촌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어. 그런데 아빠가 없다는 빈 곳을 채울 수 없을 텐데 그 허전함을 어떻게 해 나갈지가 걱정이야.

아무래도 아빠가 필요할 텐데 말이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알고 있는 아이들은 사고를 치지도 않은 그 누군가를 계속 원망하고 욕하고 있을 텐데.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낄까.

최근에 아빠가 죽어서 오랜 시간이 지난 사람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아빠랑 살았던 세월보다 아빠 없이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아졌는데도 아빠가 그립다고 하더라. 하늘에서 지켜준다는 걸 아는데도 만져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 같이 지냈던 시간을 다시 돌려서  가질 수 없지만.

언젠간 다시 한번은 꼭 봤으면 좋겠다.

별거 아닌 선물을 너 대신해서 보냈지만. 항상 보고 싶고 그립다. 늘 편히 쉬고 행복한 시간만 보냈으면 한다.

기도할게. 다시는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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