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카톡 하나가 왔다. 그림책 공부를 할 때 알게 된 윤 대표님, 대표님이 배우고 계시는 코칭 과정의 과제로 무료코칭을 하셔야 한다고 하시면서 1:1 코칭을 하게 되었다. 코칭을 하면서 근황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그림책 관련 일을 계속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둘째가 어리고 아파서 기관에 갈 수 없었고 보육을 해야 하는 상태로 제약이 많았던 나에게는 강의는 무리였다. 그래서 대표님은 시간 짬을 내어서 할 수 있는 서평을 해보라고 권하셨다.
“둘째가 어려서 강의도 힘드니 서평을 써봐요”
“안 그래도 여러 번 신청했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잘 안 하게 되요”
“계속 신청해 봐요,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말고, 다른 곳에 또 신청하면 되죠”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말지 뭐'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서평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서평단을 지원하는 나로서는 아는 게 없어 생각나는 출판사들을 무조건 팔로워 하고 그 출판사 피드를 매일 같이 확인하면서 서평 모집을 하는 곳이라면 보이는 대로 다 신청을 했다. 어느 날 디엠 하나가 도착했다. 열어 보니 서평단으로 선정되었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정말 너무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 군데, 두 군데 무려 11곳에서 선정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었고 그달에 11권의 책을 받게 되었다. 꿈인지 생시지 안 될 줄 알았던 일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되었다. 그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서평단으로 서평을 쓰려고 보니 몇 가지 출판사와의 약속이 있다. 대부분 책을 받는 날로 2주 안으로 피드나 블로그에 올려야 하고 온라인 서점에 2곳 이상 리뷰를 작성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리고 그림책의 경우는 그림을 넣어야 하는데 여기서 나만의 철칙이 있다. 나름 그림책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림책의 그림들을 다 찍어서 올리지 않는다. 제약을 주는 출판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출판사도 있다. 겉표지를 뺀 속 페이지를 5장 이내로 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그림책 작가들의 저작권을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림책 작가의 저작권은 지금도 계속 이야기해오고 있지만 실제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그래서 간혹 서평을 쓰시는 분 중에 글을 보면 그림책의 그림이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공개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럴 때면 내 그림책인 마냥 마음이 아프다. 서평이라는 것은 그 책을 보고 평가하거나 내가 읽고 느꼈던 부분들을 이야기하며 그 책을 소개하는 것인데 영화로 치면 스포일러 하고 다니는 거랑 같다. 그래서 나만이라도 스포일러 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을 쓰는 서평을 쓰고 있다.
서평을 하면서 정말 좋았던 점이 있다. 서평은 기한 내에 올려야 한다. 그래서 강제독서가 된다는 점이다. 나는 조금 게으른 편이어서 마음 편해지면 일 처리가 느려지는데 서평은 1주~ 2주 안에 리뷰를 올려야 하는 출판사와의 약속이 있어서 읽게 된다. 서평이 또 좋은 점은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을 눈으로 쓱 읽다 보며 내용을 다 이해한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왜? 그냥 눈으로 쓱 읽기 때문에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 부분들도 있고 이해가 안 되었는데 그냥 넘기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책은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다. 서평은 이런 부분을 보완해 준다. 내가 읽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글로 작성하는 작업을 해야 하므로 읽을 내용을 가독성이 좋게 글을 작성하고 다 작성한 글을 다시 읽어 보고하다 보니 책 내용 정리뿐만 아니라 내 생각도 많이 정리되고 글쓰기 실력도 덤으로 향상된다.
그리고 편독하지 않아서 좋았다. 서평도 골라서 지원하면 편독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무조건 다 신청하는 나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봤다. 신청해서 받는 것도 있지만 출판사에서 먼저 제의를 하는 곳도 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도서를 만나는 기회들이 많았다. 대부분 일반도서나 그림책 정도로 생각하시지만, 요새는 색연필 컬러링북, 스티커 컬러링북, 수책화 컬러링북, 종이접기 책 등등 생각지 못한 분야의 도서를 접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도 덩달아 다양한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평을 쓰다 보니 좋은 점도 있고 나에게는 성장의 과정이 되었고, 일이 없어 힘들었던 나에게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함께여서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매일 오는 택배가 사치품들이 아닌 책이라는 것에도 좋았다.
“엄마, 그게 뭐야?”
“응~ 책이야, 엄마 서평단 되었거든”
이렇게 물었던 딸이 어느덧 집에 올 때, 집 앞에 택배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그게 뭐야?”
“엄마 자~ 뭐긴, 집 앞에 있던데, 책이겠지.”
그렇게 3월에 시작된 서평이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무려 1년 가까이하게 했다.
서평단으로 10개월이 되어 갈 때쯤 윤 대표님께 연락이 왔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네, 대표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피드 보니깐 많이 성장했던데, 특히 서평도 많이 쓰고 그동안 받은 책들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세어보고 그동안 서평을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리해서 발표해 봐요. 어때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바로 “네”라고 답했다. 사실 나는 하기 싫어도 거절을 못 해서 '네'라고 대답한다. 막상 대답은 했지만 어떻게 해야지 막막했다. 일단 책을 얼마큼 받았는지 세어보라는 말에 서평을 했던 10개월 동안 받았던 책들을 세어보았다. 대략 그림책만 200권 이상을 받았고, 일반도서는 100권 조금 안 되게 받았다. 세어보니 상당히 많은 양의 책들을 받았다. 그동안 받는 대로 서평 쓰는 일만 보고 왔는데 뒤돌아보니 300권의 가까이 있는 책을 받았을 줄이야…. 그때 한 두 번 서평 신청하고 안 된다고 그만두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발표할 PPT 자료들을 정리하며 그동안의 과정들을 생각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면서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자신감이 생겼고 즐겁게 발표를 했다. 또 내 이야기를 듣고 도전이 된 분들은 서평단에 열심히 신청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발표 이후에 그림책 모임이 생겼는데, 신간 그림책을 소개하는 모임으로 매달 받았던 신간 그림책들을 가지고 소개해 주는 모임이 생겼다.
사실 신간 그림책을 다 사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신 분들도 계시고 어떤 그림책이 좋은지 몰라서 구매를 못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을 위해서 이 신간 그림책 모임은 서로 좋은 영향력이 되는 모임이 될 것 같다.
처음에 아이에게 좀 더 좋은 그림책들을 읽어 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그림책 모임이였는데, 이제는 아이뿐만 아니라 나의 성장까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와 그림책을 보며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