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육아에 전념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행히 아이도 그림책 보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좋아하였다. 잠들기 전까지 10권이 넘는 그림책을 매일 같이 읽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자라 기관에 가기 시작했고 나만의 시간이 조금 생겼다. 그 시간에도 아이에게 도움이 될 시간으로 활용하고 싶어 찾다가 알게 된 그림책 모임, 그곳을 간 후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아이와 스토리 위주로 읽기로 끝냈던 책 읽기가 이제는 그림책의 그림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게 되고 아이와도 그림에 집중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림책을 만든 작가들의 이름도 보고 알아가면서 작가들의 스타일을 알게 되고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면서 그림책을 알아갔다.
단순히 읽기만 했던 그림책에서 이제는 자세히 그림을 보고 의미를 찾고 내 것으로 만들어보는 것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갔다.
아이에게만 읽어 주었던 시간이 점점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도 그림책 관련 모임이 있을까? 하고 찾던 중에 나만시라는 온라인 강의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림책 입문 과정을 시작으로 공부를 하면서 중독자처럼 그림책의 관련 자격증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림책마인드셋스토리텔러 과정을 따고 그곳에서 공저이기는 하지만 책을 내보는 기회도 맛보기도 했다. 그림책 에세이였는데, 그림책에 빗대어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내면을 마주하니 위로가 되었고 그 이야기를 글을 써 책으로 내어 보니 뿌듯하기도 하였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만 살아갈 줄 알았던 내 삶의 전환점이 되어준 그림책이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그림책 큐레이션 과정도 1급까지 따고, 그림책 감정코칭 과정에 브랜딩 과정까지 수료했다. 좀 더 그림책 공부에 매진하고 싶어 그림책 심리도 1급에서 심화 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래도 만족이 되지 않아 그림책심리코칭지도사도 땄고, 한국 그림책 학교 강의를 수강 신청하며 모든 과정을 다 이수하였다.
그 해에 웬만한 그림책 관련 자격증들을 다 취득했다. 그리고 제일 하고 싶었던 과정이었는데 항상 마감되어서 못 했다가 알림을 설정해서 들을 수 있었던 그림책테라피 과정까지도 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그림책 과정도 들었다. 리무드하브루타라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아이에게 주입식으로 그림책을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통해서 그림책을 보며 생각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인데 아이와 하다 보니 너무 좋아서 자격증 과정까지 듣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지나와 보니 그림책에 관련된 강의 들이 상당히 많았고 아직 다 배우지 못한 그림책 관련 자격증들도 많았다. 나는 단기간에 그림책에 급속도로 빠져서 그림책을 깊이 공부도 했고 그림책을 보는 눈도 내가 느낄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이제는 그림책을 조금 볼 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내가 빠져 버린 것은 바로 그림책 인형이다. 덕후가 되어 버린 만큼 그림책 인형들을 사랑하고 수집하고 있다. 간혹 만들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만드는 건 완성도가 떨어져서 완제품 인형으로만 가지고 있다. 개수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선생님들이 놀랐을 정도로 가지고 있다. 어떤 인형은 해외 중고 사이트까지 뒤져가며 구매한 인형들도 있다. 정말 그림책에 미친 사람이 되어버렸다.
작은 꿈이 있다면 이 인형들을 예쁘게 잘 전시해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 가끔 그림책방을 하면서 한쪽에 그림책 인형 전시장을 작은 박물관처럼 만들어 차리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림책에 빠져서 행복한 시작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이 과정이 끝나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었다. 많이 보고 듣고 한 만큼 나간 돈이 많았기 때문에 쓴 만큼의 수익화를 해야 했다. 배운 것을 기반으로 그림책테라피스트로 나 그림책마인드셋스토리텔러로나 아니면 그림책큐레이터라는 직업으로 활동을 해야 했는데 막상 사람들 앞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눅 들어 자신감이 없었다.
사실 낯을 상당이 많이 가리고 성격이 다수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있을 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다 보니 강사의 자질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 꺼려지기도 했다. 그렇게 주눅 들어 있을 때 잘 이끌어주시는 윤 대표님이 과제를 내주셔서 반강제적으로 온라인으로 그림책 관련 무료강의를 열었는데 모객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엔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강의를 마쳤다. 그러하다 보니 더 자신감을 잃었고 강의는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 됐다.
마음 한편에는 그림책테라피스트로, 그림책스토리텔러로 사람들에게 그림책의 세계도 알려 주고 싶다. 그림책이 이제는 아이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다 보는 책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실패를 맛본 뒤로는 자신감이 많이 상실된 상태였다. 성격도 많이 소심하고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것 같은 생각이 앞서나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도 않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육아하는 엄마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