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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구렁이 Feb 12. 2024

남편 내놓습니다. 14화

이번일을 겪으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낀다.

내가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한없이 못해도 남과 비교하지 말았어야 했고,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것을 이해해 줬어야 했다.

가장으로서 돈 벌어오시는 남편이 힘드니 나 혼자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것을 여자로서 당연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아이를 남편과 똑같이 만들기 싫은 마음에 남편에게 본인 이혼 가정 이야기를 꺼낸 것도 잘못이다.

그렇지만 난 나를 대하는 남편의 행동, 아이를 대하는 남편의 행동, 시부모와 시동생의 행동 등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잘못을 한 것이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한 나 자신이 잘못인 거다.

술을 안 마시고는 진지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남편덕에 우리는 대화가 점점 줄어들었다.

술을 함께 마셔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가지는 술자리가 잦아졌고 나는 항상 외로웠다. 부부사이를 이어주는 게 술이 전부가 아닌데 술이 아닌 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남편이 미웠다.

나와 함께 해야 하는 것들을 나에게 의논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고 나서 통보하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렇지만 그 여자와는 늘 상의를 하더라.

거의 매일을 술을 마셔주고, 담배와 어떤 특정운동을 즐긴다는 공통점들이 그들을 이어 준거처럼 결이 맞는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게 정말 맞는 말이란 걸 뒤늦게야 깨닫는다.





ep 14. 너의 매일매일이 불행하기를..


실종신고 사건이 있고 나서 며칠 뒤 나는 아이 어린이집을 데려다주러 나갔었고, 그 사이 남편이 집에서 소장을 받았다.

나는 남편이 폭력적인 행동을 하진 않을까, 욕을 하진 않을까, 잘못했다고 하려나? 등등 여러 생각을 하면서 남편을 피해 한 카페에서 기다렸다.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소장을 받기를 누구보다 기다렸는데 심장이 쿵쾅대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손이 떨렸다.

전화를 받았는데 첫마디는 “ 소송 안 한다더니 거짓말했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는 위자료 못준다, 조정하자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바람을 피고도 미안한 기색이 없는 남편의

행동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합의이혼 서류에 양육비 50만 원을 적었던 그는 소장에 양육비 100만 원이 적혀 있으니 놀란 모양이다.

상간녀는 이미 한 번의 상간소송으로 3000만 원을 주고 합의를 한 내용이 있으니 이번에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눈치였다. 상간이 한 번이었는지 알 수도 없다.

어쨌든 그들도 변호사를 선임했고, 그 이후 내가 잘못이 있다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남편은 자꾸 전화를 해서 녹음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내가 바람피우고 있는 네놈을 집에 있게 둔 건 바람피우는 증거를 잡기 위함이었고, 이제 모든 증거를 잡았고 소장을 받았으니 짐 싸서 이 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했지만 남편은 적반하장으로 자기가 왜 그래야 하냐며 소장을 받은 이후에도 집에 들어왔다.

소장을 보냈다고 화를 내고, 바람에 대한 죄책감도 없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이렇게 나오는 남편을 집에서 계속 봐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고, 여전히 술을 먹고 들어와서 계속 나에게 이야기를 하자며 녹음 켜두고 이야기해서 뭐라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다.

소장을 받은 후 다음날은 미리 예약 잡아둔 운동을 취소할 수 없어 그 상간녀와, 상간녀를 알고 있는 남편지인과 운동을 갔다.

이런 상황에도 취소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갔다는 저 사람을 더 이상 사람으로 볼 수가 없었다.

아니면 바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일 수도..






니들은 지금 당장 대단한 사랑을 하고 있겠지^^

나는 이제부터 너희가 매일매일 불행하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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