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궁금해(노인경)
글/그림 노인경
문학동네
2012.07.05.
2013 BIB 황금사과상
자그마한 웅덩이에 코끼리들이 가득합니다. 모두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받고 있어요. 그 사이 뚜띠 아저씨가 있습니다. 100개의 물방울을 양동이 가득 채운 뚜띠 아저씨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뚜띠 아저씨는 얼마 남지 않은 세 가닥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급히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집으로 가는 갈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과 울퉁불퉁한 길은 물방울을 한 개씩 가져갑니다. 유령이 나타나 깜짝 놀랐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물은 조금씩 줄어들고 어느샌가 반이 되었어요. 한 방울의 물이 아깝지만 아저씨는 기꺼이 목마른 개미떼를 위해 물을 나눠줍니다. 이후 뚜띠 아저씨는 벌떼에게 엉덩이를 쏘이고 뱀도 만납니다. 기린과 새떼는 얼마 남지 않은 물방울까지 몽땅 가져가 버리고 양동이에는 한 방울의 물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때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고 아저씨는 활짝 웃습니다. 이제 뚜띠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양동이 가득 물을 줄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은 『책 청소부 소소』를 쓴 노인경 작가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노인경 작가는 『책 청소부 소소』로 2012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데 이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로 2013년 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함으로써, 예술적 가치와 새로운 시도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맨 앞장 설명 부분을 제외하면 의성어와 의태어만 나올 뿐 이렇다 할 글이 나오지 않아요. 따라서 읽는 사람에 의해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픽셀아트를 이용하여 그림을 완성한 점입니다. 다양한 사물이나 자연물에 각각 모양이 다른 픽셀을 사용했습니다. 각기 다른 픽셀이 모여서 형태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모여서 여러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뒤에 뚜띠 아저씨를 힘들게 할 주인공이 앞 페이지에 잠깐 나와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색채는 단순합니다. 검정, 회색, 파랑 단 3가지 색만 나오며, 물방울 이외에는 유색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공적인 느낌이 나는 픽셀을 제외하고 코끼리 아저씨와 자전거는 손으로 그려 디지털적인 느낌과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적절히 혼합하였습니다.
어릴 때는 누구나 아빠를 슈퍼맨이라 여기지요. 자신은 할 수 없는 어려운 일도 뚝딱뚝딱 해내고, 문제가 생기면 어디선가 나타나 멋지게 해결하는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집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아이가 자라면서 아빠가 슈퍼맨이 아니라 그냥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되지요. 뚜띠 아저씨는 우리 주변의 보통 아빠에요. 약간 어리숙하면서 어떤 일에는 서툴고, 특별히 잘하는 일은 없지만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빠입니다.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시간의 아빠는 어떨까요?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아빠가 어떤 일을 겪는지 상상이나 할까요? 세 가닥밖에 없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부지런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저씨에게서 이 시대의 아빠들의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소시민 아빠지만 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뚜띠 아저씨는 뜨거운 태양에, 울퉁불퉁한 길에, 동물들에게 물방울을 빼앗기는 답답한 아빠지만 목마른 개미들에게 자진해서 물을 나눠주는 인정 많은 아빠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삶이 항상 100개의 물방울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양동이의 물은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채워지기도 하니까요. 줄어드는 물방울에 슬퍼할 필요는 없어요. 뚜띠 아저씨의 100개의 물방울처럼.
· 이 그림책은 픽셀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의 픽셀을 한번 찾아보자.
· 픽셀은 어떤 모양들이 있어? 각각의 모양은 나타내고자 하는 사물에 잘 어울려?
· 물방울을 물고 가는 새들을 보며 아저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 양동이에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뚜띠 아저씨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저씨에게서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니?
· 네가 뚜띠 아저씨라면 양동이 대신에 무엇을 가져갔을 것 같아?
· 만약 물방울 100개가 아닌 더 많은 물방울을 떠갔다면 어땠을까?
· 물을 가져가야 함에도 개미떼에게 물을 주는 아저씨의 행동이 이해가 가니?
· 네가 뚜띠 아저씨였다면 물방울을 다 잃어버렸을 때 울었을까?
· 뚜띠 아저씨 같은 사람이 아빠라면 어떨까?
· 뚜띠 아저씨와 자전거는 선으로, 나머지는 픽셀로 그린 이유가 무엇일까?
· 물방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 물방울이 100개인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 뚜띠 아저씨는 자신의 행동이 답답하지 않았을까?
· 아빠는 우리가 없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어떻게 지낼까?
· 양동이의 물이 없어졌다고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 뚜띠 아저씨의 마음에는 어떤 향기가 날까?
· 아빠에게 말하고 싶은 희망메시지가 있다면?
· 뚜띠 아저씨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물방울 말고 또 뭐를 들 수 있을까?
· 따뜻한 마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