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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Mar 26. 2024

어느 저녁 풍경

책도둑 vs 와일드 로봇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와 식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원래 책을 읽으려고 했던건 아니고, 첫째 아이의 책 읽기 과제를 돕기 위해, 나도 옆에서 책을 읽어야 했다. 그래서 The Wild Robot Escapes라는 둘째 아이가 읽었던 책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로봇이 주인공인데, 웃고, 안쓰러워하고,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첫째가 로봇에 너무 마음 쓰는 거 아니냐며 웃는다. 자기는 The Book Thief 같은 두껍고 나름 어른 같은 책을 읽고 있는데, 애들 책을 읽으면서 웃고 마음 졸이는 아빠가 우스워 보였나 보다. 그래서 간단하게 책 내용을 이야기해 주고, 책에 있는 그림을 보여줬다.


“이 새가 로보트 아들인데 어쩌다가 헤어졌었어. 로보트가 새를 너무 보고 싶어 했는데, 이제야 만난 거야. 너무 감동적이지 않아?“

그림에는 로봇이 거위를 안고 있었다. 그림에는 로봇이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지만,  그동안 아들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기에 웃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첫째가 그냥 웃길래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는데, 그제야 조금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다.


내가 읽고 있던 책도 그렇고, 첫째가 읽고 있는 책도둑이란 책도 그렇고, 엄마와 떨어져 사는 아이가 나온다. 책도둑에서는 아이가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엄마가 자기를 그리워할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와일드 로봇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 찾은 후에도 엄마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캐나다에 이민 오고 나서부터 지난 10년간 계속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나 하나만으로는 부족할까? 나는 얼마나 부족한 아빠인가? 이혼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훨씬 더 좋은 아이가 됐겠지? 이제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됐고, 이제 곧 대학생이 되어 그런 생각들을 그만두려고 해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언제까지미안한 아빠일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생각만 반복하게 된다.




 그나저나 첫째가 책 한 권을 다 읽는 동안 나는 이제 반쯤 겨우 읽었는데, 혼자 읽기 심심하네, 둘째는 책 읽기 숙제 없나?



“But I do not know how to act like a mother.” “Oh, it’s nothing, you just have to provide the gosling with food and water and shelter, make him feel loved but don’t pamper him too much, keep him away from danger, and make sure he learns to walk and talk and swim and fly and get along with others and look after himself. And that’s really all there is to mother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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