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하는 캐나다 병원응급실

매일 아침 단상과 그 기록

by 북마니

약 1년 만에 다시 위경련이 찾아왔다. 어제 오전 11시 즈음 배가 싸르르한 것이 느껴졌는데, 설마 괜찮겠지, 아니겠지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싸르르함의 강도는 강해지고 빈도 역시 잦아졌다. 교회를 마치고 집에 오늘 길에는 더욱 고통이 심해졌다. 1년 전 밤 12시에 예고 없이 시작된 위경련을 그냥 버티면서 죽음과 같은 시간을 맞보았기에 이번에는 응급실에 가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 대기시간이 5~6시간 많게는 10시간도 넘는 캐나다의 응급실을 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생사의 촌각이 달려있는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바로 치료해 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해본다.


약 7~8년 전 12월 26일 위경련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었고, 그때도 죽음과 같은 고통과 구토로 응급실을 찾았다. 그때 내 상태가 얼마나 나빴던 건지, 바로 응급실 침대를 내어주었고 의사도 만나도 링거도 맞았기에 ‘아 캐나다 의료가 나쁘다고 하지만,. 그래도 진짜 상태가 안 좋으면 바로 넣어주는구나’라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위경련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뱃속의 창자들이 모두 단합하여 나를 공격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고통.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극심한 통증과 약 10초간의 무통증. 무통증 때에는 인해 ‘아 이제 괜찮아지는 건가?’라는 착각, 그리고 다시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고통은 출산의 고통과 비교하여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출산의 고통은 아기를 낳는 날 시작되기 때문에 고통이 있을 거라는 예상, 또 무통주사를 맞으면 사라진다는 것, 출산을 앞둔 임산부의 고통을 알아주고 그것을 덜어주기 위한 예방과 조치, 그러나 위경련은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로서는 알지도 못하는 이유로 시작된다. 그러다가 나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이 고통은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과거의 것보다 클 것인가 작을 것인가, 병원을 가야 하는가 아니면 집에서 버텨 볼 것인가..라는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심상치 않은 고통의 크기로 인해 저번처럼 집에서 버티는 것은 아니다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에 응급실에서 빨리 처지 해주었던 기억으로 인해 그나마 대기 시간이 짧은 Leduc 병원으로 남편이 차를 몰았다. 25분 정도 걸리는 그 시간은 황천길처럼 느껴졌다. 응급실에 도착하고 복통으로 인해 서있을 기운조차 없는 나에게 간호사는 전에도 이런 적이 있냐고 했고,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따뜻하게 데운 담요로 배를 감싸라고 하고 손에 등록 팔찌를 채워주고 떠났다. 과거에 금방 침대를 받아 누웠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였다. 그 와중에 고통은 점점 심해졌고, 마침내 나는 엉엉 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응급실안에 대기 사람들이 내 울부짖는 모습도 다 볼 텐데, 고통이 너무 심하니, 창피하다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서 고통 중에 계속 기다렸다. 너무 고통이 심하면 뇌에서 잠이 들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통이 조금씩 사그라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르르 잠이 들었다. 어느 정도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응급실 복도에 휠체어에 내 쳐 저 앉아있었고 고통도 참을 만한 정도로 줄어있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고통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제 조금씩 진정세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서 남편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1년 전 위경련의 고통은 집에서 버티고 때웠다면 이번에는 병원 응급실에서 버티고 때웠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캐나다의 의료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도 난 과거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정말 급하고 큰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자비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내가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이다. 복불복 당첨에 운이 좋게 침대를 빨리 받은 것인지, 어떤 천사 같은 의료진이 나를 빨리 침대로 넣어줬는지, 그냥 그날 내가 끗발 나게 운이 좋았고 어제 내가 겪은 것이 실상 캐나다 사람들이 부르짖는 캐나다 의료의 민낯인 것이다.



한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8년 만에 가본 한국에는 의원시설의 병원부터 중소 병원 또 종합병원까지 눈을 데고 돌리면 어디든 병원이 있었다. 그런데 캐나다는 그렇지 않다. 응급실은 나라가 정부가 운영하는 종합 병원에만 가야 하고 대기시간은 최소 6시간에서 12시간이다. 안 그래도 한국 여행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끓는데 내가 직접 캐나다의 엉망진창 의료상황을 몸소 겪으니 마음이 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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