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폭풍 속으로!
여행 출발일은 7월 10일 금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을 진짜 오래 꼼꼼하게 세웠는데 날씨 때문에 출발부터 빠그라졌어요. 뉴욕에 폭풍이 들이닥쳤습니다.
원래 첫날 최대한 갈 수 있는 만큼 가보려고 했거든요. 그래야 그다음 날부터 체감상 덜 힘들 것 같더라고요. 뉴욕 집에서 출발해서 펜실베이니아주를 가로로 관통하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도착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길도 어렵지 않고 그냥 옆으로 750km 정도 쭉 가는 단순한 코스예요. 가는 길에 '히코리 런'이라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 있다고 해서 스치듯 잠깐 쉬고 구경도 하면서 가려고 했는데요. 출발도 하기 전에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더라고요.
비가 얼마나 왔냐면 아파트 로비에서 주차장까지 불과 50~60미터 정도 되는 거리인데 짐을 옮기기가 곤란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차를 집 앞 길에 주정차 금지 구역에 잠깐 대놓고 짐을 실어 나르는데 한두 번 왕복 만에 벌써 옷이 다 젖은 거예요. 진짜 눈을 뜰 수 없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렇게까지 비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도 어쩝니까 한 달 넘게 준비한 여행인데 출발해야죠. 비 잔뜩 맞아서 눅눅하지, 습하지, 앞도 잘 안 보이고, '히코리 런' 숲 같은 거 눈 돌릴 겨를도 없이 그냥 런했습니다. 그러고도 많이 못 달렸어요.
맨하탄을 벗어났으면 속도를 기본 120 이상 내야 예정된 시간에 계획한 곳을 지나는데 100은 고사하고 60 50 막 이러니까요. 결국 목표했던 750km는 포기하고 겨우 절반 가서 340km 지점에서 급하게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빨리 숙소를 예약해야 했어요. 첫날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데다 저희가 가는 곳이 대단한 휴양지도 아니니까 숙소는 도착할 때쯤 잡으려고 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거라면 미리 잡아놨으면 돈만 날릴 뻔했죠.
첫날 묵은 곳은 펜실베이니아주 한가운데 있는 '햄튼 인 라마'라는 곳이었는데 금요일 밤이었지만 어떻게 빈 방이 있긴 있더라고요. 차 운전해 가면서 최저가 찾아서 숙소까지 예약하고 난리였습니다. 그것도 밤 다 돼서 도착하는 바람에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일단 애들부터 들여보내서 재웠어요.
아이들이 피곤해해서 얼른 침대 치우고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 때 잘 써먹은 실내 텐트 출동했습니다. 내일은 부디 날이 개길 바라면서 그렇게 첫날 일정은 폭망 한 채로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