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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트립 : 2일차 클리브랜드

낮해밤비

7월 11일 토요일입니다. 여행 둘째 날이네요. 아직 아무것도 못 했는데 벌써 둘째 날이라니. 햄튼 인 라마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어나서 보니 이곳은 조식이 없네요. 급하게 잡은 곳이라 뭘 따질 여유가 없었죠. 


이제부터 계획했던 대로 해야 합니다. 첫날 일정을 따라잡는 건 무리지만 숙소 - 오전 조금 이동 - 액티비티 - 오후 많이 이동 - 숙박 공식을 따라줘야 하죠. 

바이바이 급하게 잡은 햄튼 인 라마

오전에 400km 정도 달렸습니다. 시작부터 서울-부산을 찍고 가네요. 길이 워낙 쭉쭉 뻗어 있어서 달리는데 거침이 없는 데다 조식 먹는데 시간을 안 쓴 게 도움이 됐어요. 차에서 이동하면서 간단하게 때운 대신 기대보다 멀리까지 달렸습니다. 오하이오주에 있는 클리블랜드에 도착했거든요. 첫날 목표였던 곳이에요. 생각 외로 뒤쳐진 일정을 빨리 따라잡아서 여행 일정을 죄 뜯어고치는 수고를 덜었습니다.  


여기서는 클리브랜드 동물원에 갔습니다. 저희 애들이 동물을 워낙 좋아해요. 동물원은 뉴욕에 있는 맨하탄, 브롱스,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아일랜드 동물원 5곳에 모두 회원권이 있고, 뉴저지에 있는 터틀백 동물원, 버겐카운티 동물원까지 7곳에 가봤는데 이제 8번째 정복이네요. 

왠지 무척 중국풍이었던 클리브랜드 동물원
코끼리는 무료 급식

코끼리랑 사자 같은 큰 동물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그리고 기린한테 한 잎에 2달러짜리 상추 줬고요. 사실 동물원 너무 많이 여러 곳에 다녀서 잘 기억도 안 나요. 나중에 동물원 특집을 쓰면 한 곳당 한 편씩 7편은 나오겠네요. 


그런데 브롱스 동물원처럼 모노레일이 있든가, 브루클린 동물원처럼 100년 된 회전목마라도 있지 않은 이상 웬만해서는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도 애들은 좋아하니까요. 그럼 된 거죠. 

기린은 한 장에 3천 원짜리 외식

큰애가 손목에 착 때려서 감는 뱀팔찌, 작은애가 쭈글쭈글 갖고 노는 거북이 장난감을 하나씩 사고 동물원 투어를 마쳤습니다. 생각보다 순조롭게 일찍 마쳐서 또 열심히 달렸네요.

중간에 쉬면서 괴조 발견

미국을 가로지르는 90번 고속도로를 타고 시카고까지 관통해서 지나갔습니다. 시카고는 특이한 도시예요. 도시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있는데 정말 도시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갑니다. 고속도로에서 출구로 나가지 않으면 도시에 들어갈 수 없어요. 


써넣고 보니 너무 당연한 말이긴 한데 막상 창밖으로 도시가 빠르게 지나가면 신기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왠지 다른 곳에 있는 느낌이에요.

같은 공간 다른 공간?

낮에는 맑았는데 밤 되니까 천둥 번개가 엄청나게 치더라고요. 시내로 나갈 엄두가 안 나서 시카고는 관통해서 지나갔습니다. 그렇다는 건 낮에 검색해서 봐둔 시카고 한인마트에 들러서 식료품을 조달하려던 계획도 망가졌다는 뜻이죠. 


클리블랜드 동물원에서 시카고까지 550km였는데 좀 더 달려서 위스콘신주에 있는 햄튼 인 메디슨까지 총 800km 달렸습니다. 아침에 동물원까지 달린 걸 합하면 이 날만 1200km나 달렸네요. 사실 이 글 쓰면서 처음 계산해 봤는데 엄청났네요. 10시간 넘게 운전했는데 뒷자리에서 잘 놀아준 아이들이 새삼 고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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